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은메달로 한국인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종전과 달리 과도한 민족주의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A섹션 6면에 한국인들이 김연아의 피겨 채점 결과에 대한 분노보다는 이성적인 지적이 많있다면서 안현수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연아는 한국의 완벽한 영웅이었다. 초라한 얼음판에서 스케이팅을 시작한 6살 꼬마는 서구선수들이 지배하던 스포츠의 변방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소치에서 논란의 채점으로 러시아 10대선수에게 왕관을 내준 뒤, 오랫동안 그녀가 안겨준 자부심에 매달려 온 한국에서 분노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 유명소설가는 이번 올림픽을 '수치(Suchi) 올림픽'이라고 조롱했고 ISU(국제빙상연맹)의 조사를 요구하는 인터넷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 서명자는 한국인들의 가세로 190만명을 넘어섰다.

많은 온라인의 분석가들은 김연아가 한국이 작고 약해서 도둑맞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한국의 소동은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 같다고 타임스는 분석했다.

타임스는 또 한국인들은 과거 올림픽에서 편파적인 판정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격노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펜싱선수가 판정에 항의해 퇴장을 거부했을 때도 그랬고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가 미국선수에게 졌을 때는 서울의 미국대사관을 경찰이 보호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자제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엿보인다.

사진은 뉴욕타임스가 김연아와 스토니코바 선수의 점프와 스핀을 분석한 보도사진. 또, 회전 자세에서도 스토니코바가 축의 이동이 거의 없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많은 신문기사들은 1면에 김연아가 조국을 위해 노력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중앙일보는 "당신이 한국에 태어나 우리와 같은 시대를 함께 한 것이 감사하다"고 제목을 올렸다

김연아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연하게 평정심을 유지한 것은 그녀가 소트니코바의 승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말해주는 작은 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대 정희준 교수는 한국인들이 스포츠를 통한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한 자기반성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그는 "스포츠만큼 한국인의 우월성을 올려주는 것은 없다. 그러한 방식은 전체주의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고 국내언론의 보도내용도 소개했다.

어느 네티즌들은 한국이 저지른 텃세판정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경기운영을 하고도 한국선수에 패한 미국선수의 당혹스러운 장면이었다. 나중에 IOC는 한국 임원들이 심판들에게 칙사대접을 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일부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SBS 배성재 스포츠앵커는 트위터에 "푸틴, 동네 운동회할거면 우린 왜 초대한거냐"고 분노했다. 한국올림픽위원회와 빙상연맹은 IOC와 ISU에 채점을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람들은 그간 김연아가 거둔 승리들이 명성에 목마른 나라의 위상을 올려줬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제대로 된 빙상장 하나 없던 땅에서 기적을 일궜다. 이 세상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는 선물을 우리 모두에게 나눠줬다. 연아는 국격을 한 계단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한국은 쇼트트랙의 또다른 쓰라린 결과에 대해서도 얼마간 침착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뉴시스

빅토르 안이라는 한국인선수가 따낸 3개의 금메달은 러시아를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에 귀화했을 때 분노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그가 승리하길 바랬다. 그는 2006올림픽에서 3개의 금을 따냈지만 연맹임원과의 불화와 대표팀에서 탈락한 이후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우리 체육계에서 불합리함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한국의 스포츠성적에 대한 집착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에 뿌리를 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6.25이후 경제적 어려움속에 내부 단합을 공고히 하는 민족주의를 활용했다. 종종 스포츠는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국가적 자존심을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2002솔트레이크에서 한국인들은 아폴로 오노가 김동성에 방해받은듯한 제스처로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비난했고 반미감정에도 불을 질렀다. 몇 달후 월드컵에서 한국이 미국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서울의 미국대사관 근처에 모여 복수를 외쳤다.

한국인들에겐 올림픽에서 맞은 첫 번째 영광조차 고통이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은 일본의 식민지배로 일장기를 달고 뛰었다.

김연아는 은메달이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간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한국의 자부심이라는 무게를 내려놓으며 그녀는 "이제 홀가분하다. 모든게 끝이 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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