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전경. ©기독일보 DB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변칙적인 세습을 준비해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명성교회(임시 당회장 유경종 목사, 광주 명성교회)는 지난 11일 오전 7시 당회를 열어 새노래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와의 합병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위임 청빙 안을 결의하고, 오는 19일 저녁 7시 주일 찬양예배 후 이 문제를 다룰 공동의회를 연다고 공고했다.

원로목사인 김삼환 목사는 당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7일 이디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으로 떠나 오는 23일께 귀국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회 관계자는 "이 문제(명성교회 후임문제)에 대해 본인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라고 해외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성도들 가운데 (합병을) 찬성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 김하나 목사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과거 2015년 정기총회에서 가결한 ‘교회(목회)세습(대물림) 금지 조항’에서 세습의 범위를 “사임이나 은퇴하는 담임목사(시무장로)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이거나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로 규정했지만 ‘교회 간 합병’과 같은 세칙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명성교회와 가까운 곳 하남시에 세운 새노래 명성교회는 명성교회가 건축해 지난 2014년 3월 아들 김하나 목사가 분리 독립한 교회다. 다만 새노래 명성교회는 등기부 등본 상에 아직도 김삼환 목사가 대표자로 등재되어 있다.

때문에 김하나 목사의 분리 개척 당시에도 교계에서는 '변칙 교회세습'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3년이 지나는 동안 김하나 목사는 김삼환 목사의 부재 시 주일 설교를 자주 맡아 합병설이 제기되기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김삼환 목사는 "(세습이) 오히려 잃는 것이 얻는 것 보다 더 많다."면서 세습 설을 일축했다.

한편 그동안 명성교회의 세습을 우려하던 시민사회 단체들은 합병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14일 낮 서대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담임목사직의 변칙적 세습으로 교단법상 불법 대신 편법을 택한 것”이라며 김삼환 목사가 당장 귀국해 ‘그동안의 과정을 막지 못한 잘못을 교인들 앞에 고백하고 공동의회에서 당회가 제시한 안을 통과시키면 은퇴목사자리를 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하나 목사에게는 “부디 합병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고난의 길’이라고 말하지 말라”면서 “부디 이 땅의 교회와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교회합병과 세습을 단호히 거부해 달라"고 당부했다. 개혁연대는 공동의회 당일인 19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 청빙 시도를 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본지는 명성교회 당회의 분명한 입장을 듣기위해 임시 당회장 유경종 목사(광주명성교회)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유경종 임시 당회장은 명성교회 이야기를 꺼내자 "그것은 명성교회에 연락하라"며 답을 회피했다. 다시 기자가 "임시 당회장이 아니냐"고 묻자 그래도 명성교회 측에 연락하라면서 "지금 바쁘다"는 말만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김삼환 목사를 소개하는 김하나 목사
지난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서 주말 프로그램으로 명성교회 '한국 문화의 밤'이 개최된 가운데 사회를 맡은 김하나(왼쪽) 목사가 아버지이자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의 인사말을 통역하고 있다. ©장세규=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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