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무래도 가늘고 길게 가려나 봐요. 쓰러질듯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거든요.(웃음) 인기라…. 이미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아봐서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좀 초연한 것 같아요. 앞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일밖에 없더라도 걱정하기보다는 그냥 앞으로 어찌될까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가늘고 길게 가도 나쁘지 않잖아요?"
'좋은날'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이유(18)가 2년 만에 정규앨범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를 내놓았다.

1993년생으로 아직 풋풋한 나이지만 1집 '그로잉 업(Growing up)과 이번 2집 사이 아이유를 둘러싼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1집의 대성공으로 2집은 가요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초호화 제작진'을 자랑한다.

29일 음반 발매에 앞서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아이유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진 앨범"이라며 "한 장의 앨범에 너무 무리해서 많은 것을 담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했다"며 방긋 웃었다.

총 13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김광진, 윤상, 정재형, 이적, 김형석, 정석원, 김현철, 윤종신, 이민수 등 쟁쟁한 선배 뮤지션들이 작곡가로 참여했다. 아이유가 가장 사랑한다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의 곡도 수록돼 있다.

"윤상, 윤종신, 이민수 선배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들 이번에 처음 만난 분들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또한 모두 제게 선생님, 삼촌, 오빠같은 대선배들이라 걱정도 많이 했죠. 하지만 다들 푸근하게 대해줘서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다만 그분들의 곡을 제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곡의 감성을 잘 살리지 못해 저 스스로 실망하기는 했죠. 제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정재형 선배의 '라망'은 연인에게 차이고 돌아오는 길에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퍼하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데 제가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어려웠어요.(웃음)"
이번 앨범은 또한 무엇보다 아이유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 곡들도 들어 있어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출발을 알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섯 곡에 공동 작사가로 참여했고, '길 잃은 강아지'는 자작곡이에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OST인 '내 손을 잡아'도 자작곡이지만, 제 음반에 수록한 곡으로는 '길 잃은 강아지'가 공식적으로 첫 자작곡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음반이 싱어송라이터로 가는 길의 시작입니다."
그는 "솔직히 곡을 만들면서 죽을 것 같았다. 더 잘하고 싶어 나 자신을 스스로 압박하고 쪼니까 정말 괴로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서 작업했다"며 웃었다.

"앞으로 조금씩 더 자작곡을 늘려나가고 싶어요. 작곡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동시에 나도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에 확실하게 들었어요. 작사도 힘들죠. 워낙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사도 그처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웬걸요. 작곡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웃음) 딱 맞는 표현을 찾아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재미있어요."
깜찍하고 앳된 외모, '3단 고음'으로 대표되는 빼어난 가창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그는 '좋은날'의 히트로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정말 감사하죠. '좋은날'의 성공이 꿈만 같아요. 그게 없었다면 못했을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시간상 본의 아니게 소홀했던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어요. 체력적으로는 과연 내가 안 쓰러지고 버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그는 가수로서 인기를 바탕으로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예능감각까지 발휘하며 그야말로 종횡무진했다. 특히 SBS '키스 앤 크라이'에서는 피겨 스케이팅 서바이벌 경연에 도전하기도 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진짜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망다녔죠. 하지만 제작진이 워낙 잘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하게 됐어요. 제가 몸치라 운동하는 게 힘든데 어떻게 하니까 또 되더라고요.(웃음) 연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 1년 정도 연기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됐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극중 '필숙' 캐릭터가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연기했어요. 걱정을 많이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아이유는 올해 대학입시를 치러야 했지만 응시하지 않았다. 유명연예인이라 연예나 음악관련 학과로 입학하는 데 남들보다 유리한 입장일 테지만 그는 입시 자체에 도전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제가 대학에 들어가려고 노력한 부분이 없었어요. 한 살 터울 사촌언니가 어려서부터 저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언니가 대학에 가려고 무척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그런데 전 활동하느라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대학에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 상태에서 대학에 간다고 해도 공부에 소홀할 것 같았고요. 음악은 이미 실전에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했고요."
"엄마가 과거 대학에 합격했는데 입학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그래서 난 꼭 대학에 가길 원했다"는 그는 "엄마가 무척 서운해하지만 대신 '대학 안 나왔다고 무시당하는 짓은 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 말대로 그렇게 할 거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지난 2년간 바삐 활동했던 아이유는 우리에게 자신을 얼마만큼 보여줬을까.

"이제 한 30-40%밖에 안 보여드렸어요. 앞으로 할 일, 하고픈 일이 정말 많아요. 가늘고 길게 다 보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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