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전국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서울은 지난달 28일 광화문광장에서, 부산 등 각 도시는 이달 1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 취약계층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모금 활동을 개시했다.
올해로 97주년을 맞은 구세군 자선냄비의 올해 캠페인 주제는 ‘Light of Hope- 희망의 빛’이다. 사회·경제적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100년 가까이 거리에서 희망의 불빛을 밝혀온 자선냄비의 정신을 담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의 메신저’로 참여해 우리 사회의 어두움을 함께 밝히자는 의미다.
구세군 자선냄비 곁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9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기부 방식이 확 달라졌다. 종래의 현금 기부와 함께 새롭게 NFC 기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을 모금 판에 한 번 태그하는 스마트 기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기부 방식의 간편화는 직접 현금을 내던 기존의 현금 기부 방식에서 다변화를 꾀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부는 하고 싶은데 수중에 현금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현금이 있든 없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마음을 여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지갑이나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현금 소지가 거추장스러워졌다. 이런 현실에서 현금 기부만 고집할 경우 시민 참여도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선냄비 기부에 스마트 태그방식을 도입한 건 이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일상적인 결제 습관에 착안한 만큼 기부 참여 장벽을 낮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세군 측도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NFC 기부가 연령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선냄비 기부 참여율이 높아질 걸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사용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부 방식의 변화가 국민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란 거다.
실제로 도심에서 지나던 시민들이 구세군 종소리에 이끌려 자선냄비가 설치된 곳에 와서 사관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스마트폰을 자선냄비 옆 카드리더기에 가까이 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되다 보니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으나 NFC 기부를 경험한 시민들은 “기부가 훨씬 쉬워졌다”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스마트 기부제가 도입됨으로써 기대되는 효과는 아무래도 기부 문화의 확장성과 접근성일 것이다. 기부 캠페인을 통한 시민 참여가 이전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될 수 있고, 직장인, 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현금 없이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확연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비교적 부담 없이 소액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거리에서 시민이 직접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는 방식이 점차 사라지는 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자선냄비에 동전이나 지폐를 넣는 모습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기부 문화가 달라져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아름다운 풍경이다.
결제 방식의 다변화는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으고 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선 분명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 모두의 참여를 이끄는 방향성에 의미를 둬야지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기부가 아닌 세금 징수로 비칠 수 있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가 도시 빈민과 재난 피해자를 돕기 위해 처음 시작한 연말 모금 운동이다. 성탄절 직전, 샌프란시스코 부두에 큰 솥을 내걸고 “이 국솥을 펄펄 끓게 합시다”라는 문구로 모금을 시작한 것이 자선냄비의 시작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에서 김병윤 사령관은 “지난 97년 동안 어려운 이웃의 곁을 지켜온 구세군은 올해도 그들의 아픔에 함께하는 역할을 이어가겠다”며 “시민들의 따뜻한 참여가 모일 때, 이웃의 삶에 희망이 더해지고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선냄비 모금은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12월 31일까지 전국 300여 곳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구세군 측은 올해 자선냄비 모금액을 아동·청소년, 노인·장애인, 여성·다문화, 긴급구호·위기가정, 소외 및 불평등 완화, 지역사회·기후변화, 글로벌 파트너십 등 7개 영역에서 기초생계, 역량 강화, 환경개선, 건강증진, 사회안전 등 5대 원칙에 따라 차년도 사회복지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일종의 시그널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부 온도계는 차갑게 식어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대에 맞게 기부 방식도 새롭게 바꿨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단순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자선냄비를 펄펄 끓게 해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 따뜻한 온기로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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