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공연 장면   ©국립극장

[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은 <단테의 신곡>을 10월 31일(금)부터 11월 8일(토)까지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1년만의 '컴백'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정치가 겸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가 망명 시절 집필한 100편의 시로 구성된 서사시를 원작으로 했다.

이번 작품에는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가 등장한다. 원작과 초연에는 없는 것으로 단테가 스스로를 응시, 자기 성찰을 하는 존재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그러면서 지옥을 견디는 자' 단테는 전작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단테는 사자(死者)가 심판을 받고 선별돼 가게된다는 지옥∙연옥∙천국의 고통과 희열을 미리 경험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자신을 죽인 잔인한 영혼, 욕망의 노예가 돼 타들어가는 갈증에 괴로워하는 애욕의 죄인, 광기에 빠져 끊임없이 서로를 찌르고 때리며 몸부림치는 폭력의 죄인, 배고픔의 고통에 손자를 뜯어먹는 군주... 짐승같은 인간을 연기하는 지옥에 떨어진 배우들의 몸부림은 실제 지옥을 옮겨 놓은 듯 생생하다.

교만의 죄인은 교만의 무게를 고스란히 등에 지고 힘겹게 산을 오른다. 질투의 죄인은 죄를 씻기 위해 두 눈이 철사로 꿰매져 있다. 무관심의 죄인은 몸이 바닥에 붙어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다. 분노의 죄인은 온몸에서 썩은 연기를 뿜어내고, 게으름의 죄인은 연옥의 산중에서 가장 험한 길을 끊임없이 오르고 굴러 떨어지며 자신의 게으름을 씻고 있다.

연옥의 불안과 지옥의 고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감히 누가 죄를 지을 수 있을까. 큰 시련을 겪은 한국사회에 위로가 될 듯하다.

이처럼 단테가 상상했던 지옥과 연옥의 모습은 지금 시대 인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배우들은 대 서사시 '단테의 신곡'에 담긴 메시지 그대로, 객석에 앉아있는 현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통렬한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다.

극중에서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해 지옥∙연옥을 헤맨다. 천국에서 만난 그녀는 '천국은 어디든 있다'고 말한다. 길 위에 천국이 있다. 힘겹게 돌고 돈 끝에 파랑새가 우리 곁에 있음을 다시 깨닫는다.

▲'단테의 신곡' 포스터   ©국립극장

지난해 초연 당시 극중 단테가 여행을 떠날 때 나이와 같았던 지현준(36)은 1년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분노와 연민, 애틋함의 농도가 더 짙어졌다. 단테의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하는 탤런트 겸 연극배우 정동환(64)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남편의 동생과 애욕에 휩싸이는, 지옥에서 등장하는 '프란체스카' 역을 맡은 연극배우 박정자(71)는 존재감만으로 빛을 발한다.

8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미노스 김금미, 베아트리체 김미진, 연출 한태숙. 재창작 고연옥, 안무 이경은. 3만~7만원. 러닝타임 150분(중간 휴식 20분 포함).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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