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장)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행동하는 신학자들의 모임인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이 8일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구소(USKI) 예산 지원 중단 및 폐쇄에 대한 논평을 발표하고, "좌편향적인 코드 인사의 산물로 대미 외교의 인적 네트워크를 잃어버린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샬롬나비는 이번 일에 대해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졸속 정치편향적 결정"이라 지적하고,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한 좌편향적 결정이며 연구 성과를 왜곡한 결정"이라며 형평성을 잃어버린 비합리적인 일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시의적절하지 않으며, 한미연구소는 정권을 넘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샬롬나비 논평 전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구소(USKI)예산 지원 중단 및 폐쇄에 대한 논평]

좌편향적인 코드 인사의 산물로 대미 외교의 인적 네트워크를 잃어버린 결정이다.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졸속 정치편향적 결정이다. 재고하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국책 연구 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통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USKI)에 연간 20억 원을 지원하던 것을 6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워싱턴에 있는 유일의 한반도 전문 싱크탱크가 5월 11일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처사에 대해 시민단체인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은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1.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한 좌편향적 결정이다.

북한이 잇따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연구소는 지난 12동안 북한에 관련한 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특히 이 연구소 산하 북한 관련 매체 38노스(North)는 그동안 민간 인공위성이 포착한 북한 지리 정보를 분석해 풍계리 핵실험징후, 신포항 잠수함 탄도탄 사출시험, 영변 원자로 가동 같은 생생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2016년 5차 핵실험을 예견할 정도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동태를 감시하고 분석하는데 독보적이다. 북한은 38노스가 특이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마다 가림막을 설치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활동을 분석하는 한미연구소에 예산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폐쇄에 이르게 한 것은 전략적으로 볼 때 북한에만 유리하고 남한에는 치명적 해를 끼치는 결정이다. 이것은 안보를 책임져야 할 문재인 정부가 '자기 발등을 찍는' 처사다.

2. 코드 인사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연구소가 예산사용이 투명하지 않고 연구성과가 부실하기 때문에 예산지원을 끊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구실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는 구재회 소장과 제니 타운 부소장에 대한 인적 청산이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지만, 로버트 갈루치는 주장한다, "나는 고위 직원(구 소장)을 교체하고 연구소 운영 가이드라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자금을 끊을 것이란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또한 "복수의 한국 소식통들은 이번 일이 오직 청와대 내부의 한 사람이 주도한 것이고 정책이나 원칙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과제로 추진 한 것이라고 내게 말해줬다." AP통신 역시 문재인 정부 관리들이 직접 구두 또는 서면으로 구소장과 부소장 교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정 사용의 의혹에 대해 갈루치 이사장은 "연구소의 재정보고서는 매우 철저했으며 한국 정부에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던 주용식 교수 역시 문재인 정부의 요구에 따라 감사를 실시했지만 재정 사용에 아무런 부정이 없었다고 확인해주었다.

3. 연구 성과를 왜곡한 결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연구소의 사업보고서가 '허접스러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게재되어 있는 연구보고서와 특별보고서가 모두 50여건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의 권력구조․경제․인권․역사 등을 망라하는 분야에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올라온 기고문이 920건이고, 위성분석이 216건이다. 특히 최근에는 하루에 2-3건씩 전문적인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다. 주요 기고자는 146명인데, 약 20명은 활발히 기고하고 나머지는 38노스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1년간 인용된 국내기사가 2800건, 구글에서 검색되는 기사가 2만 6000건, 네이버에 최근 1년간 검색된 기사가 2800여건이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같은 기간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1200건)나 헤리티지재단(1600건)보다 많다. 따라서 연구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4. 인적 네트워크를 잃어버린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의 한 방향인 '공공외교' 정책 강화는 싱크탱크․학계․시민단체 등을 통해 우호적인 세력을 만드는 것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특히 싱크탱크를 통한 외교는 연구의 자율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지만 인사와 연구에 개입하지 않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노력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의 주요기능 가운데 하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한미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한미 관계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미연구소는 국제관계학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존스홉킨스대의 후광을 받아 빠른 속도로 국무부 북한 특사나 북한담당관으로서 북한과 협상을 하거나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북한 전문가들인 친한파의 집결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38노스 기고자는 미국의 각계각층 전문가들이다. 예산지원 중단으로 한미연구소가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담당했던 한국대미외교의 한 축이 흔들리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12년 동안 해온 대미 외교 자산을 잃어버린 결과가 되었다.

5.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폐쇄적 결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미연구소의 인사에 관여하고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것은 학자들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미연구소에 인사 조치를 요구하거나 학자들을 검열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도 한미연구소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치려 한 것은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국제관례와 상식에 벗어난 폐쇄적 결정이다. 이제 한미연구소가 십여 년 동안 축적해온 연구 성과를 잃어 버려 앞으로 북한과 대미 관계 연구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6. 형평성을 잃은 비합리적 결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1년도 되지 않아 일자리 대책으로 수 십 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하지만 청년 실업율과 취업자 증가폭은 10년 새 최악이다. 이렇게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일에 천문학적 금액을 쓴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책을 수립하고 대미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연구소에 연간 2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다. 20억 원 때문에 2006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200억 원을 투자한 성과를 날려버리는 것이 과연 실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는가?

7. 시의적절한 결정이 아니다. 한미연구소는 정권을 너머서 지속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역사적으로 남북이 평화의 길로 가는가 아니면 전쟁으로 가는가의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그것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뒤이어 5월이나 6월경에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회담의 중심의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 정착이다. 이 두 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및 세계 평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중대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동태를 살피고 분석하는 일과 미국의 대북 정책 전문가들과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지난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엄중하고 민감한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하고 한미관계를 주로 연구하는 한미연구소에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것은 시기에 맞지 않고 따라서 현실적인 결정이라 할 수 없다. 정부는 결정을 유보하고 북한 관계 싱크탱크로서 한미연구소를 지속하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8. 교회는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고 정부의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을 위해 기도하자.

우리는 지금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럴 때 한국교회는 먼저 나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해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좌편향적 시각을 넘어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외교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이런 사명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연합할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연대할 필요가 있다.

2018년 5월 7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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