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 성산포럼
정예리 변호사 ©주최 측 제공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가 성산포럼 생명윤리 집중과정의 주제로 ‘낙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강의를 13일 오후 서울역 AREX1에서 개최했다. 이날 정예리 미국변호사가 ‘로대웨이드 판결(Roe v. Wade 판례) 분석’이라는 주제로 먼저 강연했다.

정 변호사는 “1973년 로앤웨이드 판결은 원고 Norma McCorvey(가명 Jane Roe)가 피고 Henry Wade(댈러스주 지방 검사)를 상대로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기한 소송”이라며 “당시 1970년대까지 미국 대부분의 주는 임신부 생명이 위독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했다”고 했다.

그녀는 “텍사스에 거주 중이던 Roe는 남편과의 이혼 후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낙태를 원하고 있었으며, 텍사스 법률은 강간, 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독한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었다”며 “이에 Roe는 텍사스 주의 낙태 관련 형사법이 위헌적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7대2로 낙태 권리가 미국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된다며 낙태금지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렇지만 전면 낙태 허용이 아닌 부분적 낙태 허용 결정을 내렸다”며 "Roe v. Wade 판례는 재판부가 수정헌법 제14조이 명시한 절차적 적법 절차와 실체적 적법 절차에 따라, 모든 절차가 적법하더라도 텍사스 주 정부가 특정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든다면 실체적 적법 절차를 어긴 것이라며, 임산부의 낙태 권리는 사생활권으로서 기본권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면적인 낙태 허용이 아닌, 부분적인 낙태 허용을 판결하며 이유로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 ▲의학적 기준을 유지하기 위함 ▲태어날 수 있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을 제시했다"며 "재판부는 임신의 특정 시점부터 낙태결정을 규제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지는데, 이 시기란 엄마의 자궁 밖에서 독자 생존력을 지닐 때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서라면 해당 시기에 낙태 규제를 하는 것이 논리적·생물학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시했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등분 기간제를 제시하며 ▲첫 번째 시기(임신 1~3개월)는 공공복리(태아생명보호)보다 여성의 권리를 더 우선하여 여성의 독자적 판단으로 병원에서 낙태가 가능하다. ▲두 번째 시기(임신 4~6개월)는 산모의 건강에 무리를 끼치거나 위험이 있을 경우 낙태가 가능하다. ▲세 번째 시기(7~9개월)는 임신 6개월이 초과된 이후는 태아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생명으로서 통증을 느끼는 단계이므로 독자생존성을 지니기에 사실상 낙태가 어렵다고 했다"고 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성산포럼
정예리 변호사가 강의를 전하고 있다.©주최 측 제공

정 변호사는 "Roe v. Wade 판례는 자유의 의미로서 사생활권의 범위에 낙태할 권리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이 지점에서 낙태 찬·반 진영의 주장이 엇갈린다“며 ”낙태 찬성론자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선에서 무슨 짓을 해도 사생활권으로 인정되고, 여기에 낙태권리도 포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낙태 반대론자들은 태아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란 결단코 권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최근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행위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것이고, 낙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며 "이 판례의 소수의견자 중 한 명인 Rehnquist 대법관은 사생활권이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제한적 권리라고 했다“고 했다.

아울러 “Rehnquist 대법관은 텍사스 주가 입법과정에서 민주적 대의기구로서 내린 낙태금지법을 연방대법원이 위헌 판시하는 것은 주 의회보다 현명한 기구인 듯 자처하는 모양새라며 낙태법 위헌 판결을 낸 다수 의견을 비판했다”며 ”따라서 낙태를 금지한 텍사스 주법이 연방 헌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았다면 연방대법원은 주의회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한동대 로스쿨 굴드 교수의 최근 주장을 인용하며 “2019년에 헌법재판소(사법부) 쪽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내렸어도,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 체제 안에서, 사법부 측에서 균형을 깨뜨리는 해석을 내놓았다면 이를 국회와 정부가 그대로 수용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며 “헌재의 이와 같은 해석은 정부로 하여금 많은 행정 절차의 변동을 가져오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말 것이다. 일단 의사들의 낙태 시술 거부권에 대한 견고한 확립이 필요하고 낙태가 합법화 된 이후 낙태 시술 중 산모나 태아에게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 범위와 이에 따른 의료보험법 변동을 따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변호사들과 판사들에게로 되돌아오게 돼 사회 전반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정 변호사 외에도 한동대 법학전문대학원 굴드 교수가 ‘Roe 대 Wade에 관하여 미국들이 실질적으로 듣는 현실적 진실들’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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