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권을 회복한 날이다. ‘어둠’으로부터 ‘빛’을 되찾은 날이라는 의미로 광복절(光復節)이라 이름을 정하고 국경일로 지키고 있다.

이런 광복절은 한국교회에 있어 다른 국경일과는 분명 다른 의미가 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인권 유린, 수탈과 착취를 당할 때 기독교 지도자들이 들고 일어나 독립 자주 구국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자발적 비폭력 시민운동으로 불길처럼 한반도 전체에 번진 3.1만세운동 당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했지만 주도적으로 역할을 감당한 것이 기독교 지도자들이다. 교회가 만세운동의 중심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에 기독교 지도자들의 헌신과 희생은 한국교회의 긍지요 빛나는 보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눈부신 광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에 많은 기독교인이 투철한 민족의식에 굳건한 신앙을 더해 고난 속에서 더욱 연단한 정금과도 같았던 반면에 3.1만세운동 이후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이 시작되자 신앙의 절개를 버리고 불의한 세력과 결탁하는 이들도 속출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교 제27회 총회였다. 당시 교회 대표들은 신앙적 양심과 죄책감마저 내던져버린 채 ‘신사참배’를 가결했다. “신사참배는 종교가 아닌 국가의식”이라며 참회 대신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일제가 한반도를 교두보로 대륙침략전쟁에 나서자 소위 ‘국민정신 총동원’의 나팔수를 자임해 지원병과 창씨개명을 독려하고 전쟁헌금을 거두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후일 교회사가들은 이들의 행위를 불의한 권력과 결탁해 신앙을 내버린 수치스러운 변절, 배교로 규정했다.

광복 이후 한국교회는 좌우 이념 대립의 혼란기와, 이어 발발한 6.25 한국전쟁의 참화를 딛고 다시 일어서야만 했다. 그러나 신사참배 가결 등 일제강점기에 교회가 저지른 죄과 문제에 발목을 잡혀 서로 반목하며 갈등했다. 이 문제를 발단으로 예장에서 고신이 분열하고, 다시 신학사상 차이로 기장과 예장의 분열, WCC 문제로 통합측과 합동측이 분열하는 등 중대 고비를 맞았다.

교회끼리 다투고 갈등하다 서로 등을 돌리고 나뉘는 것은 분명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 성경은 “평안에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4:3)고 하셨다. 더구나 죄악에 대한 통렬한 참회를 뒤로 미루고 서로를 정죄하는데 급급했던 것이 분열의 단초가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한국교회 역사에서 교단 분열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로 갈등하며 다툼을 지속하느니 차라리 각자의 길을 가며 복음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낫다는 것이다. 풀러신학교 선교학 교수였던 맥거브런은 그의 저서 <교회 성장의 이해>에서 “종종 교회는 찢겨지고, 찢겨진 부분들은 자란다”며 1950년대 한국 장로회의 분열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평가했다.

130년 전에 복음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들어온 선교사들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여러 나라 여러 교단에서 파송됐다. 그들은 복음 선교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서로 선의의 경쟁으로 지역을 분할해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우고 구령사업을 시작했다. 한낱 적은 수의 외래 종교에 불과했던 기독교가 그 어떤 토착 종교보다 국민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이들 선교사들의 복음적 열정과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교회는 숱한 영욕의 세월을 견뎌오며 기록적인 성장과 부흥을 거듭했다. 전후 잿더미 속에서 이뤄낸 기적적인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기독교인들의 근면 성실한 정신과 애국애족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만 정치적 격동기에 보수와 진보의 길이 확연히 나뉘면서 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과 메시지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는 한동안 교회 분열에 대해, 그 분열이 가져온 문제점들에게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점으로 교단 간의 통합, 연합기관 간의 통합의 필연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매번 아주 작은 문제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노력을 하기보다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후퇴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통합의 불씨가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교총은 9일 한교연, 한기총과의 통합 추진 목표로 공식적인 시동을 걸었다. 공동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가 분열을 회개하고 다시 하나가 되어 원 리더십으로 새로운 미래를 계획해 나가야 한다”며 기관 통합의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한교연과 한기총이 이에 어떻게 응답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조심스런 분위기다. 그러나 한교연이 8.15 광복절을 앞두고 10일 발표한 메시지를 보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공동의 목표를 정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교연은 “‘젠더주의’로 무장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평등법은 모두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의 준동”이라고 규정했다. “인권을 가장한 반(反)인권, 평등으로 포장한 반(反)평등이 헌법의 가치를 무장 해제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정하며 기독교를 해체하려 달려들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교회가 소모적인 갈등과 대결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처음 2,000명대를 돌파하는 등 사회 전분야가 패닉 상태에 빠진 이때야말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과거 믿음의 선열들이 보여준 신앙적 기개와 결단으로 각성할 때다. 한국교회만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깊은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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