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홍 원장은 "예정론은 운명론이 아니다"며 예정론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상아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 불거진 '신정론' 논란에 대해 10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실에서 만난 연규홍 원장은 "신학을 했다고 해서 하나님보다 하나님을 더 잘 알면 안 된다고 농담으로 얘기하는데... 그것이 하나님 뜻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시기상조였다"며 또 "가진자들과 이 시대 지배층을 위한 정치적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 뜻일 수 있지만 시대가 지난 후에, 이 일이 커다란 경종을 울려서 한국사회가 거의 변화됐다 그때는 뜻일 수도 있겠구나 말해도 된다"며 "이 상황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묻기보다 인간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연 원장은 "배가 기울어져서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보고체계 혼선, 구조의 이해관계로 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책임회피 할까만 생각하는 이 상황 속에서 그들을 생떼 같이 학살했다. 수장시킨 게 아니라 학살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가를 얘기 안하고 하나님 뜻만 먼저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목사님들이 하나님이 된 것처럼 하나님 뜻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아주 피해야 될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규홍 원장은 "성경에서 하나님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하시기 전에 아브라함과 흥정하신다. 출애굽 했을 때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치겠다 하셨지만 내 생명까지 드리겠다는 모세의 간곡한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은 그 뜻을 거두신다"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정말 어떤 하나님일까?"하고 반문했다.

그는 "예정론을 팔자론, 숙명론처럼 만들어놓고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위에 일어난다고 하면 믿지 않는 사람 중에 인생이 다 파괴당하고 짓밟힌 그들은 하나님께 항변하지 않겠나?"라며 "그렇게 몰고 가면 하나님이 나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정론은 숙명론이 아니다"며 "예정론은 이 세상에 박해와 고난이 있고 신앙을 버려야 될 수밖에 없는 고난의 상황, 내 신앙 자체를 파괴시키려고 하는 핵폭탄 같은 시련이 있다 할지라도 너의 구원은 하나님께서 이미 보장하고 계신다는 절대 구원에 대한 확신이 예정론이다"고 했다.

그는 "박해와 고난 속에 살던 종교개혁 시기에 그들의 구원이 세상의 칼과 무력과 공포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구원은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게 예정론이다"고 했다. 연 원장은 칼빈의 기독교강요 초판에서는 예정론이 '신론'에 있지만 나중에는 '신앙론'에 가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예정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좀 더 깊게 그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며 "그 점에서 한국교회가 목회자들이 더 깊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읽으려고 하는 공부가 신학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성경을 내가복음 식으로 읽다 보니 교회성장이 됐다고 내가복음이 성경을 바로 보는 거라 생각하고 바꿀 수 없는 신학의 획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내가 아는 것만이 아니라 모르는 것도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나만 옳은 게 아니고 너도 옳을 수 있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교회성장만 하고 나면 신학에 대한 기준도 성장주의와 번영의 신학 틀 속에서 번영되지 않고 부흥되지 않는 신학 논리는 필요 없다고 하는 식으로, 신학이 천박화되고 편협화됐다"며 "이것이 이만큼 성장한 한국교회가 성숙의 단계로 질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식화 사회, 정보화 사회, 글로벌화된 세계화 시대에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며 "그것 이상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갖는 지식과 영성이 갖춰져야지만 현대인들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연규홍 원장은 "지금 시대는 교회 수는 줄어들고 종교에 대한 관심은 없어져도 내면의 영적 갈급함, 심리적인 문제를 풀려고 하는 영성에 대한 갈구는 더 크다고 본다"며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의 논리와 설득력을 교회가 갖고 있느냐"고 했다.

덧붙여 그는 교회 안의 '맹신주의'와 '반지성주의'를 지적하며 "그 교회 목회자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면 그 교회 교인들은 전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며 "(그 목회자는)그것으로 인해 그 다음에 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히틀러를 정당화시켜준 사람이 하이데거이다. 그는 정치적의 의도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존주의자로서 하나님이란 분이 존재한다면 하나님이 구체화되는 다자인적 존재가 시대시대마다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예수라고 했다. 그 맥락을 활용한 사람이 히틀러다. 그 때 예수가 있다면 지금은 자신이라고 했다"고 했다.

연규홍 원장은 "하이데거는 히틀러의 메시아니즘을 정당화시켜줘서 히틀러 치하에서 대학총장까지 특권을 받는데, 그 이후에는 죽을 때까지 강당에 안 서고 은퇴해버렸다. 속죄하는 마음으로..."라며 "히틀러를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론은 히틀러를 자기 정당화시켜주는 이론이 돼버렸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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