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소장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동물학대 문제에 대한 이슈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교감하는 애완동물들이 무참하게 학대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 어쩌면 저렇게 잔인하고 매정할 수 있을까? 동물에게는 미안함을, 동물을 학대한 인간에게는 공분을 느낀다.

급기야 2020년 2월 동물보호법을 만들어 무고한 동물의 희생과 학대를 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2021년 2월에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고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 등에 대하여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것을, 앞으로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개정하여 동물 유기행위를 범죄행위로 전과에 남기도록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는 ➀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➁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➂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➃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등을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권리가 침해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은 가정을 위협하고 미래의 국민인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결정을 하고 있다. 2015년 간통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려 부부간의 성적 신실함을 무너뜨리더니, 2019년 4월 11일에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임신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까지도 허용하라는 결정을 했다. 전통적인 가정 질서와 생명을 공격하는 헌법재판소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해당 정부부처인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정부개정입법안(형법, 모자보건법)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임신 22주보다 더 나아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약물을 이용한 낙태까지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동물의 생명 가치가 인간의 태아의 생명의 가치보다 훨씬 두텁게 보호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학대의 수준이 동물 학대를 넘어서고 있다.

동물도 목을 매다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정작 태아는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죽어가고 있다. 동물에게 고의로 음식을 주지 않거나 도구나 약물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면 안 된다고 하면서 태아에게는 피와 영양분이 모체에서 태아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 낙태약물을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재산상 피해를 방지할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태아를 죽여도 된다고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2020년 12월말까지 낙태죄에 대한 개정안이 만들어졌어야 했지만 정부의 속 보이는 지연 전략과 국회의 무책임이 법 공백상태를 만들어 버렸다. 막상 2021년 6월 낙태죄 형법 개정안 심의가 제1법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낙태죄 개정안 심의 순위가 뒤로 밀려 심의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

1968년 영국은 24주 이내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된 후 54년간 967만 5천명의 생명이 죽었다. 미국은 1973년 1월 임신 3분기 이후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49년 동안 6,345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인해 죽어갔다. 대한민국 역시 영국이나 미국이 저지른 생명학대의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물학대에 대해 분노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인간의 생명학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한 대한민국 정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태아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것이 정당화된 야만사회는 노인과 약자에 대한 학대로 이어질 것이다. 요양원에 누워있는 병든 노인들의 생명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생명학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21대 국회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다.

이명진(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 이 글은 <의학신문>에 실렸던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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