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한국교회에 다시 ‘예수’를 말하려 합니다. ‘예수로 돌아가자’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지저스 웨이(Jesus Way)’를 소개하려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예수에 관한 이야기가 좀 더 풍부해질 것이고, 정답을 떠나 예수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많이 말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8년 전 성경 66권의 역사와 지리, 문화적 배경에 관한 이해를 돕는 ‘바이블 웨이’(Bible Way)를 펴내 한국교회의 관심을 모았던 이영제 목사(한국컴퓨터선교회·KCM 대표, 주앙교회)는 “결과적으로 예수 이야기를 하려고 ‘바이블 웨이’를 쓴 것”이라며 “앞서 못다 한 이야기를 ‘지저스 웨이’에서 다루는데, 예수에 대한 자료가 이만큼 풍부한 책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영제 목사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예수로 다시 회복돼야 한다”며 출판을 준비 중인 ‘지저스 웨이’가 한국교회 회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이영제 목사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예수로 다시 회복돼야 한다”며 출판을 준비 중인 ‘지저스 웨이’가 한국교회 회복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이지희 기자

알만한 사람은 이영제 목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한국컴퓨터선교회(KCM)일 것이다. 1980년대 후반 PC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도 전인 1986년 10월, 당시 26세의 나이로 한국교회 인터넷 사역의 시조라 할 수 있는 KCM을 설립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바이블 웨이’ 사역과 함께 인터넷 사역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산본역 인근에 있는 KCM 사무실에서 이영제 목사를 만났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은 주앙교회 예배당이었다.

 

KCM 입구 오른편에는 지난 세월을 알려주는 듯 연식이 꽤 돼 보이는, ‘한국컴퓨터선교회’가 세로로 새겨진 묵직한 나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차영숙 사모가 반가이 맞아 주었다. 차 사모는 결혼 두 달 만에 이 목사가 KCM을 설립하면서 지금까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50평이 넘어 보이는 널찍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탁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이영제 목사가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8년 전 ‘바이블 웨이’ 출판기념회에서 보았던 이영제 목사의 모습과 비교하니 세월의 흔적이 육신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곧 떠오른 성경말씀은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예수님 당시의 시대 배경과 문화를 설명할 때면 이 목사는 20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로 넘쳤다. 마치 2000년 전 그 시대 상황 속으로 기자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3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ㅡ코로나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한국교회 IT선교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셨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 군포 산본에 온 지 17년 정도 됐습니다. 사당까지 지하철로 30분밖에 안 걸리는데도, 여기 오니 (사람들이 찾지 않아) 조용합니다. 모두 강남으로 가려는 것이 이유가 있더군요.

컴퓨터계는 아이폰, 아이패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퍼스널 컴퓨터(PC) 시대와 구분되는 큰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그전까지는 KCM이 시대 흐름을 따랐을 뿐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 앞서갔습니다. 그런데 아이폰이 나온 이후 ‘내가 이것을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두 손 들었습니다. 물론 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IT선교를) 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후배들도 많이 생겼고 아이폰 세대가 나오면서 기독교 내에도 인력이 풍부해져 한국컴퓨터선교회 이름으로 내가 꼭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젊은 친구들이 앱을 만들어 많이 사역하는데, 굳이 저까지 보태 경쟁하고 같이하기도 뭐하고요.”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
2019년 바이블 웨이 제14기 강사 세미나 단체사진. 맨 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여섯 번째가 이영제 목사와 차영숙 사모(하늘색 옷). ©이영제 목사

이영제 목사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옛날부터 성격이 남이 잘하면 안 해요. 그러면서도 남이 안 하는 것이나 못하면 내가 해야 해요. 내 개성이 ‘남이 많이 하고 잘하면 내가 굳이 해야될까’ 하는 거에요. 남이 다 하는 일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싫어하고 남이 안 하는 일을 찾아야 스스로 만족감을 느껴요.”

 

이 목사는 지난 8년을 정말 그의 말처럼 살았다. 꼭 필요한 사역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내서인지 관심이 적어서인지 어떤 이유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개척했다. 마인드맵, 성경지도 200여 장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고,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이블 웨이’ 사역을 국내외에서 펼친 것이다. 강해설교와 성경 스토리텔링을 위해 고민하는 목회자,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사 세미나를 열었다.

ㅡ지난 8년은 ‘바이블 웨이’ 출판과 강의 사역에 주력해 오셨지요.

“한국에서 16기 강사 세미나까지 마치고 2020년 17기 강사 세미나는 코로나19로 취소됐습니다. 해외 교회에서 강의한 것까지 포함하면 40~50번 세미나를 열면서 4천여 명의 목회자, 선교사를 교육했습니다. 2박 3일간 성경을 가르치고 떠나는데, 늘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기대감이 있습니다. 교회 예배도 기대감이 있으면 성도들의 눈이 살아 있고, 목이 자라목처럼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 교회는 성장합니다. 그런데 예배 때 성도들이 기대감이 없이 뒤로 자빠져 있는 교회는 안 되는 교회입니다. 되는 교회, 되는 사람은 하나님에게 집중력이 있지요.”

ㅡ‘바이블 웨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바이블 웨이’는 처음부터 구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 세대에서 많은 사람이 아날로그에서 IT로 왔다면, 나는 IT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왔습니다. 어떤 면에서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온 겁니다. 모두 세대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그렇게 역행하는 흐름은 드물지요.

거꾸로 오면서 무슨 장점이 있냐면, 디지털을 이해하고 아날로그를 하니 사고가 다릅니다. 단순히 사회를 보는 시각이 아니라 성경을 보는 각도도 다릅니다. 디지털을 이해하고 성경을 보니 성경 해석의 문제, 성경 교재 만드는 방법의 문제 등이 보였습니다. 책이 디지털은 아니지만, 디지털을 흉내 내거나 디지털 정신을 결합시킬 수는 있어요. 그렇게 디지털을 반영해 아날로그 하드커버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하나의 장점이 됩니다.”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에서 이영제 목사가 강의하고 있다. ©이영제 목사

ㅡ‘바이블 웨이’의 목적이 성경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있다고 하셨는데요, 실제 어떤 효과가 있었습니까.

 

“‘바이블 웨이’ 세미나를 하면서 목사님, 선교사님들이 좋아하신 것이 ‘예수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고, 성경의 입장에서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시대 상황과 배경을 모르고 문자로만 보니 자꾸 성경을 오해하거나 현대인의 입장에서 설명하게 되는 것이죠.

성경 시대에는 자동차도 없고 마차도 별로 없었고, 웬만하면 걸어서 다녔습니다. 다윗이 시편에서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라고 말했는데, 오늘날로 보면 자동차 헤드라이트이고, 내 길의 내비게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의 인생에서 ‘전적인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또 다윗은 목동으로, 목자에 대해 잘 알았습니다. 그런 다윗이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고 말합니다. 다윗의 시를 음미할 때 그의 상황 속에 있을 때, 그 시가 우리 안에 들어옵니다.

성경을 현대식으로 이해하려 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성경이 기록된 시대로 돌아가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가 성경이 기록될 당시 사회, 문화, 환경과 거리와 간격이 생겨서입니다. 사람이 하는 말은 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이야기하지요. 성경에 이유 없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모를 뿐입니다.”

이영제 목사는 “지금은 성경 가르치는 일만 하는데, 사람들이 내 본심을 아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마음이 서로 전이되면 그 사람이 인기성 발언을 하는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발언을 하는지 안다. 이 세미나에는 오직 성경을 깨닫기 원하고 바른 방향으로 가기 원하는 분들이 온다”고 덧붙였다.

“자기가 성경을 여태까지 잘 몰랐는데 세미나를 듣고 감격해서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는 사람들도 종종 봅니다. 한 여자 목사님은 ‘바이블 웨이’가 100만 원을 주고 사도 전혀 아깝지 않을 책이라고 해서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더니 정말 5분 뒤 100만 원을 입금해주었습니다. 미안해서 ‘몇 권 더 드리겠다’고 했는데 한 권을 달라고 해서 한 권 더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
코로나 확산 직전 라오스에서 열린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 모습. ©이영제 목사

ㅡ해외에서 ‘바이블 웨이’ 사역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작년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기 직전, 라오스 선교사님 80여 명을 모아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라오스 선교사의 거의 절반이 모인 겁니다. 초창기 1~4회 인도차이나 지역 선교사 대회에 강사로 선 적도 있고, 이 지역 선교사님들을 도와주러 자주 왔다 갔다 해서 인도차이나 지역을 잘 압니다. 라오스 선교사님들에게 ‘바이블 웨이’를 가르치며 위로도 해주는데 선교사님들의 눈동자가 총기 있게 바뀌면서 기쁨이 충만한 것을 보았습니다. 선교를 재도전할 영적인 힘이 서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이블 웨이’는 성경을 깨닫는 것만이 아니라 영적인 치유의 목적도 있습니다. 사역자들이 위로와 도전을 받고 철학적 깨달음을 얻으며 신앙적 은혜를 공유하는 세미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교사님들을 치유할 때 성경을 가지고 먼저 치유할 것을 권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영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의사와 상담사를 더 신뢰하고 하나님 말씀으로 치유를 못 받으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병, 마음의 병도 성경을 잘 이해함으로 회복될 수 있고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성경으로도 잘 안되면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목사는 특별히 “복음은 기쁜 소식인데, 복음을 전해야 할 사람이 기쁨이 없고 여유가 없으면 전하지 못한다”며 “내가 기쁘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 기뻐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쁨은 얼굴에서 표시가 납니다. 기쁨이 넘치면 설교할 때도 제어를 못 하는 웃음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인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이 아닌 나의 삶과 모습을 통해 상대방이 복음을 전달받아야 합니다. 은혜도 받은 만큼 표현되고 속일 수 없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자꾸 말로만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말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연구해야 하고, 그것은 어떤 경우도 무가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입으로만이 아니라 조금 더 진실이 부여됐으면, 그러면 듣는 사람도 공감대를 형성해서 마음속으로 깊이 깨닫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감동이 일어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바이블 웨이 강사 세미나
2015년 바이블 웨이 제5기 강사 세미나 단체사진. ©이영제 목사

ㅡ‘지저스 웨이’는 어떤 책입니까.

 

“신약성경의 배경사인데, 이를 통해 예수님을 조명합니다. 예수님의 주변 배경을 다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작년에 영상 사역은 하나도 못 했습니다. ‘바이블 웨이’와는 약간 다른데, 너무 어렵게 가르치지만 말고 좀 재미있게 쓰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주가 서론에서부터 달립니다.”

이영제 목사는 프린트로 출력해 교열 중인 ‘지저스 웨이’ 원고를 펼쳐 보여주었다. 글과 함께 그림, 기독교 유물과 유적지 사진, 방사형 마인드맵 등이 있는 것은 ‘바이블 웨이’와 동일했다.

“마인드맵도 지난번과 같이 일일이 제가 그렸는데 160여 개를 그렸습니다. 마인드맵 1개에 평균 20여 개의 동그라미가 있는데 3천 개가 넘는 셈입니다. 또 주석 관주가 1,200여 개가 있는데 관주 속에 또 관주가 들어갔습니다. 관주는 1,500여 개입니다. 굳이 특정 신학을 이야기해서 불편하지 않도록 조절해서 교단적으로도 균형 있게 안배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신학교에서 신학 교육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성경과 믿는 자들의 연합을 위해 공부하는 책이기 때문에 교단을 초월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400페이지 분량이고 ‘바이블 웨이’와 같은 판형입니다.”

이영제 목사는 간단한 설명도 그냥 하지 않았다. 최소 2~3가지 이상 성경을 인용해 소개하는데, 성경의 배경을 알면 이런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ㅡ코로나 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요.

“우선 7월 19일 ‘지저스 웨이’ 책이 출판되면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1박 2일 동안 1차 세미나를 열 예정입니다. 기존 ‘바이블 웨이’ 세미나는 6월에 2박 3일 동안 개최하려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저스 웨이’를 잘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끝이 보이면, 한국교회에 ‘예수로 돌아가자’고 말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한국교회 주제가 ‘회복’이 될 텐데, 예수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권력과 정치에는 소망과 기쁨이 없습니다. 정치 성향이 달라서 가족 간에도 싸워봐야 답이 없고 서로 상처만 받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예수로 다시 회복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당하게 재판을 받고 십자가의 길로 걸어가시고 부활하신 것처럼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승리가 있는 기독교, 기쁨이 넘치고 힘 있는 한국교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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