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특정 캐피털사가 한 자동차 회사의 할부금융 비중을 25% 이상 취급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여신업계에도 '방카슈랑스 25%룰'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카슈랑스 25%룰이란 은행지점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6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금융 독과점을 막고자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여신업계에도 방카슈랑스 25% 룰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2011년 86.6%에서 지난해 74.7%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에 방카 25% 룰 규제가 적용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 이상 취급할 수 없게 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감독 당국은 할부금융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그룹의 계열사 상품 취급비율을 제한하고, 현대차가 모든 제휴 캐피탈사에 같은 조건을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최근 현대차가 KB국민카드에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격비용 이하로 인하하라고 요구한 사실도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슈퍼 갑'의 지위를 이용한 단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내면 캐피털사가 카드사에 결제대금을 갚아주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현행 카드사별 복합할부 가맹점수수료는 1.85∼1.9% 정도다. 이 가운데 카드사는 캐피털사에 1.37%의 재원을 지급하고, 0.2%는 고객에 대한 캐시백으로 사용돼 카드사에 남는 부분은 0.33% 수준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캐피털사가 카드사에서 받는 복합할부금융 재원을 통해 소비자에게 금리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독과점적인 현대캐피탈 일반할부금융의 금리상승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 존폐 기로에 있던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존치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카드사에 가맹점수수료율을 0.7%로 대폭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사가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수수료율이 적격비용 이하라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현대차의 이런 행위가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수수료율 인하하라는 요구로, 여전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KB국민은행에 예치한 예금금액 3조원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겠다는 카드까지 협상에 이용하고 있어 당국과 금융업계가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현재 KB카드와의 계약을 10일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KB카드에 1.0∼1.1%의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법상 가맹점수수료는 적격비용을 근거로 산출한 단일수수료를 적용한다"면서 "현대차가 제안한 수수료율 1.0∼1.1%는 적격비용 이하이므로 카드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KB카드는 주요 금융거래처인 현대차 그룹에 대해 '을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협상이나 검찰 고소 등의 조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 캐피탈사는 복합할부 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여건이 더욱 악화할 위기에 놓였다.

금감원은 현대차가 카드사와의 가맹점 계약해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현대차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조정 요구, 검찰 고발, 공정위 제소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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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