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김광연 교수(숭실대,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1998년 개봉된 영화 가타카(Gattaca)는 미래 생명공학 시대의 '맞춤아기(a designer baby)'를 주제로 다루었다. 당시 영화가 국내에 개봉됐을 때, 한국 사회는 생명공학 기술 발달의 놀라움에 극찬하기 보다는 마치 공상과학영화 다루듯 하여 우리들의 정서와는 사뭇 동떨어져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볼 수 있었듯이, 주인공 부부는 태어날 아이의 지능과 외모까지 마음대로 골라서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아기와 '디자인 아기'로 태어난 형제의 삶을 묘사했다. 2016년 현재 생명공학 기술은 스크린 속 주제를 현실로 만들었다. 실제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열성 인자를 제거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선별해서 아이를 낳는 '유전자 맞춤 시대'가 다가왔다.

맞춤형 아기 허용

현재 영국에서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 Human Ferilization and Embryology Authority)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캐시 니아칸(Cathy Niakan) 박사가 이끈 연구팀의 '유전자 편집 실험'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특정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유전자 가위는 인간과 동물 세포의 유전체 교정을 위해 특정한 염기서열을 찾아내서 해당 부위의 DNA를 절단하는 효소를 말한다.

연구팀은 기증받은 수정란에서 태아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위의 유전자 DNA를 잘라낼 수 있는데, 여기에 특정 효소를 사용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쓰인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빼내고 그 자리에 건강한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영국 하원은 과학자들에게 인간 태아에 유전자 변형 기술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기술은 부부의 수정란이나 초기 태아의 다른 여성의 DNA 일부를 옮겨 심는 것으로 2인이 아닌 3인의 DNA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국 의회 찬성표 382, 반대표 128표로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상원 통과도 확실하다고 영국 언론이 전했다. 대신 건강한 난자를 제공한 여성은 나중 태어날 아이와 관련이 없어야 하며 태어난 아이는 나중 난자 제공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 기술은 심각한 유전 질환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되고, 연간 유전질환으로 고통 받는 아이와 부모들의 상당수가 이 같은 시술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6년 생명공학 기술이 맞춤형 아기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실제로 가타카 영화에서처럼 피한방울로 이력서를 대체할 날들이 올 수 있게 되고, 사람의 유전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유전자 결정론' 시대가 도래 할 가능성이 높다. 맞춤아기(designer baby), 이젠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태어나기 이전부터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시대가 오고 있다.

1) 유전학적 개량에 대한 반대와 염려

샌델(M.Sandel)은 유전학적으로 완벽해 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비판한다. 그는 유전자 검사와 맞춤아기 시대에 선물의 주어진 인간 생명을 조작하고 개량(enhancement)하는 프로메테우스적 욕망을 비판한다. 과거에는 인간의 삶은 우연에 열려 있었고, 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는 인간 생명의 탄생이 '운명'이 좌우하던 영역에서 '선택'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맞춤아기와 개량주의는 우연히 주어지는 인간의 능력과 삶의 진정성, 그리고 공동체의 연대감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맞춤아기'로 '만들어진' 인간은 자연적인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보다 유전적으로 월등할 수밖에 없다. 이는 후천적인 인간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거스리는 과학 기술의 위험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인간의 유전자 개량은 단순한 한 인간의 신체를 개량하고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류 공동체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의 '연대감'을 상실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인위적인 것'들의 대체가 문제시 된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관은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여 사랑을 하고, 그 결실로 귀한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고 믿었다. 우리는 그 '잉태의 순간'을 '카이로스적 시간'으로 간주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이젠 인간 생명의 탄생이 단순한 과학적 도구에 의존하게 되면서부터 인간 생명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수 많은 사상가들 가운데 특히 '인간 존중의 윤리'를 강조한 칸트(I. Kant)는 "너는 너 자신의 인격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 있어서 인간성을 항상 동시에 반드시 목적으로 간주하여야 하며, 결코 한갓 수단으로서 결코 사용해서는 안 된다."(도덕형이상학 원론 IV, 61)고 말하였다. 인간은 다른 어떤 존재에 수단으로서 사용될 수 없고 반드시 '목적'으로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생명이 과학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생명은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 창조 질서의 회복

태초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다. 이들은 모든 인류(human kind) 기원이 되고 세상 모든 인류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였다. 하나님은 모든 각 생명에게 짝을 허락하시고 이들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게 하셨다. 여자와 남자 더 나아가 자연 질서에서 수컷과 암컷의 연합은 새로운 생명 잉태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생명공학 기술은 이런 자연적인 섭리를 거스리고 있다. 생명이 잉태하는 '카이로스적 시간'을 일상적인 '크로노스적 시간'으로 바꾸려고 한다. 생명공학 기술은 인위적으로 인간이 인간을 '제작'할 수 있는 '맞춤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과학 기술과 생명공학자들은 현재 신의 영역이었던 인간 생명의 탄생을 마치 '신놀이(playing God)'를 하는 것처럼 인간을 제작하고 있다. 과학의 영역은 신비의 영역인 인간 생명의 탄생을 벗기고 있다. 물론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생명공학 기술은 발전되어야 한다. 다만 질병치료에 한해서 생명공학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실험중인 맞춤아기과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간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만들려는 시도이고, 이 기술은 창조 질서 내지는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행위이다.

3) 영화의 이야기가 현실로

스크린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미래에는 우리와 복제 인간이 서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미래의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복제 인간을 마주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최고의 유전자만을 선별해서 아기를 만들어내는 과학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맞춤아기가 태어나고 복제 인간이 태어나면 신학과 철학 그리고 인문학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래 어느 순간 맞춤아기가 우리보다 우월한 신분을 가지고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신학적이고 윤리적 반성과 성찰의 속도가 엇박자 일 때 우리는 과학 기술에 종속될 수도 있는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태어날 아이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미리 정할 수 없다. 그 인간의 미래는 스스로 개척하면서 때론 고통스러울 때 전능한 신(神)을 의지하게 되고, 때론 자신이 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할 경우 인류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개척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맞춤아기와 생명공학 기술에서 보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이런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은 지금도 밝은 조명 아래 계속 연구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가 궁금하다. 미래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필자인 김광연은 생명윤리, 서양철학, 기독교윤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생명윤리학자이다. 현재 배아복제, 인간복제, 유전자 정치에 몰두하고 논문과 글을 쓰고 있다. flowersin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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