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니 메이나드(29).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에서 뇌종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고 자신이 예고한 날짜에 목숨을 끊은 브리타니 메이나드(29)의 존엄사를 두고 교계가 안타까움을 표하는 한편,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일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이나드는 지난 10월 초 동영상을 공개하고 남편의 생일 이후인 11월 1일을 자신의 죽음 예정일로 '선택'한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900만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영상을 통해 근황을 전하던 메이나드는, 계획한 대로 1일(현지시간)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영상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선택에 대해 바티칸 생명윤리 관련 최고 담당자는 "존엄사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 자살"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그나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생명학술원 원장은 4일(현지시간) 현지 민영 통신 안사와의 인터뷰에서 메이나드의 존엄사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파울라 원장은 "메이나드의 행위 자체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지만, 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의식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도, "내가 한 개인을 미루어 판단할 수 없으나 존엄사 그 자체는 규탄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인 존 파이퍼 목사 역시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스스로 삶을 마감할 권한을 주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나드를 애도하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동시에 존엄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며 그 이유로 "삶과 죽음에 있어서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신의 몸을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몸은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퍼 목사는 암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우리가 겪는 고난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고난은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영광을 준비시키며, 목적 없는 괴로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버몬트, 몬타나, 뉴멕시코, 워싱턴 주의 총 5개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메이나드는 존엄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조치를 촉발하기 위해 자신의 존엄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암 말기 환자의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미국 내에서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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