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현섭 총신대 재활상담학과 교수
조현섭 교수 ©노형구 기자

청소년의 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교회마다 한 명의 중독 전문가를 양성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사)청소년중독예방본부(이사장 홍호수 목사, 청예본)의 대표인 조현섭 교수(총신대 재활상담학과)의 말이다. 청예본은 지난달 10일부터 온라인 중계(Zoom 또는 유튜브)를 통해 성경적 중독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최 측은 교육과정에 참여한 교회들을 대상으로 중독치유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인적·교육 자원 등을 무상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이유는 뭘까?

조 교수는 “알코올 자조집단 등이 중독 치유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서 항상 제기돼 왔다”며 “이것의 치료 효과는 공동체를 통한 나눔과 격려에 있다. 교회가 이를 운영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교회의 본질상 그렇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조현섭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 주요한 중독 유형과 이에 빠져드는 원인은 무엇인지?

“현재 학계는 알코올, 마약, 도박, 미디어(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주요한 중독 유형들로 뽑고 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전적 요인. 직계 가족 중 중독자가 있는 경우다. 둘째, 심리적인 원인이다. 외롭고, 소속감을 못 느끼며, 열등감이 많거나 충동조절이 잘 되지 않고, 매사를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경우 등 대부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칭찬을 받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중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 요즘 미디어중독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중, 죽이고 자르는 방식으로 살인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게임 동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된다면 단계별로 내성이 생긴다. 심각한 단계로 진입하면, 일상의 평범한 것들에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까지 이른다.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뇌구조가 변하는 것이다.”

- 미디어 중독이 삶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점점 기계의 노예가 된다는 문제다. 기계 문명의 발전이 인간성의 많은 부분을 말살하고 있다. 사고력, 공감능력 등의 상실이다. 기계발달로 인간은 점점 ‘로봇화’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잔인한 살인사건 등이 발생해도 점점 무덤덤해진다. 인간성이 말살되는 것이다.”

- 다음 세대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단기적 해결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예방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미디어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자리했다. 한 마디로 없으면 생활에 지장을 받는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다음세대의 어린 아이들부터 만 2세까지는 스마트폰을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싶다. 여기엔 TV, 심지어 교육용 만화영화 등도 포함한다.”

- 이유는 무엇인가?

“유년시절은 뇌 발달이 진행되는 시기다. 어린아이들이 미디어에 자주 접하면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지고, 사고력, 판단력, 문제해결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 발달은 더뎌진다. 반대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전두엽 부위가 발달한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유년시절부터 자주 접한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기억력이 퇴행된다. 공부도 못하고, 문제해결 능력도 부족해 대인관계에 있어 큰 어려움도 겪는다. 대화를 통한 해결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행태 가령 가출, 학교 폭력 등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합리적 판단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 위와 비슷한 경우로 상담소를 찾은 사례가 있나?

“본인이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 상식이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부모나 선생님, 주변 친구들을 때리는 경우들이 있다. 가령 엄마의 목을 조른 아이가 상담소에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왜 엄마 목을 졸랐니?’라고 물었다. 그러더니 그 아이는 ‘엄마가 컴퓨터코드를 빼서요’라며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고 끝까지 부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 심리학자로서 스마트폰의 어떤 특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지 궁금하다.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자체가 원래 어렵다.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 만큼 관계는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대인관계를 단절한 채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시대다. 그저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죠’라며 SNS, 유튜브, 게임 등 스마트폰 콘텐츠만으로 일상의 영위가 가능한 것이다.”

총신대 조현섭 교수 강의 모습
조현섭 교수가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스마트폰 중독 예방 관련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현섭 교수 제공

- 해결방안이 있다면?

“다음세대의 미디어 중독문제로만 논의를 좁히자면, 부모의 자녀를 향한 무관심에 큰 원인이 있다. 부모가 유년시절부터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친구들과의 교제나 음악, 운동 등 건강한 여가생활을 독려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쁨을 분출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만 시킨다고 지능이 발달되는 게 아니다. 가령 축구, 농구 등을 하면 패스, 위치 파악 등을 위해 뇌가 순간적으로 활성화된다. 단체 운동이 판단능력, 성취능력 등 뇌 발달에 있어 공부보다 훨씬 유익하다. 운동이 스마트폰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대신 분출해주고, 지능도 발달시킨다. 1석 2조의 효과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부모님들에게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자녀가 학원에서 앉아 공부만 하면 친구관계도 어렵고, 운동도 못 한다. 그러니 결국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만 보는 것이다. 다만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자녀들은 중독에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가정불화가 스마트폰 등 중독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부모님이 서로 싸우거나, 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자녀들은 방에 콕 박혀 스마트폰으로 도피하기 십상이다.”

- 중독의 근원적 문제는 결국 관계문제에 있는 것인가?

“관계성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필수다.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은 바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 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인간관계를 잘 맺을까?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도 부모 때문이다. 특히 자녀의 인격 자체보다 공부나 성적이라는 시각으로만 자녀를 보는 경향을 지적하고 싶다. 일례로 유년시절부터 부모로부터 학업 성적을 두고 '왜 이것밖에 못 했냐'는 얘기를 자주 들은 한 청년이 있었다. 이후 청년이 돼서 그는 ‘삶에 대해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며 자살시도를 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부정적으로 자녀의 성과를 깎아내리기보다 ‘잘 한다 내 아들, 내 딸’이라며 칭찬해주는 게 좋다. 그러면 다음번엔 더 나은 성적을 받지 않을까? 굳이 성적 때문이 아니어도, 청년이 돼서도 자살시도를 쉽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부모가 나를 지지해줬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부모 교육을 따로 받을 필요가 있다. 부모됨은 스스로 되는 게 아닌, 배우는 것이다. 교회에서 부모교육을 하는 곳이 많다. 교회가 이를 더욱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

총신대 조현섭 교수
총신대 조현섭 교수가 예장합동 총회가 주최한 중독상담대책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현섭 교수 제공

- 신앙이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중독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에 종속돼 있다는 의미다. 하나님이 아닌, 술, 도박 등을 섬기는 것이다. 만일 자녀가 예배, 친구들과의 놀이 활동 등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교회생활이 더 재미있다면 스마트폰, 게임 등에 몰입할 수 있을까?”

- 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이 있다면?

“교회가 아이들에게 즐거운 장소가 돼야 한다.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장소로 인식돼야 한다. 때문에 교회에 오는데 꺼려지는 공포분위기의 형성은 지양해달라고 제언하고 싶다. 가령 ‘이거 하면 벌 받는다’는 식의 금기다. 이보다 교회에 온 아이들을 칭찬해주는 방향이 되면 어떨까? 그렇게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 기쁘고 즐겁게 느껴지는 장소였으면 좋겠다. 성경공부만 권유하지 말고, 청소년 아이들의 욕구를 적절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성경적 가치관을 함유한 좋은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교회가 중독 문제의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교회가 중독문제에 관심을 갖고 치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겠다. 교회의 특징은 두터운 공동체성이다. 중독 치유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일례로 임상에선 알코올 자조집단 등 치유공동체가 중독 치유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기돼 왔다. 이것의 효과는 공동체를 통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나눔과 격려에 있다. 교회가 이를 운영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교회의 본질상 그렇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돼야한다.

교회 내부에서도 중독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교회로 오도록 유도하고 중독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회마다 중독 전문가가 최소 1명이 있어야 하고,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 과정도 더욱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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