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뇌, 어머니 심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모든 장기와 조직을 살리는 인체의 어머니는 '심장'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뇌를 살리기 위해 심장이 얼마나 희생하는지를 보면 된다. 심장은 어벤져스 영화에 나오는 초능력자 같은 슈퍼 장기(臟器)이다. 체중 60kg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심장의 무게는 약 300g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뼈와 근육, 장기 등으로 이루어진 59.7kg을 먹여 살린다. 200배의 고효율을 보이는 것이다.

심장은 하루에 10만 회 이상, 80세를 산다면 약 30억 회의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100세까지 산다면 약 36억 회를 쉬지 않고 박동한다. 1회 수축으로 70㏄ 정도의 혈액을 내보내니, 하루 약 1440회 수축하며 7200ℓ 정도의 혈액을 뿜어낸다. 1.5ℓ 생수 4800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혈액이 산소와 포도당을 싣고 온몸을 흐른다. 심장은 생명수(혈액)를 전신으로 순환시키는 내구성 1만%의 장기다.

심장이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내장 기관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반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민무늬근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심장 근육은 팔다리 근육처럼 강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나 쉽게 피로해지는 가로무늬근도 함께 갖추고 있다. 늘씬하고 유연한 몸매에 강력한 힘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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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거의 기능을 잃어도 눈치 없이 뛰는 심장 때문에 뇌사(腦死)란 말이 생겼다. 이렇게 강력한 심장이 망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튼튼한 심장이 사망률 2, 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심장병의 연령적 추세를 보아야 한다.

 

선천적인 심장 결함 소유자는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뼈, 장기, 근육이 모두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시기이므로 신진대사의 요구가 거세다. 영양분과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는 적극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심장은 항복을 선언한다. 심장병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 이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후천적인 심장질환은 '혈액순환 정체'가 주범이다. 운동 부족, 과잉 섭취, 가족력, 노화 등으로 발생한 노폐물과 혈관 좁아짐이 문제가 된다. 좁아진 혈관 주변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물에 녹지 않는 중성(中性) 지방이 모여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개업 초기인 1992년부터 중풍, 파킨슨병, 협심증, 심근경색, 비염, 천식 등을 주로 진료해오면서, 국내 최상위 3대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미국의 하버드의대 병원과 일본의 도쿄의대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의 내원을 받았다. 강소(强小) 의원 역할을 한 것이기에 혈액순환 정체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렸다. 그러던 2000년 가을 어느 날 심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뇌'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뇌에 대해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뇌는 탄력 있는 두부와 같다. 중요도에 비해 너무 연약하기 때문에 철근보다 강한 머리뼈와 3겹의 막(경막, 지주막, 연막)으로 싸여 있다. 부력을 주는 물(뇌척수액)에 떠 있고, 에어백 역할을 하는 부비동도 갖고 있다. 여러 종류의 방어장치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망가지면 뇌는 위험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뇌의 무게는 남자 기준으로 약 1400g이다. 체중의 약 50분의 1(2%) 에 불과하다. 뇌혈관의 길이도 전체 혈관의 50분의 1 정도(2%)이다. 하지만 혈액 총량의 15%를 공급받기에 항상 7.5배의 부담을 심장에 떠안기고 있다. 이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전에 뇌는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뇌혈관을 동맥으로만 구성되는 일방통행을 하게 한 것이다. '일방통행'이라는 기막힌 소통 방법을 사용해 심장에서 나가는 빠르고 깨끗한 혈액을 뇌 전체에 보낸다. 뇌 조직에 풍부한 포도당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는 신속하게 제거하는 신출귀몰한 순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져 자연스럽게 압력을 높이는 경동맥의 원뿔형 구조까지 더해지면, 뇌를 살리는 순환 시스템은 첨단과학 이 총동원된 자연계 최고의 걸작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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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임상 현장에서 경험했다. 절묘한 일방통행 전략이 실패하면 그만큼 결과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심장은 뇌로 들어가는 혈액량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뇌혈관이 좁아져 들어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 펌프 압력을 높여 속도를 증가시켜서라도 혈류량을 정상 수준에 맞춘다. 심장의 이러한 절묘한 대응이 현대 의학의 검사기기들을 무력화해왔다.

 

MRI와 MRA, CT 등을 통해 혈관이 좁아진 곳을 알아냈다 해도, 중풍으로 쓰러지는 타이밍을 찾아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경동맥의 70% 이상이 막힐 때까지 맥을 놓고 있다가 쓰러지고 나서야 중풍이 라고 호들갑을 떨기 때문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이때의 심장은 마라톤 선수가 축구선수처럼 이리저리 임기응변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 근육은 장기 레이스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런데 임기응변을 하느라 무리하게 되면 근육 경련과 마비가 온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심심치 않게 뇌혈관을 막아 치명적인 중풍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심장이 아무리 강해도 심장과 뇌가 동시에 멍들어간다. 뇌경색, 뇌출혈, 협심증, 심근경색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심뇌혈관질환'이라고 한다.

2000년 당시 치료법 공유를 의뢰해준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의 과장님들에게 이러한 임상 의견을 제공해드렸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러 '심뇌혈관질환'이라는 용어와 이에 대한 통계자료가 나오는 걸 보고, 연구로 보내온 30여 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뇌는 생명 현상의 핵심인 호르몬과 신경, 혈액, 호흡, 체온, 면역 등을 지휘 감독하고 있기에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지배자가 된다. 모든 일을 동시다발로 할 수 있으니 대단한 능력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뇌는 심장처럼 근육질의 스포츠맨이 아니다. 섬세한 감성을 소유한 예술가 스타일이다. 산소의 공급이 15초 정도만 중단되어도 의식을 잃어버린다. 산소 공급이 1분간 멈추면 분당 200만개씩 뇌 세포가 손상돼 위험 상태에 빠져든다. 혼수상태에서 뇌사가 진행되면 대부분 2주 안에 사망한다.

반면에 생명 유지 장치인 뇌간이 죽지 않으면, 혼수상태일지라도 인공호흡과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해주면 심장을 2년간 뛰게 할 수도 있다. 뇌간만 살아 있으면 근육질인 심장은 뛰는 것이다. 심장을 회복시켜주는 최상의 방법은 구조·기능적으로 뇌혈관을 치료하는 것이다. 뇌와 심장이 동시에 병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제압할 수 있는 치료법인 통뇌법의 치료 패턴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통뇌법은 ①좁아진 뇌혈관을 열어줌, ②뇌척수관의 통로 정상화, ③뇌조직과 혈관의 유연성 확보, ④뇌의 좌우 균형을 잡아줌, ⑤고압산소를 이용한 뇌혈관 확장과 말초혈관까지 다량의 산소 공급을 시행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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