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베리타스 포럼, 앨리스터 맥그라스 교수 초청 강연
앨리스터 맥그라스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고려대 베리타스 포럼

세계적인 기독교 변증학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 앨리스터 맥그라스 교수가 8일 유튜브와 줌(Zoom)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 고려대 베리타스포럼에서 강의했다. 이날 온라인 강연회는 사회자로 참여한 이준호 교수가 사전 질문을 던지고, 맥그라스 교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연 이후엔 주요 참석자들과의 Q&A 시간, 장신대 전 총장인 임성빈 교수가 패널로 참여한 토론 순서가 이어졌다. 통역은 박상혁 목사(갈릴리침례교회)가 맡았다.

알리스터 맥그라스 교수는 ‘과학의 시대, 기독교적 설명의 유효성 그리고 과학적 설명과의 공존 가능성’이라는 질문에 대해 “나 또한 과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학은 인생의 부분적인 질문에만 답변을 줄 수 있다. 즉 선과 악, 인생의 의미, 삶의 목적 등에 대해선 답을 주기엔 매우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인슈타인은 과학뿐만 아니라 윤리, 정치, 종교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왜냐면 다른 시각을 견지하는 학문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보완해야만 인생의 큰 그림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실은 과학적 이론만으로 설명하기엔 훨씬 복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은 윤리적 가치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는 인생의 의미, 윤리적 가치를 설명하는데 유효한 도구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공존하는 것”이라며 “과학자들은 인간 속성에 대한 설명으로, 환원주의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가령 DNA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은 ‘기쁨, 슬픔 등은 우리 두뇌의 신경세포와 이를 가능케 한 분자들의 움직임일 뿐’이라고 했다. 신경세포의 덩어리를 인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물론 신경세포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우리 인간됨은 단지 신경세포만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했다.

맥그라스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성경은 과학에서 찾을 수 없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있다. 성경은 세상과 인간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두고, 하나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삶의 목적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당신은 우리가 당신을 향해서 살도록 창조하셨기에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는 편안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런 성경적 가르침은 인간 속성에 관해 과학의 제한된 설명을 보완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처드 도킨스도 1976년 출판한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DNA에 의해 조정 받는 기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란 물려받은 DNA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며 ”이런 주장은 전형적인 환원주의적 주장이다. 사실상 ‘인간은 원자와 분자의 조합’이라는 주장과 유사한 것이다. 분자로 구성된 물과 인간의 본질엔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와 여러분 모두는 물이 아니다. 유대인 신학자 마틴 부버는 이런 과학적 이론의 순수한 인간 묘사가 서로를 '너'와 '나'가 아닌, '그것'으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했다”며 “마틴 부버는 인간 정체성이란 타자와의 관계 맺는 능력에 기초한다고 했다. 때문에 기독교는 인간을 상대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인격적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에서 인간은 물질 그 이상으로, 하나님 형상을 따라 지어졌고, 죄로 인해 그 형상이 깨어지면서 치유와 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리고 우리의 죄 문제를 지적한 뒤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치유와 구속이 있음을 역설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환원주의적 태도는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이를 구성하는 요소로 설명하는 것이다.자칫 왜곡된 결론에도 이를 수 있다. 인간은 그저 물질적 존재, 그 이상의 어떠한 목적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한다”며 “그러나 이는 과학적 주장이 아닌, 과학적 설명의 모양을 띈 형이상학적 세계관일 뿐”이라고 했다.

이처럼 “AI 기술도 인간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현재도 많은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대량학살과 전쟁을 위한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지구상 존재하는 종 가운데 인류만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기독교는 인간 속성이 죄로 인해 파괴되고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맥그라스 교수는 “그럼에도 성경은 하나님이 망가지고 상처받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그리스도의 구원과 구속을 통해 회복과 고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는 하나님께서 인류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우릴 향해 당신의 사랑을 확증한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와 같이 사랑하신다면, 인생이란 의미 없는 사건이 아니"라고 했다.

‘기독교의 영생과 부활, 그리고 트랜스휴머니즘 기술이 선사하는 영생의 차이’에 대해선 “트랜스휴머니즘 주의자들은 기술을 통해 영생을 획득 할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학자로 닉 보스트롬은 인간의 기대수명이 500년 이상 되는 포스트휴먼의 등장을 예고했다”며 “문제는 여기엔 많은 돈이 투입된다. 때문에 보통 재정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트랜스휴머니즘 기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발전이 세계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저는 영원히 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쓸모 있기를 바라지만, 죽은 뒤 하나님과 함께 있을 것을 믿는다”며 “죽음이란 하나님께 나아가는 또 다른 관문”이라고도 했다.

맥그라스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 주의자들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인간을 재 프로그램화한다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 한다”며 “하지만 누가 우리를 재 프로그램화 하겠는가? 이러한 작업은 인간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으며, 특정 부류의 이익과 관심사가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특정 사회 집단의 신념과 가치관을 복제하기 위해 재 프로그램화를 시도하는 사회도 경계된다. 생각의 패턴마저 바꿔 재 프로그램화에 대한 비판마저도 마비시킨 디스토피아 사회의 도래인 것”이라며 “이는 인간이 통제자의 뜻에 순응하도록 재 프로그램화되는 세상인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와도 비슷하다. 이런 미래에서 인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을까? 내가 우려 하는 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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