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모습이다.   ©김철관

전직 언론계 선배들이 현직 언론인들에게 잘못된 세월호 참사보도를 '반성하면서 행동하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31일)에 즈음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언론광장·새언론포럼·방송독립포럼 등 전직 원로 언론인, YTN·MBC 해직 언론인들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성하고 행동합시다'라는 제목의 현직언론인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전직 언론인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대부분의 언론들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가운데, 후배 언론인들에게 자유언론과 공정언론을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박래부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과 전영일 전 전국언론노조수석부위원장이 호소문을 낭독했다.

호소문을 통해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한 달"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실종자 304명 가운데 20명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단일한 사고로 그렇게 많은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적은 없었다"고 운을뗐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통탄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정부적 대응'과 그것을 비호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였다"며 "특히 '공영방송'인 KBS 기자들은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모욕을 받으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기자회견모습이다.   ©김철관

이들은 "우리는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 그리고 생사는커녕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아 진도체육관에서 한 달 동안이나 비통한 나날을 보내온 실종자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언론이 저지른 직무유기와 권력에 대한 비굴한 복종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우리가 현업에 있던 때 언론사의 사유화와 권력에 대한 예속화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후배 언론인들이 저런 굴욕과 모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진실 되게 보도하지 않는 언론은 그 자체가 폭력의 도구"라며 "공익에 봉사해야 할 언론매체를 사유화하면서 권력에 빌붙어 사익만을 추구하는 언론은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하루속히 거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012년의 언론대투쟁 이래 온갖 역경 속에서 좌절과 무기력에 빠져 있던 날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이제 자유언론, 공정방송 건설을 위해 하나가 되어 떨쳐 일어나야 할 때"라며 "여러분의 고뇌와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 길을 기꺼이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호소문 낭독이 끝나고 전직 언론인들은 현직언론인들에게 호소문 대자보를 전달했다.

이날 이용마 MBC해직기자 사회로 모두 발언을 한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는 "정말로 세월호적 정치, 경쟁, 언론을 끝내야 한다"며 "이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박정희시대 언론탄압보다 현재 교활한 언론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KBS 보도국장을 내무반전령 임명하듯 하는 구조를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길환영 KBS사장과 안광한 MBC사장의 퇴진을 하지 않고서는 공정방송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오늘부터 후배들과 반성을 하면서 함께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홍범 전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우리 언론이 정치와 자본과 하나 돼 거대 권력을 이루고 있다"며 "언론을 정권으로부터 떼 내어 정체성을 찾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어제 검찰이 선장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를 했다"며 "이제 세월호 참사 사건이 아니라 세월호 살인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마디로 관의 부적절한 정책과 관제 정치에 의한 살인 사건이 된 셈"이라며 "처음 세월호가 터졌을 때 언론이 제대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더라면 많은 학생들을 살려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익 언론소비자주권연대국민캠페인 공동대표는 "선장들이 살아 있어도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고, 박지영씨나 사무장 등은 죽었어도 의로운 죽음이었다"며 "언론인들이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싸우면, 국민들은 공정보도를 위해 싸우는 당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직자인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은 "2년전 MBC, KBS, YTN 등이 파업 100일을 하면서 이런 언론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뭘 했다는 것이냐"며 "시민을 서운하게 만들면 안 된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바로볼 줄아는 기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해 3일째 KBS별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공영방송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아침 18명의 부장단회의에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사퇴를 결의했다"고 밝히면서 KBS 부장단 보직사퇴 성명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KBS본관 기자회견장에서 3일째 길환영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KBS별관 천막 농성장으로 향했다. 가두행진 중 '공영방송 쟁취하자' '길환영 사장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별관 천막 농성장에 도착했다.

천막농성장에서 발언을 한 함철 언론노조 KBS본부 부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공영방송 KBS를 되찾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KBS 사내에서 길환영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이다.   ©김철관

이날 발언자 외에도 김영호 전 언론연대 대표,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 해직자 최승호(뉴스타파) 전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해직언론인, 우장균(전YTN 기자)전 기자협회장, 현상윤 전 언론노조 부위원장,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 등 전 현직 언론계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오전 KBS 부장단은 회의를 열어 길환영 사장 퇴진 촉구와 보직사퇴를 결의했다.

보직사퇴 성명을 통해 "누구 탓을 하랴.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며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길환영 사장에게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농성장 방문이다.   ©김철관

[현직 언론인들에게 보내는 호소문]

반성하고, 행동합시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한 달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실종자 304명 가운데 20명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단일한 사고로 그렇게 많은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과 같은 배를 타고 가던 이름 없는 시민들의 죽음과 실종도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국상' 중입니다. 봉건왕조 시대에 임금이 죽었을 때 치르던 국상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무능과 독선 때문에 참혹하게 희생당한 주권자들의 영정 앞에서 통곡하며 치르는 장례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통탄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정부적 대응'과 그것을 비호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였습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 기자들은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모욕을 받으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 5월 7일 KBS의 젊은 기자 40여 명이 발표한 '반성문'은 눈물로 쓴 글입니다. '반성'에 참여한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이 나라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총리,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 대통령은 찬사와 박수만 받아야 하고 책임은 없는 건가요?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은 어디로 간 겁니까? 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건가요?"MBC 보도국의 젊은 기자 121명이 지난 12일 오전에 발표한 '참담하고 부끄럽다'라는 제목의 '양심선언'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 인력 7백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 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데도 일조했다." 5월 13일 18개 MBC 계열사 기자모임인 '전국 MBC 기자회'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반성문 성격의 성명을 낸 뒤 한 기자가 한 말은 오늘 그 '공영방송'이 서 있는 자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역설적이게도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이후 KBS에는 항의도 오고 분노 표출도 있지만, MBC에는 항의도 없고 손가락질도 없다. 아예 기대도 관심도 없는 것이며 언론사로서의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다.

"우리는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 그리고 생사는커녕 시신조차 확인되지 않아 진도체육관에서 한 달 동안이나 비통한 나날을 보내온 실종자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언론이 저지른 직무유기와 권력에 대한 비굴한 복종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우리가 현업에 있던 때 언론사의 사유화와 권력에 대한 예속화를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후배 언론인들이 저런 굴욕과 모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미 KBS에서는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언론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물러나지 않으면 방송 제작을 거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KBS 사장은 물론이고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를 둘러싸고 가장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인 MBC 사장도 마땅히 사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KBS 사장, 여당이 지배하는 방송문화진흥회와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운영권을 쥐고 있는 정수장학재단이 '선출'하는 MBC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두 방송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 후임으로 '낙하산 사장'이 다시 임명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명하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 제도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장들이 임명하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은 이번에 드러났듯이 '청와대의 나팔수' '대통령의 언론 친위대' 구실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는 제1야당은 진보적 언론단체들과 협력해서 공영방송의 '중립화'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관영화한 방송' 중심으로 한국 언론의 참담한 현실을 아파하는 이 순간, 속으로 웃고 있는 언론사 경영주들과 언론인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대표하는 보수언론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주로 KBS 경영진과 보도부문 간부들에게 퍼붓는 비판을 보면서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여기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류 신문'이라고 자처하는 조·중·동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KBS나 MBC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교묘하게'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감싸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박수를 보내는 보도와 논평을 계속했습니다.

그들은 실종자 '구조'가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나라 안팎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는 대통령을 '구조'하는 데 앞장을 섰습니다. 우리는 보수언론의 이 파렴치한 작태를 보면서 박정희 유신독재시대인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사 기자들이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상기합니다. 살벌하고 엄혹한 시절에 박정희가 긴급조치로 언론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상황에서 나온 그 선언은 민중의 반독재투쟁에 불을 댕기는 획기적 동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언론노동자들이 '제2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해야 할 때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1980년 5월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광주 항쟁을 총칼로 억누르면서 시민들을 학살하던 때 전국의 여러 언론사에서 '진상 보도'를 요구하며 과감하게 검열 및 제작을 거부하던 언론인 수백여 명이 강제해직을 당했습니다.

오늘 이 호소문을 함께 발표하는 언론인들 가운데는 그런 투쟁의 뒤를 이어가다가 이명박 정권 시기에 해직당한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언론계에 가한 충격을 계기로 다음과 같이 결의를 다지려고 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진실 되게 보도하지 않는 언론은 그 자체가 폭력의 도구이다. 공익에 봉사해야 할 언론매체를 사유화하면서 권력에 빌붙어 사익만을 추구하는 언론은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하루속히 거세해야 한다."우리는 언론노동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2012년의 언론대투쟁 이래 온갖 역경 속에서 좌절과 무기력에 빠져 있던 날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이제 자유언론, 공정방송 건설을 위해 하나가 되어 떨쳐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고뇌와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 길을 기꺼이 함께 가겠습니다.

언론노동자 여러분!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노동자의 힘은 굳센 단결과 동지애에서 솟아납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소속 회사를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하나가 되어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이루기 위해 어깨동무하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나라를 민주화하고 민족공동체의 평화적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과업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 때문에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줄 진정한 민주정부의 출현을 열망하는 대중과 함께 우리 모두 손을 굳게 잡고 나아갑시다.

2014년 5월 16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 김동현 김양래 김유주 김종철 김창수 김태진 문영희 박노성 박종만 성유보 송재원 송준오 신정자 신해명 양한수 오봉환 오정환 윤석봉 윤활식 이기중 이명순 이문양 이부영 이영록 이종대 이종덕 이종욱 임부섭 임학권 정동익 정연주 조강래 조양진 한현수 허 육 홍명진 황의방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 신홍범 성한표 최정학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 정남기 윤후상 유숙렬 고승우(합동통신) 현이섭 홍순권 백맹종(현대경제) 이원섭(조선) 손정연(전남매일) 윤덕한(경향) 박동녕 최성민 이희찬(KBS) 노향기(한국) 정상모(MBC)

언론광장 / 김중배 장행훈 김학천 김광원(동아) 김영호 김주언(한국) 박인규(경향) 장재열(중앙) 김철수(KBS) 김현수(한겨레) 백병규(미디어오늘) 임정훈(EBS) 엄주웅(방통심의위원회)

새언론포럼 / 조성호 박래부 신학림(한국) 권영길 최홍운 정운현(서울) 이광호(레디앙) 박강호(출판) 김기담 마권수 전영일 현상윤(KBS) 손문상(프레시안) 박영규(연합뉴스) 강기석 강병국(경향) 옥시찬 김평호 최용익 이완기 안성일(MBC)

방송독립포럼 / 박동영 최성민(KBS)

YTN 해직자 / 우장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MBC 해직자 / 박성제 최승호 이채훈 정영하 박성호 강기웅 이용마 이상호

[KBS 부장단 성명서]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참담하다. 20년 이상을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지금 우리의 보람이자 긍지여야 할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KBS가 끝내 쓰러지는 것일까. 피해는 결국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일련의 세월호 보도, 전임 보도국장의 부적절 발언 논란과 충격적 폭로 등이 지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뇌관이었을 뿐이다. 폭약은 이미 차곡차곡 쌓였고 터질 때를 기다려왔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때마다 KBS는 폭발을 향해 한발씩 나아갔던 것이다. 누구 탓을 하랴. 일선 기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뉴스의 최전선을 지켜온 우리 부장들부터 먼저 책임지겠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

그리고 길환영 사장에게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그는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KBS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그간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폭로를 충분히 사실로 받아들일만하다고 본다.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ㅇ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

얼마 전 길 사장은 사과는커녕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버티다 그들이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머리를 조아렸다. 왜 그랬나? 청와대가 가질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는가? 그런 그에게 공영방송 KBS의 최고 책임자의 품격과 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자의 측은함, 우리가 그에게서 본 것은 그것뿐이다. KBS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길 사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영방송 KBS와 그 구성원들을 욕보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한번 길 사장에게 말한다. 당장 사퇴하라.

2014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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