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서선교회(CLC)는 최근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출간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고흐 등의 거장들은 수많은 명화들을 통해 예수의 삶을 조명했다. 성탄을 맞아 4회에 걸쳐 책의 제1부 ‘이 땅에 오시다’에 등장하는 명화들을 통해 예수 탄생을 기리고자 한다.

 

CLC 측은 “<명화로 만나는 예수님>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예수님의 모습과 예술적 탁우월성, 깊은 종교적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자 강규주는 간결한 문체로 초신자부터 기신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의 삶과 이를 그려낸 대가들의 명화를 해설하고 있다.

1. 탄생을 미리 알림

하나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이라는 작은 마을로 보냈습니다. 천사는 요셉과 약혼한 사이인 처녀 마리아에게로 갔습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했습니다. “은혜를 입은 여인이여, 기뻐하여라.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하길 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듣고 너무나 놀라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말했습니다. “마리아야, 두려워 마라. 하나님께서 네게 은혜를 베푸신다. 보아라, 네가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아들을 낳을 것이다. 너는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했습니다. “성령이 네게 내려오시고 가장 높으신 분의 능력이 너를 감싸 주실 것이다. 태어날 아이는 거룩한 분,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예수님을 우리 곁으로 보내 주신다고 미리 알려주다

지금부터 2천여년 전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나님의 사자인 천사가 그리 잘 알려지지도 않은 갈릴리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인 나사렛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마리아를 느닷없이 찾아와, 그녀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태어날 아이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거룩한 분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줍니다.

그러나 요셉과 결혼을 약속한 마리아는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나이 십여 세밖에 안된 처녀였기에 천사가 들려준 말이 무척 놀랍고 한편으로는 난처했습니다. 그러나 천사의 말이 하나님에게서 온 것임을 알고 마리아는 의심과 두려움을 버리고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평범한 어린 처녀가 선택을 받아 이 세상의 구세주를 낳게 되었습니다. 천사가 들려주는 이 소식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온 백성들에게 새 삶을 주시기 위해 예수님을 우리들 곁으로 보내주신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마르티니 - 수태고지

 

▲수태고지, 시모네 마르티니. 1333년, 나무판에 유채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CLC 제공

 

이 그림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임신하게 되리라는 소식을 듣고 마리아가 당혹해 하는 장면을 그린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의 작품입니다.

그는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화파와 쌍벽을 이루던 시에나 화파의 중심작가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우아하고 환상적인 형태와 빛나는 색채 그리고 놀라운 기교로 화폭에 서정성과 생명감을 한껏 불어넣었습니다.

성경을 읽고 있던 마리아에게 느닷없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려고 찾아온 천사 가브리엘이 인사를 하자, 마리아는 놀라 당황하는 표정으로 엉거주춤 몸을 뒤로 젖히고 오른손으로 망토를 여미며 혼란스런 표정으로 천사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 가브리엘은 무릎을 꿇고 말을 건네는 자세를 취하면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성령을 암시하는 비둘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의 왼손은 구세주가 이 땅에 와서 누리게 될 평화를 나타내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마리아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사의 입에서 마리아에게로 “은총을 드높이 받은 이여, 기뻐하라. 주께서 함께 계신다”라는 글귀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천사와 마리아 사이에는 순결과 동정을 상징하는 백합꽃이 정교한 화병에 가득 꽂혀 있습니다. 위쪽의 둥근 장식 무늬 안에는 구약시대에 구세주가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실 것임을 예언한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예언자 이사야와 미가가 보입니다.

고딕 양식의 감성을 우아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그림은 공간감과 깊이를 느낄 수 없어도 빛나는 평면 위에 마리아의 당혹해 하는 표정, 가느다란 몸매에 흐르는 선율적인 곡선의 우아함,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옷 빛깔이 황금색 배경과 어울려 감미롭고 신비로운 세계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림 전체가 섬세하고 서정적이면서 풍부한 상상력이 깃든 단아한 아름다움을 풍겨주고 있습니다. 그림의 구성과 메시지 전달이 뛰어난 이 작품은 같은 주제로 그린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수도사 안젤리코 - 수태고지

 

▲수태고지, 프라 안젤리코. 1430~32년, 나무판에 유채화,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이 그림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임신하게 되리라는 소식을 전하자 마리아가 순순히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소재로 삼은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입니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도사였던 프라 안젤리코는 수도사의 의무를 다하는 한편, 피렌체의 산마르코 수도원의 벽면에 뛰어난 프레스코화를 남겼습니다. 그는 수도사답게 면면이 이어온 중세 미술의 전통적 이념을 지키면서 표현 양식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꽃과 아름다운 풍경 대신 엄숙하고 장엄한 건축물 내부에 자리한 두 인물의 자세는 경건하면서 부드러움이 넘치고 있습니다. 붉은색 옷에 남색 망토를 걸친 마리아는 테라스에서 성경을 읽다가 홀연히 나타난 천사를 보자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합니다. 등에 날개를 단 천사 역시 마리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양팔을 포갠 마리아의 자세는 믿음과 순종을 뜻합니다.

천사가 도착하자, 빛의 근원인 하나님을 상징하는 손에서 쏟아지는 금빛 광선이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에덴 동산을 지나 마리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빛은 하나님이 마리아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푸는 은혜의 빛입니다. 이 빛을 타고 성령의 비둘기가 마리아를 향해 날아갑니다. 천사는 마리아가 하나님 아들의 어머니가 될 것임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화면 왼편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겨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에덴동산에서 가죽 옷을 걸치고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의 불행한 모습이 보입니다. 붉은 옷을 입은 상반신의 천사는 이들의 갈 길을 안내하면서 냉혹하기보다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 악과 죽음의 구렁텅이로 떨어진 인간을 앞으로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예수님에 의해 구원을 받게 되는 두 장면을 한 작품 속에 멋지게 결합해 놓았습니다.

그림 한가운데 서 있는 가느다란 기둥 위쪽에는 이 땅에 구세주가 올 것이라고 예언한 이사야가 천사와 마리아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그 아래 기둥 머리에 앉아 있는 제비는 이때가 봄이라는 것과 이날부터 마리아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꽃과 녹음으로 빛나는 낙원과 검소하지만 잘 정돈된 건물 내부를 배경으로 하여 두 인물이 만나는 모습을 풍부한 색채로 밝고 화려하게 표현해 놓아 화면 전체가 생동감이 흘러넘칠 뿐 아니라 구세주 탄생으로 인한 인류 구원의 희망을 낙천적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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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