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로마서 12장 17절)

지난 2015년 11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프랑스 파리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총기, 폭탄 테러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프랑스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고,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한 세계인들은 분노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는 희생자와 유가족, 부상자와 프랑스 국민 전체의 슬픔에 공감하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아울러 부상자들이 빨리 쾌유하기를 기도합니다.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반문명적인 범죄행위입니다. 우리는 지구상의 그 어떤 단체도, 또 어떤 국가도 더 이상 테러라는 반성서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전체를 테러집단으로 매도하거나 혐오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가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종교임을 믿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기독교 문명 대 이슬람 문명 간의 충돌이라는 왜곡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 간 더 깊은 대화와 이해를 촉구하는 사건으로 보기를 제안합니다.

이번 테러 직후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IS를 지목한 후, 전쟁 행위라 규정하며 테러리스트를 굴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 보복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평화’가 아닌 ‘칼’과 ‘총’으로 또 다른 생명을 공격하는 일이며, 악으로 악을 갚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프랑스 정부가 보복공격을 중지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성서적인 길을 택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또한 이번 테러 때문에 난민에 대한 거부 분위기가 거세지지 않기를 바라며 유럽 각국과 온 세계가 난민을 적극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미국과 소련의 패권다툼 속에 6.25 전쟁을 치르며 1천 만 난민의 고통을 경험한 우리는 이번 시리아 내전에도 미국과 러시아 등의 열강이 패권다툼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을 깊이 우려하며 열강들이 이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는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평화’에 관심하고자 합니다. 성서의 평화는 정의의 기초 위에 세워지는 온전한 평화입니다. 이 세계에 평화를 이루려면 우리는 기후 정의, 경제 정의 등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행히도 파리 곳곳과 테러 현장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초로 평화를 의미하는 ‘paix’ 형태를 만드는 등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참혹하고 참담했던 현장과 기억에 이런 온전한 평화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폭력과 전쟁으로 신음하는 이 땅 위에 하나님의 정의와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2015년 11월 1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
위원장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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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파리테러 #NCC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