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박사(한신대).   ©웹진 [제3시대].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2014 가을 새길 일요신학강좌(새길기독사회문화원 주최)'에서 이상철 박사(한신대)는 "서구 철학은 끊임없이 소외된 타자를 억압해왔고, 신학은 악(고통)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레비나스의 주장에 대해 "기독교 신앙 즉 막힌 담을 허무는 기독교 윤리는 소외되고 고통받는 타자를 위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 박사는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대리를 통해 고난 받는 사람들을 자신의 존재 안에 포함시킴으로써 타자성을 옹호했다"며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혹은 예루살렘이 혹은 율법과 도그마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할 뿐 아니라, 새롭게 획득되는 다양한 복수적 타자들의 특수성을 지지하는 자리로 우리를 내몬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이날 강좌에서 이상철 박사는, '이 음울한 냉소의 시대를 횡단하는 방법에 관하여: 임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을 중심으로'라는 제하로 발제했다.

이 박사는 "레비나스는 초월적 세계 저편에 있는 타자를 통해 바로 이곳에 있는 우리를 다시 발견하고, 이곳의 문제를 다시 바라본 것"이라며 "이때의 레비나스에게 '타자'레비나스에 의하면 억압받고 소외된 경계 밖의 사람들이라며, '레비나스'는 새로운 과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접근했다"고 말했다.

레비나스는 유대인계 프랑스 철학자로서 20세기의 마지막 형이상학자로 불리며 서구 윤리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레비나스는 흔히 타자와 윤리의 문제에 천착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레비나스는 서구 철학이 끊임없이 타자를 억압해왔다고 밝히며, 이것을 탐구하는 데 거의 60여 년을 바쳤다. 타자 윤리를 중심으로 신을 향한 초월적인 윤리를 인간을 향한 바람직한 가치로 발전시킨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 매우 활발하며 최근 몇 년 사이 철학 박사학위의 논문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제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박사는 레비나스의 타자론과 데리다의 해체론을 본인의 신학하는 방법론으로 삼고 작업을 해왔고, 근래에는 슬라보예 지젝을 참조하면서 우리사회의 대중문화와 사회현상 속에 패권적 질서로서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해독하고, 이에 맞서는 신학적 윤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박사는 "도덕적 규범을 강조하고 개인을 그 규범에 종속시키려했던 기존의 윤리에 맞서 니체-푸코-들뢰즈로 이어지는 계열이 '자기의 윤리학'을 전개했다면, 레비나스는 '타자의 윤리학'을 제안한다. 그의 시도는 근대적 주체가 지녔던 자율성(autonomism)에 반하는 타율성(heteronomism)의 추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윤리는 그동안 세상의 억압과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는 자율적 주체의 윤리적 행위가 무엇인지 물어왔다"며 "그러나 타자의 윤리학은 그 주체에서 빠져나올 때 비로소 윤리적 행위가 작동된다고 주장한다. 니체류의 윤리학이 서구 형이상학이 시도했던 초월에 반대하여 자기 안으로의 내재를 전략적 도구로 취했다면, 레비나스는 오히려 서구 형이상학의 초월개념에 대한 적극적인 윤리적 해석과 실천으로 그것이 지녔던 병폐를 극복하려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철학계와 신학계에서 레비나스에 대한 연구는 보통 세 가지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후설-하이데거-레비나스로 이어지는 현상학적인 계보를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레비나스에게 영향을 주었던 로젠츠바이크로 대표되는 유대교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비나스가 직접 경험한 아우슈비츠에 대한 역사적 이해와 영향, 그리고 아우슈비츠 이후 신학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라며 "레비나스의 서구형 이상학을 향한 비판, 신학이 어떻게 악(고통)을 정당화시키는 기재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추적, 그 고리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살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레비나스가 지난 세기에 있었던 양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히로시마 등 총체성에 입각한 전체주의의 망령을 목도한 후, 고통의 신학화를 통해 이루어낸 고난의 유의미성, 절대정신으로 나가기 위한 발전단계로서의 고난, 신적 섭리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난 등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되는 고난에 대한 낙관적 해석을 거부하면서 최종적으로 신정론의 폐기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 만일 레비나스의 지적처럼 신정론이 현재의 고난을 미래의 축복으로 연결시킴으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고난을 신앙적으로 무마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막스의 종교 폄하발언, 즉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라며 "(이 발제는) 레비나스 사상을 대변하는 키워드인 '제일철학으로서의 윤리학'과 '타자의 얼굴'을 고찰함으로써 서구 신학 내지 서구 윤리에 대한 반성을 도모했다"고 발제 주제를 설명했다. 

이 박사는 결론적으로 "기독교 윤리는 막힌 담을 허무는 기독교 신앙의 변혁적 원리와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의 교회라는 자기 동일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자기 동일적인 페쇄성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간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가 그것을 보증한다"며 기독교 윤리가 타자의 위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대리를 통해 고난 받는 사람들을 자신의 존재 안에 포함시킴으로써 타자성을 옹호했다"며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혹은 예루살렘이 혹은 율법과 도그마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할 뿐 아니라, 새롭게 획득되는 다양한 복수적 타자들의 특수성을 지지하는 자리로 우리를 내몬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윤리는 자본의 논리가 유일한 삶의 원리가 되어버려 모든 차이와 다름이 균질화된 세상과, 또한 세계화된 사회속에서 온갖 이유로 차별과 배제와 폭력의 상황에 놓인 복수적 타자들이 떨고 있는 자리, 바로 그곳에서 다시 쓰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상철 박사는 한신대 신학과와 동대학원 신학과(Th.M)에서 신학수업을 받고, 미국 시카고 멕코믹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MATS)을 마친 후, 시카고 신학대학원에서 '타자의 윤리'를 주제로 Ph.D 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2014). 현재 한신대에서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논문으로 "The Turn To The Other: A Conversation with Levinasian Ethics and Minjung theology",「어느 늙은 민중신학자의 편지」등이 있고, 저서로 『탈경계의 신학: 시카고에서 띄우는 신학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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