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신론적 자연주의와 자유주의 신학

최더함 박사
최더함 박사

역사적 정통 기독교는 자연주의를 포용하면서 동시에 초월하는 초(超)자연주의(Supernaturalism) 신앙고백 공동체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자연에 내재하는 동시에 그것을 넘어 초자연적으로 존재하신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며, 인간 구원에 필요한 경우에는 자연 질서와 인과율(因果律)을 뛰어넘어 초자연적으로 개입하여 역사(役事)한다. 성경이 증언하는 계시의 진정성과 구속사 과정의 여러 가지 기적들은 세상 만물의 창조자, 주관자, 주권자 하나님의 직접 개입으로 일어난 초자연적, 역사적 사건들이다.

그러나 기독교 초자연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연주의 혹은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옷을 입은 채 초자연주의적 입장을 힐난한다. 하나님의 존재와 천지창조를 인정하지만, 자연주의라는 전제(前提) 또는 가정(假定) 하에서 논증한다. 자연법칙을 불변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믿는다. 오늘날에도 이들 자유주의 신학의 세력은 건재하며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을 추종하는 자들은 대부분 진화론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유신론적 자연주의자들이다. 일단 그들은 초자연주의와 유사한 견해들로 포장한다. 그들은 기독교의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유신론자들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성경에 자신을 계시하셨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그다음부터 정통 복음주의자들과 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들은 진화론을 인정하고 수용한다. 진화론을 주장한다고 하여 기독교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모든 것이 오랜 기간에 걸쳐 원시 형태로부터 더 복잡한 형태로 진화되었다”고 믿는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은 “생명이 비 생명으로부터 기원되었으며 인간이 하등 동물로부터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을 통칭하여 ‘유신론적 진화론자’라 부른다. 이들에 따르면, 하나님은 창조 이후 자연과 인간 세상에서 초월한 채 하늘에서 유유자적한다고 한다. 창조 세계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권세를 자랑하듯이 일방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창조 세계를 존중하는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만약에 이를 무시하고 자연 질서에 개입하면 스스로 자연법과 충돌하여 혼란을 낳게 된다고 한다.

‘유신론적 자연주의’의 기원은 17세기 영국의 이신론(理神論, Deism)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할 때 이 세상에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원리를 심어놓았고 우주와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원리에 따라 운행된다는 것 것이다. 이신론을 현대사회에 부활시킨 장본인은 하버드대학교의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 1861~1947)이다. 그는 우선 신비주의 영역을 인정한다. 단지 이를 ‘불가지’(不可知) 영역으로 남겨두고 경외의 대상으로 수용할 뿐이다. 그렇게 해도 기독교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잘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신학은 과정신학(過程神學, A Process Philosophy of Religion)으로 발전했다. 이 신학은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현대신학의 사조로서 자연주의와 진화론에 입각하여 신도 인간 세계와 함께 변화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인식한다. 기독교가 합리적 일반성에 저촉되면 무질서를 방관하게 되고 사물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합리적 설명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이들은 과학과 동떨어진 기독교를 경멸한다.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 측정에 따라 지구의 나이를 계량해 놓고 이를 인정치 않는 기독교 초자연주의자들을 어이없다고 조롱한다. 21세기 들어서는 아예 초자연주의와 자연주의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독교는 이제 미신적인 증언들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합리적인 보편성에 일치하는 길을 걸어야 사멸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론 주창자들이 기독교 안에 버젓이 자리 잡고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의 한국 사회는 자연주의자들의 독무대처럼 포장되어 있다. 많은 추종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도올 김용옥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초자연주의 신앙은 미신”이며 “기독교는 자연주의 종교로 탈바꿈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지적한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나는 기독교를 철저히 비판하는 사람이며 소신 있는 무신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강의나 저술들에 나타난 전반적인 그의 신관은 ‘유신론적 자연주의’에 가깝다. 그가 믿는 신은 창조 후 자기가 만든 자연 질서에 간섭하지 않으며, 세상은 오직 자연법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칸트(I. Kant)와 같이 하나님에 대한 ‘불가지론’(不可知論)을 표방한다. 성경의 신적 계시성(啓示性)을 거부하고 성경이 증언하는 여러 가지 초자연주의 사건들의 역사성을 부정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자유주의 신학자이다.

이러한 시기에 한 세기 전에 자연주의자들 즉, 자유주의자들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한 워필드를 재조명하고 그의 초자연주의의 변증을 유념하는 것은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본다. <계속>

최더함(Th. D, 역사신학, 바로선개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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