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2,000년 역사에서 100대 사건을 살펴보면, 종교개혁이 단연 으뜸이다. 종교개혁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자였던 토마스 오메아라(Thomas O'meara)가 “낡은 것이 새로운 것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진리가 어두움을 내몰며, 빛이 밤을 흩어버리도다”라고 고백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종교개혁 당시 타락한 로마교회는 거대한 화석과 같은 공룡의 모습이었으며, 로마교회는 의례적인 교회의식의 준수를 통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효능을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습관의 종교로 전락해 있었다. 그리고 이른바 ‘면죄부’를 돈으로 사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기극(詐欺劇)을 통해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있었다.
엄격한 심판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죄인인 인간에게 유일한 희망으로서의 중재자인 마리아 숭배를 강요했다. 유다의 은화 한 닢으로 1,400년의 연옥의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성지순례를 통해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다고 현혹했다. 가시 면류관의 가시 하나, 주님이 태어나신 말구유의 지푸라기 한 가닥, 성모 마리아의 머리카락 한 올, 예수님이 지셨던 십자가의 나무 한 조각, 성인들의 유물인 성보(Holy Relics)를 숭배하는 기괴(奇怪)한 모습으로 기독교의 순전한 복음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마르틴 루터 역시 당시 로마 가톨릭의 사제로서, 면죄부 판매상의 말을 따라 주기도문을 암송하면서 거룩한 계단(Santa Scala)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며, 내 영혼을 연옥의 고통에서 구원해 주시라는 헛된 믿음을 가졌으나,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로마서 1장 17절에서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을 연구하던 중에 영적인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의 의’란 하나님께서 은혜와 순전한 사랑을 통해서, 우리들을 의롭게 하시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의 공로 속에 있는 그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고, 오직 그의 십자가만이 인간의 죄를 제거하고 우리들을 사탄의 수중에서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원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에서만 오는 것이라면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중보(intercession)는 불필요한 것이며, 더 이상 수도사나 성인들을 향한 기도, 성 베드로 성당, 성 유물, 성상, 성만찬 등으로 대표되는 시각(視覺)의 종교에서,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부터 온다는 청각(聽覺)적 종교로의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shift)이었던 것이다.
루터의 로마서 1장17절에 대한 해석은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심장에 떨어진 폭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진정 기독교뿐만 아니라 전체 서구문명권을 변혁시켰던 사건이었다. 그러면 루터와 종교 개혁자들의 신앙의 계승자인 우리들의 신앙생활은 어떻게 영위되어야 하는가?
제2의 종교개혁을 요청받고 있는 한국교회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고감도의 영적자각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회복하고, 영위해 가야 한다. 교회회원(membership)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discipleship)가 되어야 한다. 회원은 교회 안에서만 중요한 것일 뿐이지만, 제자는 교회 밖, 사회적 영역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속적 물질주의, 봉사보다는 권력을 지향하고 탐하는 내부적 유혹과, 종교다원주의, 안티 기독교, 언론에 의한 기독교 폄훼 등의 외부적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모든 요인들은 교회의 근본적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데 작용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도전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17세기까지 「참된 기독교가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있었고, 17세기 말 계몽주의 시대에는 「기독교가 참된 종교인가?」라는 의문제기와 함께 기독교에 대한 심각한 도전들이 있어 왔었다.
종교개혁 494주년을 맞는 오늘의 한국교회에 대한 도전도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믿는바 진리를 삶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소금과 빛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선언적 의미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에 대한 질책이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이것조차도 「교회가 희망」이라는 반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종교 개혁자 루터의 말을 기억하자. “너희 관심을 죽은 자로부터 산 자로 돌리라. 살아있는 성도들아 너희 이웃은 헐벗은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애통해하는 사람들, 목마른 사람들, 아내와 자녀들이 함께 수치를 당하고 있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해 너의 도움의 손길을 펼쳐라.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너희 일을 시작하라”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지식의 성만찬만을 즐기지 말고, 손발로 섬기기 위하여 낮은 자리로 내려서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영적인 즐거움에 머물지 말고, 밖으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천국의 소망이 분명함을 믿는다면, 그 증거를 세상에 나타내야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외치지만 말고, 진실한 삶으로 증거 해야 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고백이 공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494주년 종교 개혁을 맞이하는 이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