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판사
<천종호 판사의 예수 이야기> 저자 천종호 판사 ©두란노서원 제공

천종호 판사의 신간 <천종호 판사의 예수 이야기>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잘 알려진 천 판사가 전하는 예수 이야기다. 법조인인 그가 예수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예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그런 천 판사와 서면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 일문일답.

Q.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하나님과 예수님에 관해 통합적으로 알고 싶은 갈망에 설교를 듣고 기독교 서적을 읽었으나, 그것들이 저의 목마름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말씀과 참고 서적들을 붙들고 묵상을 시작했고, 그러한 묵상들이 오랜 기간 축적되다보니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을 처음 집필할 때의 마음은, 제가 겪었던 것과 같은 갈망을 가지신 분들, 특히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시행착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통째로 이해하고 있게 되니 성경을 읽을 때마다, 또 설교를 들을 때마다 생겨나는 혼란한 생각들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책을 읽는 분들, 특히 평신도로서 세상에서 믿음의 선한 싸움을 하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평강의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신다면, 이 책을 통해 기독교인 뿐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예수님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Q. 어떻게 해서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알려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2010년 2월에 창원지방법원으로 인사발령이 나고 소년보호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소년보호재판은 2~3주일에 한 번,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평균 100여 명의 아이들에 대한 사건을 처리해야 했고, 한 아이에게 할애되는 시간은 평균 3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반성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다시는 못 오게 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호통을 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호통 판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습니다.

한편, 비행소년들의 재범을 막는 길은 단순히 판결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판결을 선고한 이후 아이들의 재비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비행청소년 전용 대안가정을 법제화하고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게 하였고, 청소년비행과 관련하여 사회의 혐오감이 높아질 때마다 그 반대편에 서서 비행청소년들의 실상을 알리고 그들에 대한 혐오와 처벌 수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년범의 대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법정에서 어떻게 예수 이야기를 실천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법정은 신앙의 색깔을 드러낼 수는 없는 곳입니다. 다만, 소년 보호 재판을 할 때 아이들로 하여금 법정에 꿇어앉게 한 다음 부모님들에게 "잘못했습니다" "사랑합니다"를 10번씩 외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란 관계의 파괴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깼듯, 그걸 회복하려면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 소년비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부터 무릎 꿇고 잘못을 구하도록 하였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선 아담과 하와처럼요. 하지만 아이만 나무라선 안 되고 부모도 잘못했으면 무릎을 꿇게 했죠.

예수 이야기는 주로 법정 밖에서 실천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가까운 사람이 이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을 갚을 수 있도록 상대방이 되어 주는 사람이 이웃이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인류에게 사랑을 실천하라는 혁신적인 선언까지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봉사할 기회를 주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늘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갑니다.

Q. 소년부 판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나셨던 청소년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남자친구와의 성관계를 통해 임신한 여자아이가 소년원에 가기 싫어 성폭행당했다고 거짓말하며 낙태를 해야 하니 집으로 보내 달라고 한 사건입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하기에 저는 사실관계를 다른 분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역시나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 아이의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면 낙태할 것이 분명하고, 비행의 정도로 보아 소년원에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 아이는 소년원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한 달간의 깊은 고민 끝에 아빠의 마음이 아니라 법관의 양심으로 그 아이에 대해 소년원송치처분을 내렸습니다.

몇 개월이 지나 산달이 다 되어 소년원에서 아이가 집으로 가서 출산할 수 있도록 처분을 변경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법정에서 아이를 만났는데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배냇저고리를 마련하여 법정에서 전달하였습니다. 그 광경에 당시 법정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여자 아이를 출산한 이후 입양시켰고, 출산한 이후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출산한 한 아이의 생명은 건졌지만, 미혼모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한 소녀의 인생을 너무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Q.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예수 이야기를 삶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예수님은 율법의 계명을 인간의 편의대로 변경하거나 빼버리는 '율법주의'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토록 경계하였던 율법주의는 예수님의 부활 승천 이후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냈죠. 예수님의 말씀을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상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신율법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율법주의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의 계명을 우리의 판단으로 더하거나 빼거나 인간이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석하는 등으로 변형시키지 말고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뜻 그대로 받아들여 계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하지만 예수님의 계명을 우리의 힘과 의지로는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인간의 비참함에 대한 자각으로 겸손해지며, 그러한 인간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보혈이 우리의 허물과 죄를 씻어주시므로 우리가 계명을 지키지 못함으로 인한 벌을 면제받게 된다는 것에 대하여 넘치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계명을 내리신 것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라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계명이 아닌 예수님의 보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면 신율법주의로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라면 매일 조금씩 우리의 삶을 예수 이야기에 맞추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천종호 판사의 예수 이야기
©도서 「천종호 판사의 예수 이야기」

저자 소개

저자 천종호 판사는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으며,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7년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임관되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방법원, 부산가정법원을 거쳐 현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법의 잣대는 엄정하되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지날 때 세상이 좀 더 정의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 법조인이다. 2012년 소년부 판사가 된 이후 '소년범의 대부'로 통하고 있으며, 소년범들의 대변인이 되어 왔다. 저서로는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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