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는 뒤로 '행복한 주거 LH' 문구가 보이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는 뒤로 '행복한 주거 LH'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지 2개월여 만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부적절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 변 장관은 직전 수장을 맡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변 장관은 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확산하자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사퇴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파문이 더욱 커졌고, 책임의식이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변 장관의 사과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은 확산세다.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을 주도해야 할 LH 직원들이 불법 투기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투기에 나서면서 2·4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자체 조사가 아닌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를 요구하는 글과 함께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변 장관은 지난 4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신도시 지정을 알고 땅을 산 것은 아닐 것"이라며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 장관을 국회로 불러 강하게 문책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변 장관의 사퇴론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변 장관은 지난 9일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해 "(LH 사장으로) 재직하는 기간 '공기업의 존립 이유는 투명성과 청렴'이라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했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LH 사장으로 2년간 재직하며 부패 방지를 위해 조치한 게 있나"라고 묻자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의원이 "투기에 둔감한 국토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변 장관은 "어떤 이유든 토지를 공적으로 개발하는 공공기관과 국토부 직원이 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다르게 얘기한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당 내에서도 변 장관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변 장관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무위원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가 아니라 정무적인 자리다. 본인의 책임을 아마 국민들이 거세게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 장관 교체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로까지는 아직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 소통위원장도 변 장관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TV조선에 출연해 "변 장관이 이렇게 된 책임을 지고 오늘 내일은 아니더라도 조만간에 사퇴해야 한다"며 "변 장관은 이 와중에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변 장관의 경질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묻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단 상황을 좀 확인해 본 다음"이라며 "성역 없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지 다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변 장관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 따르면, LH 임직원들의 토지 매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은 공교롭게도 변 장관의 LH 사장 재직 시절과 겹친다.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 시행자인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에 대규모 부동산을 구입하고, 58억원에 달하는 대출까지 받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관리 감독 소홀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또 정부가 경찰 국수본과 국세청, 금융위까지 참여하는 정부합동특수본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다른 택지개발 지역에도 투기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비롯한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2·4 공급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관련자를 비롯한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선 철저한 조사가 통해 진상 규명을 한 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라며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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