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준 작가의 펜담채화 '프라하'전 전시작품   ©김철관

체코 프라하의 전통 고전 양식을 펜담채화 기법을 활용해 그린 그림이 눈길을 끈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28번지 안동교회 부설 '소허당'에서 열리고 있는 화가 안석준(61) 작가의 '프라하'전은 사회적·정치적으로 암물했던 시기와 맞물린 희망과 절망의 상징인 체코 프라하를 통해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작품전이다.

프라하(Praha)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시인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의 '프라하의 봄'이라는 시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 도시이다. '프라하'전은 도시의 고전 전통양식을 펜담채화 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이다. 펜담채화 기법은 펜으로 스케치한 후 연한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프라하의 틴성모성당, 구시청사 천문시계탑과 성 미쿨라세 성당, 성프란치스카 성당, 국립박물관, 카를교가 보이는 풍경, 화약탑 등 22점이 선보이고 있다.

안석준 작가이다.   ©김철관

10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만난 안석준 작가는 펜담채화 기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펜담채화란 펜으로 스케치한 후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다. 펜이 보이도록 물감을 연하게 칠한 것이다. 작업과정은 처음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이후 가느다란 잉크 펜으로 그린다음에 마르면 채색을 한다."

안 작가는 지난 2006년부터 펜담채화기법으로 서유럽을 다니며 3번의 개인전을 했다.

"펜담채화는 유럽의 전통양식에 맞는 기법이다. 그래서 서유럽 여러 나라를 선택했다. 1~2회 개인전 때는 서유럽의 여러 나라를 그렸는데, 현재 체코 '프라하'전을 하게 된 동기가 있다. 프라하라는 도시는 전통양식이 그대로 많이 남아 있다. 1~2회 개인전 때 그린 서유럽의 여러 나라는 전통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기 보다 복원이나 수리를 많이 해 회화적인 맛이 조금 떨어졌다. 프라하는 옛날 전통양식이나 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그림 그리기에 참 좋았다."

안석준 작가의 펜담채화 '프라하'전 전시작품   ©김철관

그는 펜담채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동기를 가채판화 기법에서 찾았다고 설명을 했다.

"원래 수묵화를 전공했다. 그래서 수묵화로 유럽을 표현해 보려고 했다. 막상해보니 수묵화로는 유럽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고 잘 안됐다. 그림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나 정서가 오지 않다는 얘기이다. 비엔나를 갔을 때 골동품상을 들어갔는데 가채판화(加採版畵)기법을 발견했다. 가채판화는 동판화로 미리 선을 그어 찍은 다음에 그 위에다 채색하는 것을 말한다. 가채판화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동판은 할 수 없고 동판대신 펜을 선택하게 됐다. 이것이 펜담채화를 하게 된 동기이다."

안 작가는 전시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프라하의 탄성모성당 작품을 꼽았다.

"전시작품 중 가장 인상에 남은 대표적인 작품이 있다. 프라하에서 건물 자체가 다른 건물에 비해 가장 높고 인상적인 탄성모성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시청에 있는 천문시계탑 그림도 전시를 했는데, 바로 천문시계탑 전망대에서 올라가 보는 모습이 탄성모성당 그림이다."

안석준 작가의 펜담채화 '프라하'전 전시작품   ©김철관

마지막으로 그는 펜담채화 기법으로 그리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현장에서 윤곽을 알 수 있게 스케치를 한다. 그리고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사진을 촬영해 와 작업을 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은 사진을 보고 그린다. 중국이나 한국의 풍경의 정서가 수묵화가 적합하듯이, 유럽의 정서적인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펜담채화 기법이 제일 낫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안석준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프라하의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의 풍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프라하성의 웅장한 비투스 성당과 여러 건물들은 구석구석 빈틈없이 조형물과 장식으로 꾸며놓아 그림을 그릴 염두가 나지 않았다. 프라하성에서 카를교까지 오면서 본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가게들은 현대의 빈틈없고 메마른 마음을 어릴 적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카를교가 멀리 보이는 블타바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며 프라하의 오랜 역사를 생각했다."

전시장 입구이다.   ©김철관

안석준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는 동양화(수묵화)를 전공했다. 일곱 번에 걸쳐 수묵화 개인전을 했고, 2006년부터 펜담채화를 시작해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이번 '프라하' 전시는 세 번째 펜담채화 개인전이다. 그는 100여 번의 단체전에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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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담채화프라하의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