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열 교수
정홍열 교수가 11일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조직신학회 영상 캡처

한국조직신학회(정홍열 회장)가 11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양평군 소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이하 아신대)에서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신학과 교회’라는 주제로 제16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정홍열 교수(아신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지금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기본형식이 무너진 시대 속에서 힘겹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사회를 구성해 왔던 다양한 공동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해체된 상황 속에서 낯선 생활방식에 힘겹게 적응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이 끝나더라도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단순히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사회 형식은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우리의 기본적인 삶의 형식을 바꿔놓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우리가 현재 비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형식들이 어느덧 당연시되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뉴노멀이라고 부르고 있다. 뉴노멀시대의 특징은 분명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고려한 명명이라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 동안 공동체적 형식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구성된 다양한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소위 언택트(untact)라는 말로 접촉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존의 방식으로 도입되면서 기존의 많은 기간조직들이 해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며 “학교가 그동안 해왔던 대면수업은 너무나 당연한 교육의 기본 조건이었지만 이제는 전염병의 확산에 매우 취약한 방식이기에 기피의 조건이 되어 버렸다. 변화된 수업의 상황은 매우 낯설어서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에 비대면 교육방식으로 적응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처럼 기존의 학교교육이 위기와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조직들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긴박하게 다가오는 조직이 바로 교회”라며 “교회란 조직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불리는 공동체다. 교회는 본질상 공동체적이며 신자들이 모여서 유기적 조직체를 구성한 것이 교회다. 공동체적 관계가 교회의 필수적인 존재방식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전염병 전파를 억제하기 위해 공동체적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는 방역지침에 따라 교회는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명분과 모여서 단체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당부분 상실했다”며 “지역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참여와 관계결성 등은 지역교회의 필수적 존재방식이지만 지역과 공간 대신 가상공간과 온라인 접속에 의한 관계유지 등은 기존의 교회의 신앙생활에서는 매우 낯선 경험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모습들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교회의 뉴노멀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회가 당면한 위기는 단지 팬데믹 만으로 발생된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서 교회의 본질인 복음의 생명력 상실이 더 큰 위기의 원인이라 하겠다”며 “어쩌면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 4차 산업혁명의 상황 속에서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팬데믹 상황이 우리의 사회변화의 속도에 가속도를 더 해 준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생활방식은 공동체보다는 개별인으로, 다양한 관계보다는 선택적 제한적 관계가 우선시 되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변화된 사회적 지형으로 인해 이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교회의 생존지반은 그보다 앞서 진행되어 온 복음의 생명력 상실과 교단의 정치화 및 교회의 세속화 그리고 사회로부터의 무관심과 냉대 등에 직면해서 더 본질적인 위기에 처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 한국교회는 이중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2020년 2월 신천지를 통해 코로나 집단감염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는 신천지 집단과 교회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해 교회는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질타 받고 때로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늘 경원시 되어 왔다”며 “다수의 사람들이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는 교회의 특성상, 공동예배, 주일학교 교육, 친교, 심지어 공동식사 등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들로 간주되어 대부분 금지되거나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교회들은 예배인원 제한이라는 정부의 강제적 지도를 받고 있고 교회의 일상적인 모임들은 대부분 금지되어 있는 상태다. 정상적인 교회운영과 목회가 이루어질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는 코로나로 인해 정부로부터 핍박을 받는 피해집단처럼 생각하는 피해 의식이 교회 내부에서는 만연해 있다. 경우에 따라 정부의 방역수칙을 일부러 어겨가면서 비상식적으로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는 소수의 교회들도 있다. 이들은 정부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며 교회를 향해 편향적으로 지나친 압박을 가한다고 억울해 한다. 코로나로 인해 빚어진 교회와 정부당국과의 갈등 속에서 그 가운데 교회가 당한 피해는 비단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인한 것만이 아니라 신자들의 감염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해서 교회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면예배와 공간적 참여에 기반한 전통적 예배형태가 불가능해진 현재의 상황에서 비대면 온라인 예배와 교회 행사 등이 한편으로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준 면도 있으나 반대로 전통적 예배와 교회 행사의 자리가 위축되고 나아가서는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교회를 떠난 성도들이 코로나 이후의 상황 속에서 모두 교회로 다시 돌아온다는 낙관적인 기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가나안 성도를 경험한 한국교회가 이제는 비대면 예배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뉴노멀 시대의 성도들을 다시 교회로 유인해 올 마땅한 프로그램이나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교회가 풀어나가야 할 미래의 과제는 매우 심각하게 인식된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당하는 어려움과 별도로 이따금 발표되는 교회를 통한 코로나 집단감염의 기사들은 교회를 사회로부터 더 부정적인 배타적 집단으로 내모는 빌미를 주기에 충분하다”며 “교회는 사회로부터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비협조적 집단으로 몰리고 교회를 향한 일반인들의 적대감은 점점 더 증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교회는 그런 사회를 향해 억울하다고 변명하며 더 고립적인 게토로 밀려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원래 사람이 모이는 곳이고 모여야만 하는 곳이다. 교회(ecclesia)라는 말의 어원 자체가 부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집단적 공동체적 의미가 전제되고 있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모이지 않는 교회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교회의 크고 작은 모임 안에는 수많은 친밀한 관계들이 작동하고 있어서 모임이 금지될 경우 그 안에서 이어졌던 수많은 관계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령별 직무별 성별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형성된 관계와 그 관계를 기초로 형성된 공동체 의식은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매우 본질적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관계들은 모두 교회 출석을 전제로 한 대면적 관계였던 까닭에 비대면적 온라인상의 접촉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차원에서는 한편으로는 대안적 위로는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낯설고 불만족스러운 것이 당연한 현실”이라며 “이처럼 교회의 생존방식에 역행하는 환경적 조건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것이 교회가 당면한 과제”라고 했다.

정 교수는 “뉴노멀 시대에 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말하자면, 우선 복음을 소통하는 기관으로서의 교회가 맞이하게 된 소통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상황 속에서 비대면 집회와 온라인을 통해 구성된 공동체는 전통적인 교회의 활동에서는 낯선 모습”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대안적 프로그램에서 대세로 자리매김 되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역적 공간적 출석이 제약받고 온리인 상의 가상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진정성의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신학적 성찰이 더 많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요한복음 4장 21~24절에서 예수님은 예배의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때가 중요하며 그 때에 진정성 있게 예배드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며 “하나님께서 예배자를 찾으시는 때에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리면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의 장소 곧 복음이 소통되는 교회라고 말씀하신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우리의 주제로 적용해 보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때에 영과 진리로 응답하는 사람이 진정한 예배자이고 그곳이 교회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즉 복음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복음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그 곳이 예배의 자리이고 교회의 현장이라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참교회와 진정한 예배의 문제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또 관계의 결속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결속력이 문제인 것”이라며 “시간과 자세의 문제가 확보되면 그 예배는 참 예배가 되고 그곳은 참 교회가 된다. 복음을 순수하게 지키고 간직하는 공동체라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복음을 긴밀하게 소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장왕식 교수(감신대)가 ‘코로나 이후 시대의 신학적 전망: 종교철학적 접근’, 김만준 박사(덕수교회)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한국교회 진단과 올바른 교회론 모색’, 최유진 교수(호남신대)기 Intellectus Amoris: 코로나와 젠더 그리고 보편적 돌봄’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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