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   ©시애틀 성천교회

"안녕, 다음에는 꼭 살아있어야 한다."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꿈에도 그리던 상봉을 마쳤다. 부둥켜 안은 몸을 뿌리치고 돌아서면서 남긴, 가슴 절이고 피가 끓는 절규이다. 그날이 언제 다시 올지?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 일어나서는 안 될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일어났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남한으로 넘어왔다. 이들은 눈을 뜨나 감으나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12만 8232명이다. 이 중 4만 4940명은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 8만 3292명 가운데 70대 이상이 77%에 달한다. 대부분 70, 80세 이상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아니 지금 성사가 되어도 고령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까?

1985년 9월 92명이 평양을 방문해 가족을 만났다. 꿈만 같았다. 이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과 콧물이 뒤엉겨 한없이 울었다. 웬 시간이 그렇게 빠른지. 화살 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후 2000년부터 상봉행사가 17차례 열렸다. 이 행사를 통해 북녘의 피붙이를 만난 사람들은 1,782명이다. 신청자의 1.38%에 불과하다. 지금도 60년 가까이 피붙이들을 그리워하며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운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일까? 다행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남북한은 2월 5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졌다. 그리고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 동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를 했다.

물론 남측에서는 17일에 상봉행사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의 내부 사정을 이유로 20일 개최를 제의했다. 남북대화가 늘 남한이 이끌려가는 추세였듯, 이번에도 남측이 북측의 주장을 수용하기로 했다. 상봉 대상자는 남북 양측 각각 100명씩. 장소는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은 남북 양측에서 각각 3명의 대표단이 참석해서 두 차례 회의와 세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거쳐 4시간여 만에 끝났다. 아주 고무적인 일이었다.

물론 상봉행사 기간 후반부가 미국과 한국 키 리졸브 연습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있기에 북한의 태도에 대한 관심이 주목되기는 했다. '혹시'가 '역시'가 되었다. 북한은 6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 이행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왜? 예감했던 대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북한의 태도에 대한 강경한 경고를 했다. "북한은 또다시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줘선 안 될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이게 북한의 수법이다. 뭔가를 하는가 하면서 뒤에서는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것. 평화 제스처를 하면서 뭔가를 얻어내려는 속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놓고는 하루아침에 반전시켜 놓고 그 책임이 남한측에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 사실 북한의 행동에는 진정성을 엿볼 수가 없다. 이러한 북한의 저의를 누구보다 잘 아는 터라 박 대통령은 당부한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흔들림 없는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하고, 만약 도발할 경우에는 단호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다."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한반도 관계. 언제나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려나?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줄 것을 기도할 뿐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인도주의 정신이 살아나기를.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내 안에 하늘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갈망이 얼마나 강한가?"

물론 하나님은 우리 안에 지금도 살아계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바울처럼 주님의 얼굴을 뵙고 싶다. 하늘 아버지 얼굴을 친히 뵙고 싶다. 그날을 그리워하며 사는 거룩한 나그네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번 상봉행사는 어쩌면 북한의 정치 쇼에 불과한 게 아닐까? 두고 봐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까. 진정성을 엿볼 수 없는 그들의 행동에 우리는 진절머리를 낸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어떤가? 최근 기윤실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진정성도 제고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볼 때 개신교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한국교회의 회복은 신뢰성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신뢰성 회복은 참된 영성을 회복하는데 있다. 외식적이고 형식적인 영성이 아니다. 신행일치를 가져오는 영성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면화하는 영성이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함께 느끼고 공유해야 한다. 60여년 동안 흘렸던 그들의 눈물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범교단적 움직임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통일을 위한 기도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평양과 원산의 부흥의 물길을 회복케 해 달라고.

이 차에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통일한국에 대한 꿈도 점검해 봐야 한다. 늘 통일을 외친다. 그러나 통일을 제대로 준비는 하고 있는가? 통일만 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통일이 된 후 나타날 혼란을 막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남북한의 경제적 괴리 때문에 야기될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통일자금을 비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 차이로 말미암은 정신적·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역시 통일 헌금이나 자금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급작스런 통일은 점진적인 통합보다는 더 위험하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김병태목사 #이산가족상봉 #김병태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