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마지막 책인 요한묵시록은 사도 요한이 파트모스섬에서 계시와 환상으로 본 하늘나라 옥좌와 최후의 심판, 세상의 종말 등 묵시적 계시를 기록한 책이다.    

아포칼립스(Apocalypse)라고 불리는 이 묵시록은 세상 끝날의 각종 재앙과 괴물의 출현 등 환상적이고 난해한 이미지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요한묵시록을 알기 쉽게 우리에게 설명해 주는 것은 베아투스(Beatus of Liebana)의 묵시록주석서(Commentary on Apocalypse)사본에 있는 자세한 삽화이다.

베아투스(730~800경)는 북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리에바나의 수도사로서 786년경 요한묵시록 주석서를 저술하였는데 이 책은 종말론이 유럽을 휩쓸던 10세기 전후에 온 유럽을 흔들어 놓았다.

베아투스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 스페인은 711년 아랍인들의 이베리아 반도 정복으로 교회가 파괴되고 기독교가 종말론에 휩싸인 시기였다. 이때 베아투스는 로마 제국과 네로 황제의 압제 아래 예수 재림을 대망하여 쓰여진 요한묵시록에 대한 주해서를 쓰게 되었다.

그는 어거스틴, 암브로스, 이레네우스, 제롬 등 초기 교부들의 주석서를 망라하여 참고하였다. 그런데 이 주석서는 베아투스가 죽고 난 후 10~13세기에 이슬람에 박해 아래 살던 스페인의 여러 수도원 필사실에서 사본을 필사하면서 원본에는 없던 풍부한 삽화가 곁들여졌다.

오늘날 25개 사본이 전해지고 있는데 각 사본마다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인 강렬한 색채와 이슬람풍의 삽화가 있는데 이를 모두 합쳐서 베아투스본(本)이라고 한다.

이 삽화들의 특징은 주제는 그리스도교적이지만 표현양식은 이슬람의 장식적 주제와 형태에 동화한 것을 보여주는데 이를 모사라베 예술(Mozarabic art)이라고 하며, 이 양식은 그 후 로마네스크 미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필자는 스페인의 유명한 중세 기도서와 베아투스본 등 채식필사본 영인 전문인 모레일로(MOLEIRO)사와 영국국립도서관, 뉴욕의 모건도서관으로부터 각종 베아투스본의 낱장 삽화(원본과 유사한 색감의 펙시밀리판)들을 수집했다. 그중 대표적인 두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실로스 베아투스(Silos Beatus)의 묵시록을 보자. 이 책은 북부 스페인의 부르고스 남쪽에 있는 실로스의 산토 도밍고 수도원에서 1100년경에 베아투스 묵시록을 필사하면서 106매의 채색삽화를 첨가한 묵시록 주해서로서 현재는 영국 국립도서관(런던)에 소장되어 있다.

▲ 실로스 베아투스(Silos Beatus)의 묵시록에 실린 하늘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가운데 있는 어린양 삽화.

이 묵시록에 실린 <하늘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가운데 있는 어린양>은 사도 요한이 본 '하나님의 보좌에 대한 환상'(요한묵시록 제 4~5장)을 그린 것이다.

위쪽 그림은 하늘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인데 오른손에는 일곱 번 봉인된 요한묵시록 두루마리 책을 들고 있으며 보좌 앞에는 수정과 같은 유리바다가 있다. 보좌 주위에는 근위천사인 그룹 천사와 스랍 천사가 두 손으로 별들이 빛나는 아몬드 모양의 초록색 만도를라(mandorla)를 받쳐 들고 있다. 만도를라는 기독교 미술에서 하나님의 후광(Halo)을 말한다.

아래의 큰 삽화는 가운데 원 안에 십자가 아래 일찍 죽임을 당한 어린양이 두루마리 안팎의 봉인을 열어 읽고 있다. 원 중앙에는 크고 붉은 날개가 달린 네 생물이 있다.

묵시록의 이 네 생물은 사자, 송아지, 사람, 독수리의 형상을 가졌는데 이는 구약 에스겔서(제5장)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를 가리키는 큰 바퀴를 타고 있다.

이 네 생물은 성 이레네우스(2세기 후반)와 성 제롬(4세기 후반)이 사복음서와 연결하여 해석하였는데 마태오의 상징은 천사(사람), 마르코 복음은 사자, 루가는 송아지 그리고 요한복음서는 독수리가 상징 동물이 되었다.

그리고 네 생물 옆에는 묵시록의 환상에서 본 장로들이 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12지파와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는 24인의 장로가 보좌 주위에서 찬양을 드리는데 이 삽화에서는 12인으로 줄여서 그렸다. 그 중 4인은 네 생물 앞에 부복하고 있으며, 나머지 8인은 2인씩 짝을 이뤄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대접을 들고 있다. 그리고 초록색별이 빛나는 보좌 가장자리에는 많은 천사들이 찬송하고 있다.

베아투스본 중에서 가장 먼저 필사한 것으로 전해오는 것은 모건 베아투스(Morgan Beatus)이다. 968년경 스페인 타바라의 산살바도르(San Salvador de Tabara) 수도원 에서 마지우스(Margius)가 300여장의 삽화를 그려 넣은 필사본으로 현재는 뉴욕 모건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 모건 베아투스(Morgan Beatus)필사본의 <느브갓네살왕의 꿈> 삽화.

이 필사본에는 요한묵시록의 내용 이외에 다니엘서(제4장)에 나오는 <느부갓네살왕의 꿈>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당초 베아투스가 성 제롬의 다니엘 주석을 요한묵시록 주석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의 꿈은 큰 신상의 꿈과 높은 나무의 꿈 등 두 가지가 있다.

그림에서 보는 '높은 나무의 꿈'은 땅의 중앙에 높은 나무가 있는데 잎사귀는 아름답고 열매는 많으며 들짐승이 그 그늘에 앉으며 많은 새가 가지에 깃들여 있다. 그런데 순찰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나무를 베고 새와 짐승을 모두 쫓아내고 일곱 해 동안 그를 짐승처럼 살게 하더라는 것이다.

다니엘은 이 꿈을 해석하기를 높은 나무인 왕이 쫓겨나고 삽화에서와 같이 왕이 소처럼 풀을 먹으며 이슬에 젖을 것이며 일곱 해를 지낸 후 하나님이 왕권을 회복해 주신다고 하였다.

■ 강정훈 교수는… 

▲ 강정훈 신성대 교수(전 조달청장)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지냈다. 이후 조달청 외자국장, 시설국장(1989~1994),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을 역임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암교회(예장) 장로이기도 한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강정훈 #베아투스 #요한묵시록 #요한계시록주석서. #성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