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이태훈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임상의로 지내온 30여 년을 되돌아보며 느낀 점이 있다.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것과 환자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주는 사람이 진짜 의사라는 사실이다. 현재 의료 현실은 '의사와 환자가 한마음'이라는 말을 15년 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구닥다리로 만들었다.

환자들은 이미 매스컴 닥터의 '명의 열전'에 굳은살이 붙어 있다. 거대 병원의 환자 명부를 올린 S클래스라는 자부심도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아직도 아파하고 있는 나' 말이다. 높아진 지식수준과 쌓아온 물질에 대한 확신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그 상태 말이다.

어떤 이들은 필자에게 친절(?)하게 의학 전문용어를 영어로 설명해 준다. 필자 역시 그 '환자 관광객'에게 그의 영어를 순우리말로 번역하고 치료 메커니즘까지 더하여 차곡차곡 친절하게 돌려준다. 그러고 나서 꼭 물어본다. 왜 아직 병으로 고생하고 계시냐고.

의사는 잘난 척하려고 하는 직업이 아니다. 환자의 고통 앞에 겸허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의식의 소유자다. 환자들에게 귓속말로 전해주고 싶은 중요한 한마디가 있다. '의사의 치료는 돈으로 살 수는 있어도, 의사의 진심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한의대에 입학해서 침으로 병을 낫게 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쇠를 날카롭게 깎아 만든 침이 어떻게 사람의 병을 고친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해되지 않았다. 수천 년의 역사 어쩌고저쩌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과학시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믿어지지도, 이해되지도 않았다. 이것이 믿어져야 한의학이라는 신비 비스름한 실용학문에 몸을 담글 것 아닌가.

침으로 온몸의 혈 자리라는 곳들을 다 찔러보았다. 손끝, 발끝을 찌르면서 욕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얼마나 고약하게 아팠는지 모른다. 참을성이라면 자신 있었던 필자가 작은 가시만 한 놈한테 당하는 느낌이 영 달갑지 않았다. 하루에 10여 개씩 찔러나갔다. 손바닥 바깥쪽에 있는 '후계(後溪)'라는 혈 자리에 침을 놓고 나서 갑자기 '꺼억'하는 트림이 나왔다. 다른 혈 자리에서는 없던 현상이었다. 또 한참을 쑤셔대던 어느 날 '태충(太衝)'이라는 혈 자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그때 깨달았다. 몸에 치료 스위치가 있다는 사실을. 그중 하나가 혈 자리라는 점에 매료되어 이후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던지, 시간을 잊어버려 아침저녁을 구분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이름을 '치료 스위치'라고 새로 써본다. 입학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임상의로 살면서 확인하거나 찾아낸 자가 치료 효과가 높은 치료 부위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독자들 모두가 내원할 수는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 꼭 검증된, 알면 도움을 줄 치료 포인트를 소개한다.

약한 다리 스위치(아픈 다리 스위치)

중풍은 약해진 쪽의 다리를 절게 된다. 다리를 전다는 것은 보폭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정상 다리는 앞으로 멀리 나가고, 아픈 다리는 짧게 나가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쳐 절게 된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재활치료를 도와왔지만 바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5년 전쯤 재활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던 여자 환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다리는 하루에 최소 2000회 이상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걸으려 노력하면 최고의 물리치료가 된다'고 핏대를 세우며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번쩍하며 '피드백 (feedback-되먹임 기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피드백 치료는 뇌가 명령을 내리는 직접 치료도 중요하지만 명령을 받는 팔다리의 노력도 매우 중요함을 설명 할 수 있는 용어다.

필자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6개월 동안 마비되어 있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단 1초도 다리를 그냥 놔둔 적이 없었다. 움직이고 두드리고 침놓고, 심지어는 발가락에 번호를 붙여 1·3·4·5·2, 2·3·4·1·5 이런 식으로 순서를 바꿔가며 움직이는 상상을 했다. 정확히 180일이 되던 날, 엄지발가락인 1번 발가락이 툭 튀었다. 그 후 1년 동안 신경이 살아날 때 동반되는 지독스러운 통증과 싸웠다. 그 결과 의사로 복귀하는 축복을 경험했다.

앞에 서 있는 여자 환자에게 마비된 발을 먼저 앞으로 내밀며 걸으라고 지시했다. 조금 전까지 넘어질 듯이 허둥대던 걸음이 꽤 안정되어갔다. 계속하라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아졌다. 아픈 다리를 먼저 내밀어 짧은 보폭으로 나아가고, 정상 다리는 그만큼 따라가 주는 균형감 있는 걸음걸이가 된 것이다.

우리 뇌는 약한 곳을 본능적으로 보호하려 한다. 그래서 결단력이 흐려진 듯이 보이기도 한다. 공부 못해 자존심 상할까 봐 무작정 감싸주는 부모보다는, 자녀가 원하는 직업에 필요한 성적치를 조언해주는 부모가 아이를 철들게 한다. 약한 다리도 그렇다. 잘 걷고 싶다면 그 다리부터 먼저 내딛게 해야 한다. 늦게 걷는 사람이 빠른 걸음에 맞추다간 넘어지게 마련이다.

두 다리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의 약함을 보상한다. 우리 몸의 신비는 부족한 것을 서로 돕는 상생(相生)에서 나온다. 그때부터 '약한 다리 먼저'는 재활치료의 중요 포인트, 즉 치료 스위치가 되었다. 중풍 등 하반신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한다.

파워 워킹 스위치

기계를 오래 세워놓으면 녹슬어 못 쓰게 되는 것처럼, 우리 몸도 운동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에 혈전이 잘 생긴다. 적당한 운동을 해야만 뇌와 심장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걷기는 뇌에 있는 해마, 전두엽의 인지 기능을 동반한 운동이다. 어떻게 걸어야 가장 빠르고 안전한가를 걷는 동안 계속 판단한다. 사람, 자동차, 돌, 기둥, 보도블록 등 수많은 변수를 예측해야만 충돌하거나 넘어지지 않는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다리 감각이 없던 시절, 필자도 동반자 속도에 맞춰 걷다가 갑자기 넘어져 옆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많이 있었다. 솜이불을 깔아놓고 낙법 연습을 반복했기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안다.

"유산소운동을 3개월 이상 하면 뇌의 모세혈관이 30% 증가한다. 운동으로 생성된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만들어진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유산소운동은 뇌를 계속해서 건강하고 스마트하게 만든다. 하지만 운동을 중단하면 한 달 후부터 신경세포의 기능이 약화된다." -케네스 쿠퍼 박사

"유산소운동을 하면 뇌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5회 30분씩, 근력 및 균형운동은 2주에 1회를 12주간 시킨 결과, 체력 상승과 인지 기능에 효과적이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일주일에 5일 1시간씩,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살짝 땀이 날 정도로 파워 워킹을 하면 탄탄해지는 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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