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국립외교원 겸임교수, /駐러시아 대사,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6자회담 한국측수석대표)
위성락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국립외교원 겸임교수, /駐러시아 대사,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6자회담 한국측수석대표) ©OKJA

지금 우리 외교는 탈냉전 시기 최대의 위기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사상 최고이고 이제 미국 본토를 향하고 있다. 따라서 미북 대결도 최고조이다. ​군사적 충돌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던 지난 정부 수준에서 아직 나아진 것이 없다. ​한중 관계는 수교 이래 최저점이다. 한러 관계도 지난 정부 이래 진전이 없다.

미중, 미러 관계가 최악이라는 점도 악재다. ​이들 간에는 북핵공조 보다 상호견제 심리가 앞선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여 유리한 담판 입지를 확보하려는 김정은의 집요함이 있고, ​이에 대응하는 트럼프의 예측불가 행태가 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상호 대응에 따라 격변이 날 수 있다.

본토가 북한의 타격권에 들게 되자 미국은 자극된 가운데 이에 맞설지 타협할 지 논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의 그간 대응은 다소 위태롭고 혼란스러운데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정치적 곤경 속에 있어 불가측한 행동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지하고 징치하는 일방, 상황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노력도 하여야할 터인데, ​사태의 동력이 미.북에 있고 현재의 남북관계나 한중관계를 볼 때 대북, 대중 협의로 활로를 열기 어려우므로, ​일단 대미 협의를 중심으로 일을 풀어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렇다. ​더욱이 근래 미국 내 논의의 흐름을 보면 우리의 냉철한 대처가 시급하다.

당장 경계할 일은 군사적 충돌이다. ​북미 간의 레토릭은 이미 위험수위이거니와 아울러 주목해야할 것은 미국 내에서 군사적 대응에 대한 논의가 지금처럼 활발한 일도, 이 정도의 공감을 얻은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모두 미국 자신이 위협에 직면하였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 상황이 협상 국면으로 가더라도 유의할 점이 있다. ​위기를 거쳐 미북이 대좌한 후, 편의적 타협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례가 있다. 30년여 북핵 역사에서 중대 국면은 93년 북한의 NPT 탈퇴와 06년 첫 핵실험이었는데, ​그 때마다 미국은 입장을 바꾸어 북한과 타협하였다. 93.6 미국은 북한의 NPT탈퇴 임시 중단을 확보하는 대신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었다. 그래서 북한은 그 합의문을 조미 관계 40년 사상 최고라고 불렀다.

​첫 핵실험 후에도 미국은 북한의 BDA 자금 해제 요구를 들어 주고 핵 활동 중단을 확보하였다. ​이제 우리는 북핵 위협 하에 든 미국이 어찌할 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

미국이 지금의 위기를 거치면서 동맹의 운용을 재고할 여지도 있다.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자국에 대한 위험을 무릅쓸지 재고할 수 있다. ​​북한의 전략이 이 부분을 겨냥하고 있으니 확장억지, 전략자산 및 주한미군 운영과 유사시 전력 증원 등에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이 북핵문제의 출로를 찾기 위해 중국과 한반도 안보구도 변경을 협의할 소지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미국 내에서 전에 없던 논의가 나오고 있다. 키신저가 제기한 미중 간 새 안보구도 논의나 영구분단을 전제한 두 국가 해법 또는 한국 주도 통일 후 미군 철수 구상 등이 그 예이다. ​우리의 운명에 관련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모든 시나리오에 잘 대처하려면 미국과 신뢰에 기초한 공조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을 말리기도 하고 힘을 빌리기도 해야 한다. 이런 현실주의 외에 나은 대안이 현재는 없다.

그런 면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지금 미국의 격앙된 심리 상 우리가 미국이 받는 위협에 무신경하거나 양비론을 취하면 동맹으로서 신뢰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이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의 대미 지원 의무가 발동될 수도 있으므로 ​우리의 자세는 평가되고 기억될 것이다. ​​자칫 미국 내 대한국 방위지원 재고나 한반도 새 안보구도 논의 기류를 부추길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스스로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인식하면 과하게 반응하였다.

​미국 우선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니 미국이 처한 위협에 적극 공감하고 동맹답게 처신할 용의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결정적 순간에 미국을 설득할 자산이 된다. ​그런 후 조용한 외교로 미국의 절제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ICBM 인지에서부터 괌 겨냥 실험에 대한 대응 그리고 사드 배치에 이르기 까지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둘째 앞서 말한 대외 여건과 별도로 국내에는 진보적인 대북, 대미 정책 주문이 있는데 이 역학에 잘 대응해야한다. 정부로서 지지층의 주문과 대외 상황의 요구를 조화시키지 않을 수 없는데, ​만일 양쪽 주문을 조율된 정책으로 녹여내지 않고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수용하면, ​대미정책에 부조화가 생기고 일체성이 손상될 수 있다. ​조율된 정책을 마련해야하고 그 준거 또한 현실과 국익이어야 한다.

​요컨대 우리외교는 유례없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일의 상당부분은 대미 외교에 걸려있고 최선의 대처는 냉철한 현실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글=케이아메리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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