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 ©기독일보 DB

예장 통합총회가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15일 온누리교회(서빙고)에서 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주제강연은 김호기 교수(연세대)가 ‘코로나19 이후의 한국사회’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제한된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생중계됐다.

그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위험사회로서의 팬데믹이 도래했다. 이에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이 중심이 되는 위험사회를 말했다”며 “사회에선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진다. 시민들의 불안도 증가함에 따라 안전은 물이나 전기처럼 공적으로 생산되는 소비재가 된다”고 했다.

이어 “오늘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험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는 위험이 자연재해와 전쟁 등에서 비롯됐다면 오늘날 위험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사회발전이 낳은 결과”라며 ”이제 위험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 된다. 벡은 질병 또한 빠른 속도로 세계화된다고 진단했다. 도시화, 교통수단 혁신, 과학기술 발전 그리고 ‘사회적 밀도’ 곧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의 증가는 위험을 세계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사실은 ‘위험의 불평등 현상’”이라며 “위험의 영향은 국가·계급·세대에 따라 다르다. 특히, 빈곤한 나라의 국민, 사회적 접촉이 빈번한 서비스 부분 노동자, 독거노인이나 미취학 아동 등과 같은 특정 세대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현상이 도래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저성장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저성장이 일상화되고 구조화되는 시기가 곧 뉴노멀”이라며 “전반적 투자 부진,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한 성장 한계, 기술혁명이 가져온 고용 없는 성장 등이 있다. 또한 예외적인 것들이 일반적인 것으로 변화하여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이 바로 뉴노멀 시대”라고 했다.

그는 “생태학의 시각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예견된 비극이다. 생물학자 최재천은 ‘예전 같으면 에피데믹(국지적 유행) 수준으로 끝났을 일을 사람이 팬데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일갈했다”고 했다.

이어 ”정치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국가의 귀환’이 예상된다. 지구화된 위험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주체는 관료제에 기반한 국가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 동선 공개 등을 앞세운 우리 정부의 방역 정책은 국가의 능력이 중요함을 증거했다“고 했다 .

그러면서 “이제 신자유주의가 내건 작은 정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규칙적으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전염병의 특성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하고 유능한 정부’가 이제는 중요하다”고 했다.

또 “경제학적 관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5.2%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제 위기에 각국 정부는 재정 확대로 경제 살리기에 분투하는 등 ‘국가와 시장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화가 얼마나 과장되었고, 국민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보루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며 “서구의 경우 방역 과정에서 사생활보호를 우선시했다면, 한국의 경우 확진자 동선을 공개함으로 감염병의 확산을 막았다. 나의 자유 못지않게 우리의 안전을 중시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조화시키는 ‘협력주의적 상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탈세계화의 촉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각국도생(各國圖生)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더욱 무력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래 전망은 낙관보다 불확실성에 무게 중심이 놓인다”며 “이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는 건 공공의료 등 공공성의 강화,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생산적 공존,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 있다”고 했다.

또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미국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저작에서 삶의 미완성성, 이해의 불완전성, 실존의 유한계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조건들이라고 말했다”며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소망과 믿음과 사랑을 통한 구원을 피력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소망과 믿음과 사랑은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삶의 미완성성, 이해의 불완전성, 실존의 유한계성에 대한 새로운 영성적 자각이 요구되고, 이러한 영성적 삶은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소망, 믿음, 사랑을 통한 구원에 의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이성과 영성의 새로운 공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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