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정경으로 인정된 성경의 책들을 모은 성경전서를 캐논(canon)이라고 한다. 캐논은 표준 혹은 기준이라는 뜻이다.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으로 보면 성경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이 제시하신 기준을 알려준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히13:8) 따라서 우리는 요동치는 세상의 기준으로 성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는 기준인 성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성경을 펼쳤을 때 40여명의 저자가 1500여년의 긴 세월동안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말하는 것처럼 보여서 무엇이 기준인지 막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딤후 3:16)라는 말씀처럼 성경을 기록한 사람은 여럿일지라도, 성경의 원저자는 한 분 하나님이시다.

성경은 하나님께 선택받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및 그 자손들로 형성된 국가 이스라엘의 역사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스스로를 드러내시는데 역사적인 설명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성경은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의 역사이지만 그들 모두에 개입하신 삼위 하나님의 역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 저자는 여럿일지라도 원저자이신 그분의 뜻은 분명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뜻을 찾아야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일관된 뜻을 찾고자 한다면 성경 전체를 통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큰통독>의 저자 주해홍 목사님은 성경의 통전적 이해를 위한 2가지 읽기 방법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스토리라인을 따라 읽는 것이다. 성경이 이스라엘의 역사이기에 다른 역사를 공부하는 것처럼 시간적 흐름을 설명하는 역사서의 줄거리(storyline) 따라 읽기를 통해 시간, 장소, 인물 간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메시지(plotline) 따라 읽기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역사이기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전하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메시지 따라 읽기는 역사서, 예언서, 지혜서, 시가서에서 같은 시대의 내용들을 함께 모아 읽음으로써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예언, 지혜, 시편의 메시지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 원한다면 우리의 지식, 감정, 의지를 모두 사용한 전인적 성경읽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우리의 지성을 사용하여 성경 속에 계시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이해하려는 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창조주, 구세주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이끄시는 인도주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이해해야 한다. 이 세상은 반드시 종말이 있으며, 종말의 때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구속된 것이 확인된다는 종말론적 구속사의 관점이다. 둘째, 성경을 통해 종말의 목적과 방향은 하나님 나라의 회복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은 성령 하나님과 감정적 교류를 통해 그분이 조명해 주시는 회복의 길을 알아가는 하나님 나라 회복의 관점이다. 셋째,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회복되려면 그 백성들은 세상과는 구별된 거룩한 삶의 관점으로 살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발견했다면, 성경의 각 책속에서 제시되는 하나하나의 작은 이야기들에서 그 뜻을 하나님의 방법으로(神爲) 이루려는 것인지, 인간의 방법으로(人爲) 이루려는 것인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자기중심성(自己中心性)을 따르려는 것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보다는 자기의 뜻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설혹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방법보다는 인간의 방법을, 그보다는 자신의 방법을 택하는 속성이 강하다. 이런 방법들 중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은 우리 스스로를 꺾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것도 나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통독이 숲을 보는 것이라면, 성경을 암송하고, 연구하는 것은 각각의 나무들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다. 매일의 QT를 통해 주어진 만나와 같은 생명의 말씀을 암송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성령님의 조명과 인도를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매일의 삶 속에서 말씀이 우리 선택의 기준이 되어 삶을 예배로 드리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 나가야 한다. 성경 속에 스스로를 드러내신 하나님을 성경은 읽지 않고 믿는 것이 가능한가? 성경 속의 인물들에게 직접 혹은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은 같은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그것을 읽지 않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가능한가?

레슬리 뉴비긴은 선교사나 기독교인이나 모두 교차로에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슬람 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는 코란과 이슬람 전통문화의 메타네러티브라는 큰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성경의 창조-타락-구속-완성의 메타네러티브의 길을 걸으면서 삶의 현장이라는 교차로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우리도 교회 밖으로 나오면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진행하는 무신론적 세계관의 길 혹은 뉴에이지의 상대주의적 세계관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 삶의 현장이라는 교차로에서 만난다. 선교사의 삶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역시 교차로에서 만난 그들을 성경적 세계관의 길로 정중히 초대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칼 F.H. 헨리는 기독교인들이 무신론자보다 하나님에 대해 더 알기는 하지만 이 시대의 영적 반란과 도덕적 방탕함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정오의 빛을 내뿜으며 서 있을 수 있는 견고한 믿음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성경 속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 시대의 상황을 이해한 사람들에게 그 정오의 빛과 같은 견고한 신앙과 삶의 기준을 제공할 것이다.

묵상: 나의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알게 하신 기준에 순종하지 못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