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박사
박상은 박사

작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여성단체들은 연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낙태 전면허용을 관철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과연 자기 결정권은 무엇인가?

자기 결정권의 시작은 창세기의 인간 창조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흙으로 인간을 빚으시며 무조건 신의 명령에만 순응하는 로봇보다는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해서 하나님을 찾길 바라셨다. 그래서 인간에게만 유독 자유의지를 주셨다. 이것이 자기 결정권의 출발이다. 이는 지, 정, 의를 갖춘 인격체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다.

생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째가 바로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다. 모든 결정은 자기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가족이 결정하거나 의료진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환자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수술할 것인지, 항암제를 쓸 것인지, 방사선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본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생명윤리에서는 이를 '충분한 설명 후 동의'라고 부르는데 수술의 방법과 합병증, 항암제의 종류와 부작용, 그리고 방사선치료의 기본원리와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낙태의 과정에 여성은 몇 차례 자기 결정의 기회를 갖는다. 임신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강간을 제외한 모든 성관계는 여성의 동의와 결정으로 이루어지고 임신은 그에 수반된 결과물이다. 자기 결정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그 결정에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책임의 주체이다.

문제는 생명이 잉태될 뿐 아니라 이후 양육에 이르기까지의 책임이 수반되는 중대한 결정에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성관계가 의미하는 사랑과 쾌락, 그리고 생명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고려를 하고 성을 누리는 것인가?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낙태는 이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이 목숨 걸고 보호해야 할 자신의 아기를 스스로 해치는 잔인한 자기 결정도 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낙태가 무엇이며 어떤 시술 방법을 사용하는지, 그 후유증과 합병증이 무엇인지, 그리고 만일 임신을 지속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정부 지원과 사회적 제도가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 엄마가 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않은 채 차가운 산부인과 시술대 위에 오른다.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자신의 결정으로 다른 사람이 고통받거나 생명을 잃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유흥주점에서 신나게 놀 자기 결정의 권리가 왜 없겠느냐마는 코로나를 전파해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뜨리게 된다면 자기 결정권은 일정 부분 제한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성관계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생명의 잉태 가능성은 생각했어야 한다. 임신 중단의 자기 결정은 할 수 있겠지만 뱃속의 엄연한 생명체의 소중한 생명권도 고려되어야 한다. 낙태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임신의 자기 결정권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남성도 자기 결정권의 책임에 예외일 수 없다. 독일처럼 유전자검사를 해서라도 생부의 책임을 물어 임신과 출산 및 양육의 부담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이제 곧 낙태법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탈 터인데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토의를 기대한다. 그리고 낙태하기 전, 반드시 낙태와 임신 지속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받고 숙려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도록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가 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선택하는 자기 결정이길 기대해 본다.

박상은 박사(샘병원 미션원장, 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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