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라고 한다. 십이간지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가 주는 좋은 이미지 때문인지 올해는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는 너무 힘들었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2021년은 상처가 회복되고 온 국민이 서로 화합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해 왔던 모든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어떤 부분은 잘했고 또 어떤 부분은 잘 못 했는지를 차분히 살펴봐야 할 필요를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는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와 더불어 지내야 할 것 같은데, 이를 지혜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방역정책이 헌법과 국제법의 기준에 비추어 적절했는지,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2021년의 출발선에 선 지금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2020년 4월 27일, 유엔에서는 Emergency Measure & Covid-19(응급대처와 코로나19)라는 문서를 통해 각국 정부의 방역정책이 따라야 할 기본적인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문서에 나오는 합법성, 필요성, 비례성, 비차별성의 원칙은 우리 정부의 방역정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방역정책이 합법적인가 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이 법에 근거하고 있는가, 특히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필요성은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인가, 비례성은 위험도에 비해 방역의 정도가 과도한 측면은 없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차별성의 원칙이란 정부가 특정 집단에 대해 불공정거나 자의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며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비교적 성숙한 모습을 보여 왔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따르면서 K-방역 성공의 밑받침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의 방역정책에는 앞으로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점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과학성과, 합리성,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말이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 대한 정책이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의 운행 횟수를 줄이거나 배차 간격을 늘리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 오히려 운행 횟수를 늘리고 배차 간격을 줄여서 한 차에 탑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분산되도록 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어차피 서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에 대한 문제는 어떠한가? 코로나 사태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간의 갈등과 가정 폭력도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집을 나오는 청소년의 숫자가 늘어났는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청소년 쉼터는 수용인원을 50% 줄였다고 한다. 한겨울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최후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어야 할 곳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그 역할을 못 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서비스업이 제한되면서 이 아이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현저히 줄어서 오히려 성매매와 같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교회나 종교기관을 생활에 필수적인 기관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주 6일 직장생활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 보다 주 1회 한 시간가량 마스크를 쓰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논리이다. 그리고 교회는 경제활동과 관계된 곳이 아니니 문을 닫아도 별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회가 돌보아 온 노인, 노숙자, 장애인, 쪽방촌 등 사회적 약자인 우리 이웃들이 얼마나 큰 상처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교회가 제공하는 무료급식이 끊기고, 자원봉사가 끊기고, 연탄보급이 끊겼다. 사람들의 영혼이 피폐해지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꼭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영역들을 교회는 사랑으로 섬겨 왔다. 이러한 교회의 활동을 돈과 관계없는 일이라 폄하하며 우선순위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과연 코로나 사태라는 장기전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인지 정부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2021년은 온 국민이 짚을 것은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건 하나, 말 한마디에 온 국민의 감정이 이리 쏠렸다 저리 쏠렸다 하지 말고, 소처럼 우직하고 충성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뒤에 처지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지,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사람들은 없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머리는 차갑고 이성은 날카롭지만, 가슴은 따뜻한 멋진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는 2021년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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