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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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가 최근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된 A대학교 총장에게 “소속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채플’ 대체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대체과제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대학교의 비기독교학과 재학생인 진정인은 A대학교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든 학과 학생에게 강제로 채플을 수강케 하고, 미수강 시 졸업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대학교 총장은 채플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강의 내용을 문화공연, 인성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운영방식도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 등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신입생 모집요강 등을 통해, 학교 선택 시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측은 △A대학교의 채플 수업개요 및 목표에 ‘기독교 정신 함양’, ‘기독교의 진리를 가르침’ 등으로 명시되어 있고 △특히 채플의 13주차 주제가 ‘기독교 찬양예배’로, ‘기독교의 예배와 문화를 온전히 경험해 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채플 강사가 외부에서 초빙된 목사 등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A대학교의 채플이 비록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 예배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인권위 측은 A대학교의 주장처럼 학생들이 입학 전에 채플 이수가 의무사항임을 알고 있었더라도 △우리나라의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며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종립대학인지 여부는 대단히 유의미한 조건이 아니고 △A대학교 대부분의 학과가 종파교육과 직접 연관이 없는 일반학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학생들이 A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인권위 측은 A대학교와 같은 종립사립대학은 건학이념에 따라 종교교육을 할 수는 있으나, 종립대학도 공법상 교육기관이고 교육 관계법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할 때는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해당 과목의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따라서 A대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사실상 종파교육인 채플의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하면서 대체과목 및 대체과제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등이 보장하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학생이 대학 선택한 것”

그러나 연취현 변호사(복음법률가회)는 이에 대해 “A대학교가 신입생 모집요강에 채플이 필수과목이라는 사실을 밝힌 이상, 이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그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학교와 학생 사이의 일종의 계약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연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인권위의 주장은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소급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의 이런 권고 대로라면 과연 우리나라 종립대학의 학교운영 및 건학 이념을 실현할 자유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 것인지, 심각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성제 변호사(자유와인권연구소)도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는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채플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대학교 측을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해당 대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평준화시켜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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