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순방 성과 및 국정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상대 후보로 맞붙었던 문 대표와 정식으로 회동하는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15.03.17.   ©뉴시스

[기독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여야 대표와 3자 회동을 하고 경제문제와 남북관계 문제 등 국정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이어갔다. 이처럼 회동에서는 각자 각론에서 사실상 의견 차이를 드러냈지만 문 대표는 여려 현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박 대통령은 반박할 것은 하면서 들을건 들어줘 이번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할말은 다 했다는 평이 나온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과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간 3자 회동을 마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에게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데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며 "한이 맺힐 것 같다. 경제를 못 살리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고 경제 관련 법안의 처리를 촉구했지만, 법안 내용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연말정산·공무원연금 개혁 '공감'◇

우선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연말정산·공무원연금 개혁에는 공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 증가가 없고, 5500만원부터 7000만원까지는 2만~3만원 밖에 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을 지켜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에 "원래 취지대로 5500만원 이하 소득 근로자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준비해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이 국민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님, 문 대표님이 고향 선후배이기 때문에 두 분이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여야 대표도 이에 인식을 같이했지만, 세부 내용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다만 정부안과 야당안을 서로 내놓기로 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며 "정부도 안을 내놓고, 공무원 단체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에 "정부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문 대표 역시 "야당도 이미 안을 가지고 있으니 정부안을 내놓으면 야당도 안을 제시해서 같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정부안을 바탕으로 보완해서 새누리당 안이 나오는 것"이라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

게다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방법론에서 이들은 이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제안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과도한 재정지출을 하다 보면 세금을 부담하는 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늘고,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소득주도성장론이 내수를 살리는 길이다. 구체적 방법만 다를 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소득주도성장 전환과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경제사령탑 교체 없이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공감을 얻지를 못하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정책 기조) 대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경제수장을 교체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야당도 경제살리기를 위해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양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서비스 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고 논의해서 처리키로 했다. 야당이 우려한 의료민영화의 소지를 없앤다는 전제로 처리토록 했다. 그러나 관광진흥법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 대표는 "학교 근처에 관광업체가 유치되면 교육환경이 침해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반대했지만, 김 대표는 "이런 법이 청년일자리법"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한국으로) 오고 있다.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숙박시설까지도 막혀 있다"며 "호텔에 청년 일자리가 몰려 있다. (호텔이) 미래성장동력이 되고 청년일자리 등이 호텔에 많이 있는데 호텔이 없다"고 김 대표에 힘을 실었다.

박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문 대표가 주장한 생활임금 확대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과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표가 "생활임금은 지자체나 정부, 공공부문에서 하는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야 대표는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문 대표는 두 자릿수 인상을 주장했지만, 김 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맡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은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기준금리 인하 혜택이 서민금융에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했지만 법인세 정상화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기존 견해차만 확인했다. 문 대표는 가계부채에 대한 '특단 대책'을 강조하며 "서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보도록 해야 한다"며 "고정금리 전환자는 전부 정부를 믿고 손해 보고 있어서 고정금리 전환자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총량 관리도 중요하고 대출이 어떻게 됐는지도 중요한 데 제2금융권을 제1금융권으로 바꿔 타고 해서 내부적 질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법인세 문제에 대해 "작년에 세수가 11조원이 덜 걷혔는데 그만큼 경제가 안 좋고 장사가 안된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세금을 또 올리면 죽으란 소리밖에 더 되느냐"라며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최저한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 축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표는 "법인세는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한 뒤 "사내유보금은 대기업이 540조원에 이르고 명목상 실효세율이 굉장히 낮다"며 "대통령께서 법인세 감면을 정비한다고 했는데 매년 감면액이 30조원이고 대기업이 감면액의 9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실효세율을 높여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월세 대책과 관련, "공급을 더 늘리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주택 1만호 공급을 얘기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금리인하로 부동산 가격 올리면 전·월세는 더 올라간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과거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올릴 때 해당 시기에 12%대 폭등이 있었다. 잘못하면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결국 공급을 늘리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朴대통령, 경제정책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

특히 박 대통령은 경제정책에 대한 문 대표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문 대표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소득 주도로 성장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은 이미 우리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추진방법이 서로 다른데 과도한 재정지출 등을 통한 인위적인 가계소득 증대방안은 국민 세부담 증가와 기업활동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인위적인 소득증대는 한계가 있어서 지속 가능한 소득증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일자리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법인세율 인하는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지속해서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고 투자세액공제를 줄이는 등 대기업 위주로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해왔다"고 반박했다. '경제민주화 포기' 주장에 대해서도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감히 입법화시킨 정부"라며 "하도급업체와 납품업체,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방안도 모두 마무리했다"고 반발했다. 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 규제 강화방안,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도 상당수 입법화됐다"고 덧붙였다.

◇남북대화 '공감'...사드 문제는 언급 없어◇

남북문제와 관련 대통령과 여야대표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내 (성사)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참여정부 말에 정상회담이 이뤄졌으나 제대로 성과 내기가 어려웠다"며 "이희호 여사의 방북 기회를 활용하시고 러시아 전승기념일 등을 활용해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기회도 있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교황님도 방북하도록 요청을 하면 좋겠는데 이런 부분은 협조할 수 있다"며 "(저도) 동행이 가능하다. 특사를 보내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했는데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와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협력 등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 이산가족 문제 등 도움이 된다면 누구하고도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통일준비위원회의 흡수통일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 요구에는 "남북간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루는 건 변함없다"며 "이게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문 대표가 "인양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표명해주고 대통령이 챙겨주시면 좋겠다"고 하자 "작년 범대본(범정부사고대책본부) 해체할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잘하기로 했으니 그 논의를 지켜보면서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제정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에는 "행사 기념곡이 제정된 경우가 없다"며 "반대하는 분도 있고 찬성하는 분도 있기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거절했다.

이에 문 대표가 "지정 제도는 없지만 사실상 기념하는 노래는 있다. 광주와 호남에서 원하고 기념일 때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왔다"며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하자,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념곡 지정촉구)결의안까지 만들었다. 제일 큰 소리로 부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지역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김 대표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문 대표에게 촉구했고 문 대표는 "의총에서 논의하겠다. 독단적으로 원내대표가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과 해외자원개발, 방산비리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자 회동 정례화엔 해석 엇갈려...대화가 '성과'◇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 같은 3자 회동을 추가로 이어가자는데 공감했지만, 정례화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이날 회동에 대해 여야 대표는 폭넓은 대화를 한 게 성과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김무성 대표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유익한 만남이 됐다"며 "경제에 관해서 여야가 따로 없다는 인식을 함께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표는 "일부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고 또 많은 부분은 의견이 달랐다. 원론적으로는 생각을 같이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제 이야기를 경청해주셨다. 그것이 오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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