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박사
신국원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제공

2021 제6차 한국 C.S. 루이스 컨퍼런스가 5일 오후 온라인 줌(ZOOM)을 통해 개최됐다.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원장 심현찬 박사)이 주최하고 열린교회(담임 김남준 목사), 세움북스(대표 강인구), 미 예일대 에드워즈센터, 미 덴버신학교 한국어부가 후원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가 나섰다.

신 교수는 “루이스는 팬데믹보다 더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고스란히 경험한 사람이다. 그의 저서 ‘전시의 학문’은 영광의 무게에서 전쟁의 난리통에서 공부하는 게 왜 무책임한 일이 아닌지를 담담히 설명했다”며 ‘전시의 학문’에서 한 대목을 소개했다.

루이스는 이 책에서 “임박한 위험을 외면한 뒤나 불의를 바로잡은 뒤에야 문화 활동들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럴만한 시기란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은 포위된 도시에서도 수학 공리를 내놓고, 사형수 감방에서 형이상학적 논증을 펴고, 테르모필레에서도 머리를 빗었다”(p33-44 중략)고 했다. 그러면서 루이스는 “지식과 미를 그 자체로 추구하되 그 욕구를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라는 뜻”(p46-47)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기독교 사상은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의 것은 아니고자 했고, 세상적 사상을 성경적 진리로 바꾸는 대화와 변혁의 역사였다”며 “기독교 철학과 신학의 목표란 사도 바울의 말처럼 모든 이론을 무너뜨리고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기독교 철학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노만 가이슬러의 주장처럼 기독교와 철학은 애증 관계를 맺어왔다. 서양 철학은 처음 복음이 전파될 무렵 이미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었다”며 “기원전 7세기 중반 소아시아의 그리스 식민지에서 발생한 철학은 사람의 인생에 근본적인 질문을 다뤄왔고, 그 문화에 속했던 그리스도인들도 신앙의 문제를 사고하는데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제 6차 c.s.루이스 컨퍼런스
신국원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줌 캡쳐

때문에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철학과 결코 편하지 않으나 무시할 수도 없는 특이한 관계였다”며 “기독교와 철학의 사이가 특히 불편해진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철학은 16세기 이후 종교와 완전히 다른 무엇이 됐다. 철학이 급속도로 세속화했기 때문이다. 곧 근대 이후 철학은 인간의 이성에만 기초를 둔 철저한 인본주의적 학문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는 사적인 믿음의 문제요, 비과학적이라고 간주된 반면, 철학은 명료한 논리에 입각해 객관성, 엄밀성, 합리성, 필연성을 갖춘 확신한 기초라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철학계 에서는 기독교 철학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지배했다”며 “이런 반대를 딛고 기독교철학을 정립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사람들이 바로 신칼빈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이성의 자율성과 종교적 중립성이 하나의 신화라며 이성은 신앙에 토대를 둬야만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성경을 안경으로 삼아 세상을 보려는 철학을 세우려고 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기독교 철학은 세속 사상의 허구성을 밝히고 그들의 비판에 맞서, 성경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가 문화적 영향력을 자꾸 상실하는 것은 지성의 부재에 있다”며 “신학자 그레샴 메이천은 ‘오늘 학문적 사변의 문제가 내일엔 군대를 움직이며 제국을 무너트린다’고 했다. 열정적 전도와 설교로 작은 전투에서 이긴다 해도, 사상 전쟁에서 패해 불신사상이 팽배하면 기독교는 무해한 망상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때문에) 기독교 철학이 성경의 안목을 갖춘 지성인 양성이 기본 조건이라면, 세계와 삶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철학 훈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기독교의 문화적 영향력 회복을 위해서도 성경적 기독교 철학의 확립이 필수”라며 “(이 대목에서) 루이스의 ‘전시의 학문’을 되새겨보고 싶다. 이는 그의 회심도 전쟁도 자신이 영문학을 버리게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2021 C.S. 루이스 컨퍼런스
정성욱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줌 캡쳐

정성욱 교수(덴버신학교)는 “루이스는 인간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을 구별한 뒤, 여기서 파생되는 네 가지 사랑인 애정, 우정, 에로스 그리고 자비에 대한 통찰을 이어간다”며 “먼저 인간의 사랑은 필요에 기초한 사랑으로,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으로 봤다. 반면 하나님의 사랑은 필요의 사랑이 아닌, 선물의 사랑이다. 그분께는 결핍이 없기에 언제나 타인을 복되게 하는 선물의 사랑”이라고 했다.

이어 “루이스는 첫째 사랑은 애정(affection)이다. 보통 어머니의 모성애로 대표되는 이 사랑은 필요와 선물의 사랑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애정이 필요의 사랑에만 머물러 있다면 여러 가지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며 “둘째 사랑은 우정(friendship)이다. 이에 대해 루이스는 본능, 그리고 대부분의 의무와 질투로부터 자유롭다고 했다. 또한, 필요의 사랑에서도 거리가 멀어 자유를 누리는 사랑이라고 봤다. 영적이며 천사들 사이의 사랑이라고 칭송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셋째 사랑은 낭만적 사랑 곧 에로스(eros)다. 루이스에 따르면, 에로스는 성적 욕망과 다르며 사랑의 대상을 우상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 나아가는 수단으로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넷째 사랑은 자비(charity)다. 루이스는 이를 하나님의 사랑이자 본질상 선물의 사랑이라고도 봤다. 즉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사랑에 대해 우리 자신의 무가치함을 고백하고,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구약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금명을 주셨다. 곧 아담과 하와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자유로운 순종과 사랑으로 응답할 것을 요구하셨다. 하나님과 사람의 수직적 관계 속에서 서로 사랑이 존재해야 함을 계시적으로 보여주신 것”이라며 “(하지만) 죄가 들어오면서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아담과 하와 사이에 유지됐던 사랑의 관계가 깨어졌다”고 했다.

제 6차 c.s.루이스 컨퍼런스
제 6차 c.s.루이스 컨퍼런스의 참가자들이 온라인 줌을 통해 강연을 듣고 있다. ©줌 캡쳐

정 교수는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향해 아가페적 사랑을 보여주셨다. 제자들의 계속적인 허물과 어리석음에도 인내하시고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요 13:1)”이라며 “나아가 예수님은 제자들을 당신의 친구라 부르시고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게 가장 큰 사랑임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과 제자 12명이 함께 누렸던 사랑의 교제는 ‘교제의 영’이신 성령이 오신 뒤 교회가 형성되면서 더 깊은 차원으로 진입하게 됐다. 오순절 성경강림 후 예루살렘교회는 깊고 풍성한 사랑의 교제로 충만해졌다”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방식이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성령 세 위격의 ‘연합적 친교’ 즉 ‘코이노니아’다. 이러한 연합적 친교는 사랑의 친교로서 하나님은 아들과 성령, 아들은 아버지와 성령,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셨다”고 했다.

또한 “이처럼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방식이 사랑의 교제이기에, 하나님은 우리 성도들에게도 깊은 사랑의 교제를 누리라고 명령하신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거듭나고 중생한 성도들은 최로 인해 깨어졌던 하나님과의 수직적인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도들의 수평적인 사랑도 회복된다. 성도들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그들의 신앙인격이 더욱 깊어지고 성숙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삶 속에서 죄인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을 찾아가 사랑의 관계를 맺으면서 하나님과 화해하도록 이끄시는 삶을 사셨다는 것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삶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며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죄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그들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하나님 아버지께로 화해시키는 전도와 선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는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성령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성도 간의 교제다. 이것이 교회론의 핵심이자 본질”이라며 “보이지 않는 측면 내면적 교통, 영적 교제, 막힘 없는 소통, 죄와 갈등 등에 대한 고백, 강력한 소그룹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교회의 유기적 공동체성을 생각할 때, 성도들이 성령 안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인성 교수(숭실대)는 “1936년 출간한 문학비평서인 ‘사랑의 알레고리’에서 궁정식 사랑(courtly love)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발표했다. 24년 후에 출간된 '네 가지 사랑'의 근간이기도 했다”며 “루이스는 궁정식 사랑에 대해 겸손, 공손, 간통, 사랑의 종교를 제시하며 매우 특별한 종류의 사랑이라고 칭송했다. 이 중 13세기 초에 활동했던 작가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를 제시했다. 안드레아스에게 사랑의 목적은 실제적인 열매이며, 근원은 보이는 아름다움이지만 관능적인 사람은 사랑의 세계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사랑은 일종의 순결”이라고 했다.

이후 “C.S. 루이스는 ‘네 가지 사랑’에서 인간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되려면, 사랑이신 하나님을 닮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선물의 사랑과 필요의 사랑을 구분해서 설명했다”며 “선물의 사랑이란 신적인 것이고, 필요의 사랑이란 빈곤의 자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물의 사랑은 필요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필요의 즐거움이란 감상의 즐거움이 중독 등에 의해 변질된 상태라고 봤다. 필요의 즐거움이란 필요의 사랑의 전조라며 ‘사랑이 신이 될 때, 사랑은 악마가 된다’고 상기시키고 있다”며 “봉건시대에는 사랑과 결혼이 무관했다. 모든 결혼은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었고, 그것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었다. 열정적인 사랑이란 악한 것으로 치부됐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마저 간통으로 치부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궁정식 사랑은 이런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루이스가 ‘사랑의 알레고리’의 첫 장에서 궁정식 사랑에 지면을 할애한 이유란, 르네상스·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20세기로 이어지는 사랑의 개념과 사랑의 실천을 이해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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