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테이블 팀원
다인테이블 팀원 ©다인테이블
'다인테이블'은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운영하는 소셜벤처로 과다 재고, 유통기한 임박, 인쇄 불량 등으로 미판매 처리되는 여유식품을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연결해 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양질의 다양한 식품을 연결해 식생활 안정화와 식품 선택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는 다인테이블의 차유림, 김유연 매니저를 만났다.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

대학교에 입학한 뒤 학생 단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봉사를 하면서 인간 삶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마저 결핍된 취약계층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먹는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학교 선배를 통해 식품 업체의 생산 공장에 현장학습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가공되지도 못한 채 버려지는 음식, 유통기한에 근접했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대량의 식품을 보았다.

누군가는 굶고 있는데, 멀쩡하고 좋은 식품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버려지는 여유식품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연결해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함께 창업했다.

다인테이블을 이용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다인테이블의 온라인몰은 모든 고객이 자유롭게 상품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다인관'이라는 별도의 탭에서 인증 절차를 거친 취약계층 고객은 더욱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많은 자료조사 중에 취약계층의 식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양적인 풍족함과 동시에 섭취하는 식품들의 영양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섭취자의 기호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인테이블은 온라인몰을 통해 더욱 다양한 식품군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인테이블만의 차별화된 부분이 있나

차별화된 부분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급자의 측면에서 다인테이블은 재고를 최적화하기 좋은 선택지다. 다인테이블은 여타의 임박 식품 할인몰과는 다르게 인증된 취약계층만이 입장 가능한 폐쇄몰을 운영하고 있다. 공급사는 희망에 따라 폐쇄몰에만 입점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존 판매 채널과의 가격 차이로 인한 수요의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여유식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는 사회 공헌 이미지도 강조할 수 있다.

취약계층 수요자의 측면에서는 기존의 기부식품제공사업과 두 가지 차별화된 점이 있다. 먼저 유통구조의 한계로 신선식품 취급에 취약한 푸드뱅크, 푸드마켓과 다르게 정육과 생선을 비롯한 신선식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방문을 요구하지 않아 취약계층의 부정적 낙인효과 발생도 방지할 수 있다.

일반 고객의 측면에서 다인테이블 이용은 단순히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음식 낭비 절감을 통한 환경보호와 취약계층 대상의 사회 공헌에 함께하고 있다는 자기효능감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업 후 1년여의 기간이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

과분한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는 분도 많았지만,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분은 아직 소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다인테이블의 사회적 미션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 식품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여유식품을 더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미션에 공감해 협업할 곳이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더 많은 사람에게 다인테이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온라인몰을 통해 여유 식품을 구매한 취약계층분들 중에는 상품의 질이 정말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통기한 임박에 대한 인식이 아직 좋지 않은데, 예상과 달리 질 좋은 상품을 받게 되어 좋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맛있게 잘 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쁘다.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나, 어떻게 쓰이길 바라나

아직은 그럴듯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시기는 아니다. 조금의 수익이라도 발생하는 경우 온라인몰에 재투자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전부 구현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에 있어 재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온라인몰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도 충분한 수준의 수익이 남는다면 동주민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운영하는 B2G(Business to Government,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기업과 정부 간의 상거래) 사업을 다인테이블 주체의 복지사업으로 진행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현재 진행 중인 B2G 사업은 동주민센터의 배정된 예산을 가지고 다인테이블이 여유식품을 큐레이팅 및 발주하여 동주민센터에서 지정한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경우 정말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동주민센터와 협업하기 때문에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1:1 맞춤으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집에 전자레인지가 없는 분께는 완조리 식품을, 치아가 좋지 않으신 분께는 부드러운 음식을 제공한다. 다인테이블의 경우 식품을 저렴하게 공급받기 때문에 예산 대비 더 많은 양의 식품을 드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은 이 사업의 모든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다인테이블만의 독자적인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실현해보고자 한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극복은 어떻게 했나

우리의 핵심 고객인 중위소득 70% 이하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취약계층에게 더욱 특별한 가격 혜택을 제공하고자 회원 수 확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다인관 입장 자격을 가진 잠재적 소비자군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을 타겟팅한 마케팅 방안을 구상하는 것은 우리의 지속적인 과제다. 취약계층 대상자 정보 확보의 한계는 다인테이블 플랫폼이 운영·시도하고 있는 다른 사업(동주민센터 협업, 시민참여예산사업)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다.

'누군가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어딘가에서는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다인테이블의 사회적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영리 법인의 형태로 취약계층 대상자에 관한 정보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유식품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 대상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리고 정부 기관과의 협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먼저 2020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사업팀에 선정되었고, (예비)사회적기업 신청 과정에서 현장 실사 단계까지 마무리한 상황이다. 또한 동주민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여유식품을 정기적으로 큐레이팅해 발송하는 사업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다인테이블 온라인몰
다인테이블 온라인몰 ©다인테이블
사업을 통해 바라는 효과는 무엇인가

소셜벤처를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이 사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다인테이블의 목적은 사업 자체의 성공도 있지만 식품 시장에서 발생하는 여유식품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고, 소비 가치가 있는 식품들이 버려지고 있는 유통구조의 비효율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 사회적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뜻도 있다.

복지사업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가 자원의 재분배이기 때문에 정부는 여기에 매년 수십, 수백억 원대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만약 다인테이블과 같은 소셜벤처들이 많이 등장해 식품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 무엇이든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소비할 기회를 제공받고, 이러한 과정이 당연한 세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나

아직도 많은 분이 유통기한 임박 식품에 대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다르므로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건강을 해치는 행위라고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맞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인식 변화에 동참해 주고, 올바른 인식이 더욱 대중화됐으면 좋겠다.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실제로 창업을 해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좋은 그림이 그려져 창업했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의 성공 조건을 높은 수익과 세간의 주목에 두지 않는다면 도전하는 자체가 이미 성공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다만,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마음과는 별개로 사업을 바라볼 때 항상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셜벤처를 운영하다 보면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적인 시각 사이에서 내적인 충돌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둘 사이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소셜벤처 창업가들의 가장 큰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중위소득 70% 이하 대상자들의 여유식품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낭비되고 있는 식품의 가치를 발굴해내는 것이다. 기존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 시장에서 여유식품의 영리적 가치만이 주목을 받았다면, 우리는 여유식품 유통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현재는 온라인몰의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지만 계속 시도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통해 다인테이블의 사회적 미션을 다양한 플랫폼의 형태로 확장해나갈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온라인몰의 경우 개별 소비자분들뿐 아니라 여유 식품을 필요로 하는 기관,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전자상거래) 채널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다인테이블의 사회적 미션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여 여유식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서울시민희망광고를 통한 매스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여유식품을 연결하는 '다인테이블'이라는 사회적 플랫폼을 확장해나간다면 '누군가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어디선가는 버려지는 일'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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