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요한 목사
연요한 목사

사랑의 하나님!

모래 한 알 안에서 세상을 보게 하옵소서. 들에 핀 꽃 한 송이로부터 하늘을 보게 하옵소서. 하루하루 작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원을 잡게 하옵소서. 한 송이 나리꽃에서 하늘을 보고 순간순간 흐르는 시간 속에 하나님나라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하옵소서. 순박함 속에 있는 보배로운 지혜를 배워가고 싶습니다. 천국에 들어갈 하늘나라의 슬기, 어린이가 되고 싶습니다. 순진 난만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고 세상 속에 담긴 하늘을 찾고 싶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품게 하옵소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물속에 담긴 하늘의 은혜에 감격하고, 쌀 한 톨에 담긴 우주를 깨닫게 하옵소서. 고달픈 가슴마다 소망의 씨를 뿌려주고 낮은 음성에도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네가 나의 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얼굴은 볼 수 없을 것이다."(출33:23) 하나님 얼굴을 보여 달라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등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은 부활하신 영광입니다. 십자가를 보면서 하나님의 얼굴을 알게 하옵소서. 등에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 향하시는데 십자가 앞에 있는 얼굴, 하나님의 얼굴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믿음과 소망이 있으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등만 생각하지 말고 앞에서 말씀하시는 낯을 소망하고 이것이 저의 신앙이 되게 하옵소서. 사흘 만에 부활하신 하나님을 몸소 겪고 신앙하게 하옵소서.

세상의 모든 죄악과 아픔이 있는 십자가로 나갑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얽어매는 굴레 한복판으로 오십시오.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등을 보여주셔서 저도 십자가를 등에 지고 따라 가게 하옵소서. 골고다에 오면 하나님의 등을 봅니다. 그 너머 고통과 아픔, 슬픔과 좌절, 세상의 십자가를 지면 우리에게 앞에 있는 하나님의 얼굴을 약속하십니다. 해골산에 이르러 새날을 열게 하옵소서. 2020년 한 해 동안 십자가 앞에 의연하게 하옵소서. 부활 생명을 주겠다. 아직 하나님의 얼굴은 안 보이고 손댈 수도 없지만 믿음을 가지고, 또 삶의 경험으로 기다리며 살게 하옵소서. 십자가를 지고 부활의 영광 빛을 밝게 비치겠습니다. 하나님의 빛나고 높으신 얼굴, 부활의 빛이 저의 손에 있습니다.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464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 숭의여대 교목실장과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장을 역임하였다. 최근 저서로 「사순절의 영성」, 「부활 성령강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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