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교교회에서 생명신학협의회 생명신학연구소 제22차 전문위원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김명용(사진 왼쪽 첫 번째) 장신대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생명신학협의회 제공

생명신학협의회(상임공동대표 손인웅 목사) 생명신학연구소(소장 김명용 장신대 총장)는 올해 마지막 행사인 '제22차 전문위원세미나'를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교교회(담임목사 최이우)에서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일장신대 강태영 박사는 '자연과학과의 대화속의 생명신학'을 주제로 강연하며, 먼저 프로이트가 자신의 세계관을 따라 만든 '인류가 겪은 세 가지 모욕'이란 표현을 인용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인류가 겪은 '세 가지 모욕'이란 ▲지구를 우주의 중심으로 믿고 살았던 당시의 사람들은 지구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으로 이해해야 천체의 운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인간을 '창조의 왕관'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존재로 믿고 살던 사람들에게 인간 역시 진화의 과정 속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얽혀 진화해온 일개 생물에 지나지 않다고 한 '다윈의 진화론' ▲인간이란 자기 자신조차 온전히 다스리지 못하는 존재라는 자괴함을 불러일으킨 - 의식이 인간의 행동에 대해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말한다.

강 교수는 "나아가서 오늘날은 자기희생 같은 인간의 숭고한 행위들도 결국은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보존을 위한 작용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유전자 결정론'이나, 인간의 정신조차도 초자연적 실체가 아닌 뇌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현상에 불과하다고 보는 진화론적 인식론은 인간의 중요성을 점점 더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며 "이러한 상황은 자연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인식들이 진리로 여겨졌던 종교의 세계관들을 대체할 정도로 인간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리스도교 신학은 자연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이 세계가 하나님의 창조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지니고 있다"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하나님을 창조주로 그리고 이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로 고백하는 이상 그리스도교의 진리는 교회의 특수한 진리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보편타당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강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신학이 자연과학의 이론체계와 이 세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쟁에 뛰어 들어서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신학과 자연과학은 그 언어가 서로 다르고 그 방법론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생명현상 이해의 다양한 관점들로 ▲ 생명을 물질로 구성된 어떤 체계로서 물질의 특별한 한 존재양상으로 보는 '환원주의적이고 일원론적인 입장' ▲한 시스템이 외부로부터 조종되지 않고 자체의 역동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과정으로 보는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생명이란 현상 뒤에 있는 '생명의 본질'을 찾아나서는 대신 무기물에서 생명의 출현을 물리적이고 화학적으로 이해하는 이 같은 이론들로는 유기체의 특성이나 속성들을 잘 설명할 수는 있지만 '생명, 그 자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연과학의 방법으로 음반에 새겨진 홈을 아무리 관찰해도, 그 홈에 교향곡이 담겨 있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 한 편의 시를 분석해서 글자의 잉크성분이나 글자가 모여 낱말이 되는 순서를 알아냈다고 해도 시의 뜻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 이유로 "정말로 중요한 건 '물질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물질에서 무엇이 나오느냐'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강태영 교수는 '생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논하면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새로운 과학 원리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전통적인 종교적 믿음에 강력한 세 가지 도전'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그것은 ▲인간 행동의 모든 면모가 물질의 운동을 지배하는 법칙들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유물론', ▲인간의 도덕성이 초기 인류의 생존에 기여했던 먼 초기 조상들의 행동으로부터 발전되어 왔다고 주장하는 '사회생물학', ▲우리가 유전자에 의해 통제되며 자유란 착각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는 행동유전학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러한 결정론적 주장은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인간의 자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평가와 전망에서 "생명이해에 있어서 주도적인 자연과학이론들은 여전히 환원주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생명기계'로 이해하던 기계론적인 관점과 비교하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하나님의 말씀 또는 로고스에 대한 성서의 사고는 정보 개념과 닮은 점이 있다"며 "성서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창조적 권능으로 보는 히브리인들의 해석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해석으로 강 교수는 몰트만의 하나님의 영에 대한 해석을 전하며, 몰트만은 하나님의 영을 '모든 물질의 체계들과 생명의 체계들을 결정하는 정보들'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다만 강 교수는 "몰트만의 하나님의 활동에 대한 성령론적 이해는 창조 안에서의 하나님 활동의 직접적인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성령의 활동과 자연의 과정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하는 과제를 가진다"면서 "아울러 정보들이 창조 안에 있는 하나님의 영 자신의 현재인지 혹은 하나님의 영의 매개체인지가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앞서 생명신학협의회 상임공동대표 손인웅 목사와 생명신학연구소장 김명용 총장, 이신건·황덕영·김재진 교수 등 참석자들은 간단한 '성탄축하 및 송년'의 의미로 케익 커팅식을 진행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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