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기니 동남부 삼림지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8일 서부 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바이러스 발생 이후 기니에서 확인된 감염 의심 환자는 157명으로 이 가운데 101명이 사망했다.

 이웃 국가 라이베리아에서도 의심 환자 21명 중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에라리온, 말리, 가나 등 인근 국가들에서도 의심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다 게이지(福田敬二) WHO 사무차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이 지리적으로 넓은 범위에 확산돼 있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도 환자가 확인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직면해 온 에볼라 발생 사태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볼라 확산 사태를 처음 경험하는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환자 치료 및 감염 확산 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에볼라에 대처한 경험이 있는 의사나 전문가가 없는 데다 공포와 불안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에볼라 전염병 확산을 완전히 봉쇄하기까지 앞으로 2~4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WHO는 기니, 라이베리아에 전문가를 파견해 환자를 격리조치하고, 약 600명에 달하는 환자 접촉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 기니, 치료제 부재 속 사실상 고립

기니와 국경을 맞댄 이웃국가들은 국경 폐쇄도 불사하며 기니로부터의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기니 북서쪽 접경국인 세네갈은 지난달 29일 기니와의 육로를 완전 차단했다. 말리와 코트디부아르 등 6개국과 국경을 맞대 접경 교역이 발달한 기니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기니 동남부 접경국인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기니 접경 지역인 포야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해 사망자까지 나온 라이베리아는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수도 먼로비아의 대형 쇼핑센터 종사자들은 근무 중 장갑을 끼도록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라이베리아 당국은 지난 3일 포야에서 자동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동부 내륙도시 타페타에서 기니와 무관한 에볼라 감염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전방위적 확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뉴시스

▲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이 두려운 이유

'국경 없는 의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90%가 넘고 백신도 없어 감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5가지 변종 중 자이르형이 가장 먼저 인체 감염이 보고됐으며 가장 치명적이다.

WHO는 기니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예비검사에서 자이르형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확인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에볼라를 바이러스성 출혈열을 일으켜 출혈을 동반한 여러 장기의 손상을 입히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1976년 처음 발견된 자이르공화국(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강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당시 수단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발생했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에는 발생 지역의 이름에서 유래한 5가지 변종이 있으며 이 중 자이르형, 분디부기오형, 수단형이 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출혈열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분다부기오형은 2007년 우간다 분다부기오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이다.

그 외 코트디부아르형은 단 1차례 발생한 사례로 발견된 변종으로 1994년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던 연구원이 야생 침팬지 사체를 부검하다 감염됐다. 이 연구원은 이후 회복됐다.

5번째 변종인 레스턴형은 미국 버지니아주(州) 레스턴에서 유래했으며 필리핀에서 수입된 원숭이에서 발견됐다.

CDC는 당시 레스턴형에 감염된 사람들이 있었지만, 병에 걸리거나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에볼라 감염 초기에는 고열, 무력감, 근육통, 두통, 인후통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이 증상은 감염 후 2~21일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 초기 증상이 말라리아, 장티푸스, 뇌막염 등의 다른 전염병의 증상과 유사해 오진되기 쉽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발진, 눈의 충혈, 딸꾹질,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초기 증상 후 구토, 설사, 신장 및 간 기능 손상으로 이어지며 가끔 내출혈, 외출혈도 유발한다.

▲ 에볼라 치료법 어떤 게 있나

현재 에볼라만 치료하는 특정 치료법은 없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현재 감염 지역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격리해 집중 치료한다며 환자의 산소 상태와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이 에볼라 환자로부터 감염된 사례가 있어 WHO는 에볼라 확진 환자 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의료진은 불침투성 가운과 장갑을 착용하고 환자의 분비물이 자신의 코, 입,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지난 2012년 우간다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 치료센터 주변을 통제구역으로 정해 확산을 막았다고 밝혔다.

한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한번 발생하면 잠복 기간의 2배인 42일 간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한 유행병학자는 아직 선진국에서는 에볼라 확산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사람이 에볼라에 걸리면 고열 등 여러 증상으로 갑자기 심하게 아프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고 아픈 상태에서 선진국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시설 좋은 병원에서 잘 치료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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