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
김선일 교수. ©DFCtv 유튜브 영상 캡처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슈퍼개인의 시대: 기독교적 개인주의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기성세대와 대조하는 가장 가벼운 표현은 ‘개인주의’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간 사회 곳곳에서 기존의 틀로부터 해방되는 개인의 몸부림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며 “직장에서 퇴근 후 단체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근무 시간 중간의 점심식사도 자기만의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엄마이자 주부로서 가족을 위한 의무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모습은 중년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된다. 젊은 사람들은 결혼 하더라도 각자의 통장은 그대로 유지하며 공동의 생활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따로 함께의 삶’을 실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가 우리에게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는 삶을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처럼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추구하는 가치관은 코로나가 창출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흐름이 코로나로 인해서 성큼 앞당겨진 것뿐”이라며 “‘나’ 중심의 시대적 트렌드는 우리 사회를 더욱 세분화할 것이다.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그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현상을 ‘분화하는 사회, 혼자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거대한 가속’의 저자 스콧 갤러웨이도 이를 마이크로 세대라고 불렀다. 누구보다 자기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위로하고 표현하는 것이 최대의 미덕으로 부상한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나 중심의 현상을 총합하면 ‘슈퍼 개인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며 “코로나가 만들어 준 혼자만의 시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셀프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수제품을 의미하는 크래프트 맥주, 크래프트 커피, 크래프트 옷이 SNS에 열풍처럼 등장하며, 자기만의 경험과 성취를 보여 주는 징표가 되었다. 남이 부여하는, 또는 남과 함께 만드는 행복이 아니라 셀프 행복”이라고 했다.

이어 “슈퍼개인의 시대를 단순히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로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 현재 집단과 위계로부터 개인이 자기를 찾아가는 시간이자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라며 “물론 슈퍼개인의 시대, 또는 나노사회, 사회의 분화 현상에는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모래알과 반향실 현상이 그것이다. 사람들이 조각조각 모래알처럼 흩어졌다가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이들끼리 자기들의 소리만을 반복해서 듣고 호응하며 다른 의견들은 차단하는 반향실(echo chamber)로 재집결하는 것이다. 예민한 사회, 정치적 이슈가 부각되면 이러한 반향실 효과는 극심해진다. 이는 앞으로 우리에게 묵직한 공동체적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슈퍼개인의 시대와 기독교 신앙이 조우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일까? 최근에 한국 교회에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 공공신학 등의 용어들이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교회가 개인구원, 내세신앙, 기복주의에 연연해서 교인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공적인 의식을 함양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전적으로 동의하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존재됨을 재각성해야 한다는 데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 하지만 개인주의적 신앙생활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상하는 신앙의 공적 역할에 대한 강조가 본의 아니게 한 개인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절대군주 시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예 취급되는 배경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 개인의 존엄함을 인정하며 약자를 보호하고 돌보는 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며 “신약성경은 할례와 혈통에 의한 선민사상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고백하고 그를 따르는 개인의 정체성을 하나님의 자녀로 선언한다. 개인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사실 하나님 나라의 공적 의식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미 신약성경에서는 전통과 제도로부터 해방되는 새로운 존재로서 개인을 존중한다. 노예 주인인 빌레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바울은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들이라고 권면한다. 이는 계급을 초월하는 기독교적 형제애를 반영하는 개별적 정체성의 존중을 암시하지 않는가”라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 받음으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독특한 작품이라는 바울의 선언은 또 어떠한가? 로마서 12장과 고린도전서 12장에서 성도의 은사들이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데 상호 협력한다는 말씀도 개개인의 은사가 성령의 선물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성경에서 순종이나 복종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위계 구조 안에서 무조건적 지배와 순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에베소서 5장을 보면 복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가부장제의 전형처럼 일방적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복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21절)는 대전제를 제시한다”며 “이는 전통적 위계질서를 근원적 층위에서 해체하며, 가족 안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서로 복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은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인데, 교회가 전통적인 끈끈한 연대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쇠퇴한다는 지적이 있다. 교회가 위계와 차별을 고착화하는 세상의 규범에 포로가 되었다면, 이는 뼈아프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그러나 교회가 세상의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질서를 거부하고 인간의 자아를 모든 속박에서 해방시키고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일원으로 형성시키는 공동체라면, 슈퍼 개인의 시대는 교회에게 새로운 선교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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