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에게 손 흔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사포커스

대선 막바지, 이른바 프레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박정희'와 '이명박'을 교차시키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덮어씌우기 열중이고 박 후보는 이에 여유롭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박 후보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상대 깎아 내리기'가 아니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차후 행보에 따라 막바지 '단일화 효과'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 후보는 '상대편 가져오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대선 프레임은 '친노 빼고 모두 박근혜로 헤쳐모여'이다. 대선, 통합이 관건이다.

◆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는 박근혜?
단일화 이후 안철수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 측은 안철수 지지층을 어떻게 끌어올지에 대한 대책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문 후보 측의 고민은 단순하다. '자력으로는 안철수 지지층을 끌어올 수 없다'라는 한계에 대한 인식. 그저 안철수가 어서 와주길 바라는 문 후보 측과는 달리 박 후보는 이들을 '자력으로 끌어오겠다'는 논리이다.

물론 이는 안철수는 절대 박 후보에게로 올 수 없다는 극단적인 현실이 작용한 결과이다. '안철수 파급력'은 그만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안철수에 기대고 있는 문 후보와 안철수 없이 살아남아야 하는 박 후보의 프레임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친노와 비노의 융합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 후보 측의 대선 전략은 빈곤하기 그지없다. '박정희 아니면 이명박근혜' 이미 지난 총선과 대선기간 중에 실효 없음으로 검증된 프레임으로 싸움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정부, 어떤 대상화의 반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013년 체제의 핵심 화두라던 '경제민주화'도 안철수 현상으로 불어 닥친 '정치개혁'도 뒷전으로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후보는 선거의 가장 정당한 무기인 '공약'으로는 싸울거리가 없다. 대선공약은 물론 다음세대를 향한 전망조차 두 후보는 완벽히 겹치고 있는 까닭이다.

두 후보 모두 미래를 말했다. 대선 출정식 때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들고 나왔다.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 를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 두 후보의 모양새를 보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고 있다. 지나친 친노 편향으로 인해 비노가 설 자리가 없는 문 후보 측의 상황은 말 그대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긴다.

반면 '사람이 먼저다'를 실천하고 있는 쪽은 오히려 박 후보이다. 국민행복당(허평환 대표), 동교동계 인사(DJ계),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 최근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 YS,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새누리당 원조 쇄신파로 통하는 원희룡 전 의원, 이재오와 나경원의 합류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심지어 한화갑까지도 박 후보 지지에 고심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그에 비해 문 후보 측은 이제 막, 손학규라는 열쇠로 문을 열었을 뿐이다. 경선이 끝난 직후 마땅히 경선주자들 간의 통합행보를 보였어야 했을 문 후보는 '안철수 사퇴' 사태와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 상대들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비노는 문 후보의 눈밖에 있다.

◆ 박정희 아니면 이명박근혜, 아무거나 걸리는 대로
때문에 문 후보 측은 프레임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물론 시작은 박 후보 쪽이 먼저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7일 박 후보는 '친노 폐족' 프레임으로 들고 나왔다. 실패한 친노 이미지를 범야권에 덫 씌우려는 전략이다. 그 이면에는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를 끄집어낼 의도가 다분했다. 노무현은 문 후보의 현재를 지배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이미 다른 세대가 되었다. 박 후보는 '딸' 즉 박정희 이후의 세대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관관계에 따라 정치적 이미지의 전달력이 매우 떨어진다.

결국 문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지난 28일 이미 실패했던 '이명박근혜'를 꺼내들었다. 대전역 유세현장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 "빵점 정부의 공동책임자"라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부터 줄기차게 밀어왔던 정권교체 곧 '이명박근혜 동질론'이 실효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는 꺼낼 수 없던 까닭에 박 후보가 선방을 날린 이후 문 후보 측은 결국 '이명박근혜'로 묶고 "MB정권 연장 대 새로운 시대교체" 프레임으로 대응했다. 이는 최상이 아니라 차악의 구도일 뿐이다.

◆ 영리한 박근혜, 미련한 문재인
정치 프레임 전쟁은 엘리트 정치의 전형이다. 정치는 포지션 싸움이다. 그것이 이념이든 정책이든 인물 구도든 포지션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따라서 후보들은 아젠다를 획득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이 물 건너 간 것은 이에 부합되는 인물이 안철수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다자구도 당시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사실상 안철수의 아젠다에 무임승차해 편승을 노려왔다.

안철수가 경제민주화 화두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자 박 후보는 발빠르게 대응했다. 집토끼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중도층을 흔들 수 있는 최고의 이슈는 경제민주화였다. 특히 현재의 의료보험제도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도에 제정됐으며, 좌파진영에서조차 좋은 정책으로 꼽는 그린벨트 역시 박정의 정권의 유산이라는 점을 이용해 박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 담론을 치고 나갔다. 경제민주화는 보수층 보다는 진보진영에서 이용하기 좋은 논리이다. 문 후보 역시 박 후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안철수 사퇴 이후 아젠다를 형성한 핵심인물이 빠지자 경제민주화에 대한 '거품'이 일시에 빠졌다. 정치개혁도 맥락을 같이한다. 양 거대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정치개혁'은 자신들이 그 '대상'일 뿐이지 그것을 시행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정치개혁을 할 수 있던 것은 안철수가 유일했다.

이러한 까닭에 대선 본선의 첫 단추는 프레임 싸움 즉 포지션 싸움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로 전혀 발전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 후보가 먼저 선 공격을 했다는 것은 이미 이에 대한 대비를 해놓았다는 뜻이다. 박 후보의 포지션은 지금까지 박 후보가 결집시킨 '보수총집결 α' 의 주체이다. 물론 애초 '국민통합'은 한참이나 앞서 나간 슬로건인 까닭에 정확히 말하면 '친노를 제외한 모두다 헤쳐모여'이다. 박 후보는 시대를 장식했던 인물들 그것이 한물 간 정치인이든 상관없이 이들의 이미지와 포지션을 모두 흡수해버렸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하향 평준화'다. 엘리트 정치인이나 학자, 관료 등이 아닌 그것이 통상적 의미의 국민이든 정치적 의미의 시민이든 계급적 표현인 민중이든, 그들이 참여해 대안적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게 민주주의다. 이 점에서 박 후보는 확실한 상상력을 만들어 냈다. 바로 적의 근간인 친노를 제외한 모든 것을 자신에게 융합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 직전에 도달해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누구의 캐치프레이즈인 것인가?   ©시사포커스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는 박근혜,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외치는 문재인
통합의 귀재 박근혜, '사람이 먼저다'를 실천하는 것은 박근혜
이번 대선은 누가 먼저 대통합을 달성하느냐?가 관건
안철수라는 이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재인

◆ '국민대통합' 합격선, '용광로선대위'는 실패
문 후보가 프레임 논쟁에 빨려들자 박 후보는 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9일 서울 목동 거리유세에서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민생도 어려운데 미래를 얘기하지 않고 과거만 얘기하고 있다"며 "도대체 이 후보는 과거와 싸우기 위해 나온 것인가"라고 말했다. 프레임 논쟁으로 유도해 문 후보를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에 가둔 것이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최악의 양극화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보수색'을 문 후보 측에 덮어씌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진보진영이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것은 진보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이번 대선은 위기를 극복할 준비된 지도자가 누구인 지를 뽑은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개인의 정치목적과 이념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게 하면 우리 중산층이 완전히 붕괴한다"고 말하며 현재 안철수 현상으로 흔들리는 중도층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는 "정치의 최고 목표는 국민행복이고 이를 넘어설 목표는 없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민생부터 살리겠으며, 과거 정권에서 하지 못한 국민대통합으로, 국민의 힘을 모아,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만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국민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과연 대선기간 동안 검증해야하는 '국민대통합'이라는 과제를 누가 완수했는지 혹 근접했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외쳤을 때 문 후보는 '용광로선대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용광로선대위는 실패하고 온갖 잡음만 난무한 상황이다. 민주당 측에서 '한화갑 마저'라고 충격에 빠진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문 후보 측은 '참여정부 70점, 이명박 정부 0점'라는 극단적인 논리까지 들이밀었다. 이에 새누리당 중앙성거대책위원회 박선규 대변인은 박 대변인은 28일 저녁 KBS라디오 '열린토론'에서 "참여정부가 가령 50점이면 MB정부는 적어도 70점 이상은 되는 것 아니냐, 저는 그렇게 본다"며 느긋하게 받아쳤다.

박 대변인은 문 후보 측에서 박 후보도 이명박 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자라며 '이명박근혜'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야권에서 공격하고 있는 '이명박근혜'라는 주장에 대해서 받아들일 생각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이게 저희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께서 이미 다 그쪽으로 판단하고 계신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이것은 저희들이 벗어나고 싶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소속 후보인데 그것을 아니라고 딱 잘라낸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고 위선이다. 당연하다"고 대답을 마무리 지었다.

지지자들을 향해 정견을 말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사포커스

◆ 친노 빼고 박근혜로 헤쳐모여
최근 박 후보와 거리를 뒀던 정두언 의원이 "박근혜 후보와 거리 둔 적 없다. 무엇을 비판하면 모두가 거리가 있는 것처럼 판단한다. 비판이란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며, 이러한 비판을 부정적인 눈으로 보고 거리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풍조다"라며 박 후보를 돕겠다 나섰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10월 DJ비서실장 한광옥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특히 한 전 고문의 박근혜 캠프 영입은 최근 박 후보가 직접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고문 측은 "한 전 고문이 박근혜 후보에게 대탕평과 통일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더니 박 후보가 이를 수락해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29일에는 한화갑 박근혜 지지선언 고심 소식이 언론을 탔다.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그 동안 대선 포커스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한화갑의 상징성은 한때 '리틀 DJ'로도 불릴 정도로 호남층에서 압도적이다. 한화갑 전 대표는 친노세력과 맞서 싸워온 대표인사로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통합당은 필패"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8일 저녁 "한 전 대표가 측근들을 소집해서 박 후보 지지 표명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면서 "박 후보와도 이미 만났거나 접촉을 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등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호남은 DJ중심의 구 민주당 세력과 노무현 세력 중심의 구 열린당 세력으로 다시 분리될 수도 있다. 이로써 박근혜 후보의 여야권 아우르기 그림이 거의 완성 직전에 놓여있다. 남은 것은 보수 결집의 '마지막 퍼즐'인 이재오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친이계, 이들의 선택 역시 박 후보 쪽 지지로 조심스럽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대선 '변화'보다는 '통합'이 관건인 건지는 안철수가 본격적으로 문 후보를 지원하고 나서는 시점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해 박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며 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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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012대선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