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한국실천신학회 제80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정재영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실천신학회가 22일 오전 10시 호서대학교 대학교회에서 ‘탈교회 시대의 실천신학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제80회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탈교회 현상과 비제도권 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정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교회가 큰 어려움에 처하면서 교회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장 예배가 중단되면서 예배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모임 자체가 제한되면서 교회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사회에서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기회의 시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며 오랫동안 누적된 관성으로 인해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혁을 감행할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교회도 이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사회 변화에 따라 어떻게 적실성 있는 신앙생활을 이루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제도화의 문제이다. 모든 종교는 제도화에 따라 관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제도화는 종교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는 창시자 당대의 운동으로 끝나게 된다. 제도화를 통해서 지도력이 전달되고 가치와 정신이 전수되어야 후세대를 통해서 유지되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종교 운동이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며 “조직의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규정들이 본래의 정신보다 더 강조되는 관료주의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른 무엇보다 조직의 유지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는 목적 전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점에서 제도화된 관행을 극복하고 교회 본래의 정신과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 강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 때 처음 나온 것은 아니”라며 “이미 교회 여러 면에 걸쳐서 제도화로 인해 왜곡된 현상이 나타나면서 교회 갱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었고 일부에서는 기성 교회를 떠나서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세우고 여기서 본질적인 교회와 기독교 신앙을 추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교회들이 교회 본질에 적합하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학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사회학의 연구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다만 이러한 활동들이 어떤 계기로 일어나고 있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신앙적 욕구를 이해할 수 있고 기성 교회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비제도권 교회 현상과 관련해서 종교사회학에서는 세속화론이 발전되어 왔다. 세속화론은 고전 이론가인 막스 베버나 에밀 뒤르케임의 저작에서 그 단초가 나타나 있고, 현대 사회에서는 브라이언 윌슨과 피터 버거, 토마스 루크만에 의해서 정립되었다”며 “학자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근대화가 진전되면서 종교의 영향력이나 사회적인 중요성은 약화될 것이고 결국 종교는 쇠퇴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전망과는 달리 세계 여러 국가에서 종교의 부흥 현상이 일어나면서 세속화론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른바 ‘탈세속화 테제’로 불리는 이 이론은 종교에 대한 합리적 선택 이론을 중심으로 하여 종교 경제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이라며 “그리고 이러한 반론에 대해서 세속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수정하여 새로운 세속화론을 발전시켰다”고 했다.

이어 “제도화된 종교 자체는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종교 사회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종교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은 점차 줄고 있고 스스로 종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경향의 한국적 현상이 이른바 ‘가나안 성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 개신교계에서 소속 교단이 없이 기존의 교회와는 다른 형태로 모이는 이른바 ‘비제도권 교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제도권 교회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인식을 파악하여 종교사회학적 연구와 목회의 자료로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며 “그리고 제도권 교회와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개신교인들의 인식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고 했다.

이어 “설문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하여 이루어졌으며 비제도권 교회는 2019년 5월 26일~6월 16일(21일간), 제도권교회는 2019년 6월 16일~6월 25일(10일간)에 진행되었다”며 “비제도권 교회는 학문적으로 정립된 말이 아니다. 그래서 비제도권 교회의 객관적인 기준으로 교단 소속 여부로 정하고 소속 교단이 없는 교회들을 연구 대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먼저, 비제도권 교회의 응답자들은 227명 중에 목회자가 있는 교회에 속한 사람이 124명(54.6%), 목회자가 없는 평신도 교회 소속이 103명(45.4%)였고 남성이 43.2%, 여성이 56.8%였다. 나이는 20대 이하가 15.9%, 30대가 24.2%, 40대가 25.1%, 50대가 20.7%, 60세 이상이 14.1%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였다”며 “학력은 아래의 제도권교회 응답자들과 달리 92.5%가 대재 이상으로 고학력자들이 많았다. 직업은 화이트칼라가 49.3%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주부가 11.5%였으며 무직/기타가 20.3%였다. 스스로 응답한 이념 성향은 진보라는 응답이 65.2%로 거의 3분 2를 차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권 교회 응답자들은 남성 42.6%, 여성 57.4%였고, 나이는 20대 이하가 15.0%, 30대 18.0%, 40대 21.6%, 50대 19.8%, 60세 이상이 25.6%였다. 직업은 화이트칼라가 56.0%로 절반이 넘었고 다음으로 주부가 18.2%였다. 이념성향은 중도가 39.0%로 가장 많았으나 보수 30.6%, 진보 30.4%로 균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먼저 교회 출석과 관련하여 출석 빈도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비제도권 교회는 매주 출석한다는 응답이 89.0%, 제도권 교회는 77.8%로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의 출석율이 더 높았다”며 “그리고 현재 교회에 출석 기간은 제도권 교회에서 20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43.2%로 가장 많았으나 비제도권 교회는 5년 이하라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아서 대조를 이루었다”고 했다.

또 “5년 이하가 다수라는 것은 교회를 다닌 기간이 짧다는 뜻이지만, 비교적 최근에 비제도권 교회가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평균도 제도권 교회는 21.1년이었고, 비제도권 교회는 13.5년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며 “비제도권 교회들이 비교적 최근에 설립한 교회들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20년 이상이라는 응답도 23.3%가 나와서 비제도권 교회들 중에도 오래된 교회들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상의 내용에서 볼 때,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과 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 사이에는 뚜렷한 인식의 차이를 나타냈다. 교회에 대한 만족도와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이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며 “특히 규모와 체계를 갖춘 교회에 유리한 항목을 제외하고 교회의 본래적 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측면에 대해서 비제도권 교회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비제도권 교회들이 오늘날 개신교 신자들이 요구하는 신앙적 욕구에 더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은 신앙생활 이유에서도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물론 이러한 차이가 비제도권 교회의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비제도권 곧 소속 교단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교단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교단의 방침이나 이해관계를 넘어서 교인들의 종교적 필요에 민감하고 보다 교회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판단된다”며 “실제로 교인들 중에는 본인이 속한 교회가 교단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어떤 교단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다니는 경우들이 많다. 따라서 교단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교회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며 보다 공동체적인 교회를 이루려고 하는 교회라면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제도권 교회에 속한 교인들이 교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제도권 교회 교인들과는 매우 다르다. 전통적으로 교회 구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온 사항들에 대해서 이들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며 “특히 목회자의 역할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기존의 목회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아니면 이와 상관없이 교회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지역에 속해 있고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는 각각의 비제도권 교회 교인들이 이렇게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했다.

또한 “여기서 비제도권 교회들 사이에서도 목회자 있는 교회와 평신도 교회 교인들 사이에 약간의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신도 교회 교인들이 신앙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신앙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직분 제도나 여성 리더십 인정, 그리고 예배당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더 전통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평신도 교회들이 성경에 대해 더 근본주의적인 해석을 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제도권 교회들이 대체로 기존의 교인들과는 다르게 교회 구성 요소에 대해서 매우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나안 성도 현상과 결부지어 생각해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2017년 ‘한목협’ 조사 결과에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는 23.3%로 파악되었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2015년 인구센서스에서 파악된 개신교 인구가 9,676천명에 대입하면 가나안 성도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가나안 성도들의 신앙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기존의 교회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교회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러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던져준다. 교회 성장 이후기, 엄밀히 말하면 제도교회의 쇠퇴기에 새로운 유형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고 이들이 새로운 신앙적 욕구를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제도권 교회들이 사회봉사나 참여와 같은 이웃 사랑에 대한 평가에서 제도권 교회보다 낮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이번 조사로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만일 이것이 우리 사회에 대한 비제도권 교회의 무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그 문제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며 “비제도권 교회의 문제의식이나 교회 갱신 노력이 자신들만의 공동체 안에 머무르게 되고 보다 온전한 공동체를 이루는 데 큰 제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비제도권 교회들이 자기들만의 공동체로 전락하거나 외부와는 단절한 배타적인 공동체가 되지 않으려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들의 특징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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