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화진 책방에서 열린 <사무엘상>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김구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홍성사

"한국 신학자 가운데 깊은 영성과 신학적이고도 목회적인 폭넓은 통찰력을 이처럼 정확한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한 글은 처음 접했다. 단순히 구미 신학의 전달이나 모방이 아니라 그 토대위해 신학적 한류의 물꼬를 텃다는 의미에서 김구원 교수님께 경의를 표한다." -<사무엘상>에 대한 이재철 목사 評

이스라엘에서 가장 위대한 판관인 사무엘의 일생과 그 시기에 일어난 사건들과 연합 이스라엘 왕국의 성립에 대해 기록한 구약 성경의 '사무엘기'. 그 중 '사무엘상'의 주석이 홍성사에서 출판됐다.

최근 홍성사는 김구원 개신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무엘상> 출판 기념회를 양화진 책방에서 열었다. 이날은 홍성사에서 진행하는 11번째 출판 기념회였다. <사무엘상>은 홍성사에서 진행하는 주석 시리즈의 첫 번째 주석이다.

'주석 시리즈'에 대해 이날 진행을 맡기도 한 정애주 홍성사 대표는 "출판이 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중 하나가 모든 교파에, 신학교에 속한 선생님들, 교수들, 학자들이 함께 성경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홍성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오래 전에 기도하고 하겠다고 결심했었던 것 중에 하나가 주석 시리즈다. 통독하면서 성경을 이해하고 더 확장해 주고 질문을 모아주고 열어주고 하는 통독의 형태로 주석했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라고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그 첫 저자다. 정 대표는 "굉장히 오랫동안 기도하고 살피고 검증하려고 애쓰면서 모신 저자"라며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흥분되고 기대되는 저자"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또 "홍성사는 성경을 전문적으로 읽어내는 이런 책은 그 동안 하지 않았었다. 김 교수와 이 자리를 여는 것은 홍성사로서는 큰 의미"라며 "앞으로 언제 66권이 다 완성될지 모르겠다. 하나님이 언제까지 완료를 시키실까 기대하며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주석을 내면서 마음 속에 두었던게 한 가지 있었다"며 "주석을 통해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 주석을 읽는 사람이 성경 본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성경 자체가 참 재미있고, 깊고, 하나님의 말씀이구나라는 확신으로 성경을 읽어가는 삶이 습관이 되는 일이 벌어지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철학을 하셨는데 서울 대학교 교수 중 어느 분에게 감명을 받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철학과를 나오게 된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그 시절을 보내면서 생각하는 법, 글쓰는 법, 정직하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신앙에 있어서 가이드를 주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학문하는 법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감사한다"며 "철학과를 간 다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갔느냐였다. 철학과에 가서 인간의 지혜가 얼마나 허망하고 부족한지 배우고자 갔다고 대답하고 다닌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교만한 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대 근동과 구약 성서가 하나의 학문인지 물었다. 김 교수는 "고대 근동이라는 학문은 성경 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고대 근동은 오늘 날 북부 아프리카이다. 터키를 포함한 중동 전역을 지칭하는 말"이라며 "성경은 이스라엘의 경전이지만 고대 근동은 전 지역, 문학이나 역사를 공부한다. 시카고 대학 인문대학에 있는 고대 근동학과에 들어가 이스라엘 지역의 전경인 히브리어 구약 성경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카고 대학교 고대근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대 근동의 나라가 어디인지에 대해 "터키(옛날의 '히타이트'), 북부 아프리카, 옛날에 '이집트'라는 나라가 있었다. 중동(이스라엘 북쪽과 시리아, 남쪽으로는 요르단 등), 옛날에 메스포타미아 지역이라고 하면 이라크, 이란을 포괄하는 지역을 근동 지역이라고 했다. 고대라고 하는 것은 문자가 발명된 BC 3000년 경부터 알렉산더가 그 지역을 정복하는, 마케도니아 때 까지 고대라고 부른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정 대표는 "책에서 '엘리 가문의 죄악과 사무엘의 성장'이라는 내용에서 그 당시 종교 지도자의 영성이 얼마나 흐릿한지, 이런 부분을 서술해 주셨다. 그 당시 제사장들이 세습을 늘 통상적으로 했다"며 "지금 우리 나라의 종교 지도자들의 영성과 비교해줄 수 있는지"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아주 조심스럽게 오늘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 사사 시대 말기의 모습과 너무 유사하다. 사사 말기의 영적인 상태가 모든 사람이 자기의 소견에 옳은대로 행한 시대다. 이 말은 하나님의 말씀은 안중에 없고 자기 옳은대로 했다는 것"이라며 "오늘 날 한국의 모습이 이와 닮아있다. 한국 교회 대부분의 문제가 목사에게 있다. 영적인 지도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 하나님께서 침묵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 보고 계시고 여러분을 향해 외치고 있다. 성경에서 끊임없이 사무엘을 부르신 것처럼 우리를 부르신다"며 "다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귀를 가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교회도 영적으로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끊임없이 외치고 계신다.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한 것이다. 사무엘 같은 사람들이 다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세 번 불렀다. 그러나 사무엘은 하나님의 음성인지 모르고 엘리를 찾아갔다"며 "사무엘이 자기가 들은 음성인데, 몰랐던 것은 어려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시대가 워낙 하나님과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사무엘 조차도 무뎌서 그랬던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 교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엘리 제사장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사무엘상' 앞 부분을 보면 엘리는 자기 처소에 누워있었고 사무엘은 성전에 누워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사무엘이 성전에 누워있던 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였다. 엘리 제사장은 관습을 알고 있었고 사무엘을 자게 한 것"이라며 "시대가 어두움의 시대였고 영적인 혼돈의 시대였기에 실은 대제사장이 그 곳에 가서 누워있는 게 맞다. 하나님께서 너무 응답을 안하시니까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자고 사무엘만 거기에 보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명한 것은 엘리는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그 날 밤 말씀하실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가 사무엘을 그 곳에 보내면서도 음성을 듣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며 "엘리 제사장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방법을 적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일단 이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더 직접적인 이유는, 사무엘은 성전에서 자랐다. 제사하는 것, 상담하는 것을 매일 보고, 제사할 때 읊어야 하는 구절들을 암송했을 것이다. 오늘 날로 따지면 일종의 신학 교육을 받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과 실질적 만남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 날 신학교의 공적인 교육이 하나님과의 실전적 만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적인 신학 교육과 실질적으로 이 사람이 하나님 앞에 진실한 하나님의 종으로 설 수 있는 그런 교육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그런 도전이 제게 있다"고 했다.

최근 양화진 책방에서 <사무엘상>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박성민 기자

여호와의 음성을 모르고 성경을 읽다가 사무엘 처럼 직접적인 음성의 열림, 눈뜸 등이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제가 철학을 그만하고 신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대학 때 철학하며 실은 철학을 계속할 마음이 있었다. 재미있고 좋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너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한 만족함이 없었다. 지적인 만족하지 못함이 아니라 복음이라는 것이 이것 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이것 밖에 안되는 복음이라면 "글쎄"라는 이런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생 때였다. 그러던 중 성경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공부하며 복음서를 통해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때 든 생각이 성경이 나같이 회의적인, 시니컬한 사람도 사모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사람을 변화시킬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라는 것을 체험했다. 그 이후로 성경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결심을 했다. 실질적으로 그 다음부터 성경을 읽을 때마다 깨달음의 은혜를 주셨다. 성경을 묵상하면 내안에 깨달음이 있었다. 그때 읽으며, 가르치며 드는 기쁨이 그 이후에 신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됐다. 지금도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성경을 공부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것이다. 읽고 깨달은 깨달음, 진리를 나누고 진리대로 살아가는 것."

'한나의 기도'에 대해 언급되며 '기도'와 '순종'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기도는 순종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믿음으로 아이를 키우면 완벽하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크게 하나님 앞에 이상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사무엘과 엘리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엘리의 훈육과 사무엘의 훈육을 구분해주는 결정적인 하나의 예가 자식들의 이름이다. 엘리의 아들들의 이름은 홈니(올챙이)와 비나스(남쪽 사람)다. 둘 다 이집트의 이름이다. 이집트 이름이 그 당시 유행이었을 수도 있고 듣기에 굉장히 팬시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반면 사무엘은 요엘("여호와가 하나님이다.")과 아비엘("하나님이 나의 아버지이다.")로 지었다. 아버지의 신앙의 고백이 담긴 이름들이다. 죄 지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엘리의 자식들처럼 하나님 자체를 거부하고 모독하는, 어떤 제사와 제물로 용서받지 못하는 저주를 받은 가문은 아니다. 한나의 예가 사실은 우리들 모두가 믿음, 사랑으로 자식을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고대 근동학을 전공하셨는데, 축적된게 어떤 게 좋은지, 혹시 그것 때문에 성경과 부딪혀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고대 근동학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성경의 배경의 삶을 배우는 것이다. 오늘 날의 문화가 담긴 게 아니라 그 당시 문화가 녹아져 있는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는 게 고대 근동학이다. 성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며 "넓고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주석을 통해 여러분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주석을 봐도 괜찮은지에 대해선 "성경을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힘으로 정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성경이 우리와 전혀 다른 시대에 다른 언어로 된 다른 문화 속에서 나온 책이라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주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어디까지 주석은 마지막 참고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주석이 마치 모든 문제를 정답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모든 주석가는 결국 성경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제가 이 책을 쓰면서 그 중간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성경을 정독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지게 되는 질문이 뭔가 염두해 두고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지면서, 그 다음에 우리의 삶과 살아가는 데 교훈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아보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책을 읽다 보면 '문학적 표현'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성경을 문학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문학적 기법으로 성경을 볼 때 좋은 점"에 대해 질문했다. 김 교수는 "문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성경을 문학적이라고 말하는 의미는 어떤 장르가 아니라 의사 소통의 방법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며 "성경이 문학적으로 읽힌다는 것은 소통 방법에 맞게 민감하게 해석한다는 얘기다. 글에 대한 정확한 독해는 소통의 관습을 정확히 알 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경 저자가 소통하는 문학적 관습을 익혀서 거기에 맞게 해석한다는 의미이지, 성경이 허구다라는 식의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는 학자들의 논쟁보다 본문 자체의 해설에 집중했다. 질문과 적용, 묵상을 돕는 글을 각 장 끝에 실음으로써 성경 공부 교재로 활용이 가능하며 개인 묵상에도 유용하다. <사무엘상>에는 고대근동학적 배경과 신학적 메시지가 충돌 없이 조화되어 있다.

저자인 김구원 교수는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거쳐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목회학석사학위를, 시카고대학 고대근동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구약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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