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당선이 유력시 되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받고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노무현의 남자'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 7·30 재보궐선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 당선인은 영남권을 지지 기반으로 한 여당 후보로서 전통의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96년 15대 총선 전북 군산을에서 강현욱 전 의원이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18년 만에 여당 옷을 입은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대통합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당선인 개인적으로는 '3전4기' 도전 끝에 이룬 꽤거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 당선인은 정권 출범부터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에 임명되며 정권 실세임을 입증했다.

윤창중 사태가 터진뒤에는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다가 지난 6·4지방선거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7·30 재보궐선거 초반 서울 동작을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당선인은 예상을 깨고 과감하게 호남 출마를 선택했다.

비교적 쉬운 지역을 마다하고 야당 텃밭에서의 힘든 싸움을 자처한 것은 영호남 '지역 벽'을 깨겠다는 그의 일관된 신념 속에 이뤄진 도전이었다.

이 당선인은 지난 1995년 광산 제2선거구에 민자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어 2004년 14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720표(1.03%)를 얻는 데 그쳤고, 2012년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져 39.7%를 얻는 기염을 토했지만 역시 고배를 마셨다.

이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출마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호남에서, 잃어버린 새누리당의 정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비장한 변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야당 텃밭인데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이 당선인의 호남 도전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삼아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밑바닥 지역민심을 훑은 것이 호남민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이른바 '예산 폭탄론'을 앞세워 지역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고 공약한 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의 '적진(敵陣) 침투'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혁파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출마해 아깝게 떨어지긴 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영호남 '지역 벽'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지역주의 혁파의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여당도 호남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될 것"이라며 "이정현 후보가 약속한 공약을 앞으로 지키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에서 호응 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의 당선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민호 모노리서치 전략이사는 "이정현 후보가 호남에서 당선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도 "이 후보 뿐만 아니라 호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나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공천 파동을 비롯해 실망한 부분이 쌓여온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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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원 #7.30재보궐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