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치와 호모데우스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유전자 정치와 호모 데우스'는 1부 맞춤아기와 유전자 편집 기술, 2부 자유주의 우생학과 유전자 정치, 3부 유전자 조작 기술과 분배정의의 실현, 4부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윤리, 5부는 트랜스휴머니즘 시대, 칸트가 던진 질문을 제시한다.

프로메테우스적 욕망

생명을 복제하는 기술은 이제 인간을 복제하는 기술로 넘어가고 있다. 영국은 이미 맞춤아기를 치료 목적에 한해서 허용한 바 있고, 중국의 과학자들은 영장류 복제 기술까지 성공했다. 과학 기술의 놀라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과학자의 손에 의해 편집할 수 있게 했고, 질병을 가진 유전자를 제거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집어넣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목적과 양면성을 가진다. 유전자 편집기술은 유전질환이나 난치병과 같은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가진다. 하지만 이 기술이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오히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개량하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슈퍼 베이비’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

과학만능시대에 인류는 혹시 구약의 바벨탑 대신 생명공학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화 아일랜드(Island)에서 복제된 인간은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부품에 불과했다. 복제 인간은 고객이 만약 장애를 가질 경우, 기계의 부속품처럼 고객의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나서 기계 부품처럼 ‘폐기’된다. 영화 속 복제인간들은 고객의 치료 목적으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사용되고 처리된다.

칸트, 기계로 된 두뇌에게 묻는다

무엇보다 트랜스휴머니즘 시대에 인간 존엄성 훼손과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 뻔하다. 이에 누구보다 인간학을 강조했던 칸트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와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말했다. 성찰하고 있다. 칸트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지를, 그리고 기계로 된 두뇌를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인지를.

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저자 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칸트는 언제나 항상 지켜야 할 ‘보편법칙의 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편타당한 법칙은 ‘정언명법(Categorical imperative)’의 형식으로서 이성적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으로도 이해된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그렇다고 존엄한 가치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칸트에게 인간은 ‘인격체로서의 인간만이’, 즉 도덕적이고 동시에 실천적인 이성의 주체로서 행위 할 때, 비로소 존엄한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앞으로 인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제작자(Maker)’가 될 수 있고, 수명을 연장하여 죽음을 피할 수 있는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이 된 인간, 호모 데우스는 이제 전능한 인간, 초월적인 존재인 호모 수페리오르(Homo Superior)가 되고 있다. 신이 된 인간은 신의 영역을 넘어 초인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호모 데우스’를 넘어 언젠가 자신들은 신이 되어 하나님(God)을 외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

프랑스 속담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어두컴컴한 새벽 미명 나를 향해 희미하게 다가오는 저 물체가 나를 사랑했던 개인지 아니면 나를 헤치려는 늑대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시점을 말한다. 지금 포스트휴먼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 기술이 우리에게 유익이 될지 해가 될지 조용히 개와 늑대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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