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앞줄 왼쪽) 목사가 이주민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른 중국 동포 김모씨의 장례를 집례하고 함께 운구하고 있다.   ©지구촌사랑나눔

삭막한 사회 분위기 속에 한 목회자의 용서와 사랑이 훈훈감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이 운영하는 이주민 무료급식소를 방화한 중국동포 김모(45)씨의 장례식이 사망한 지 12일 만인 24일 오전 5시30분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집례는 다름아닌 방화 피해자 김해성(53) 목사였다. 유족과 중국동포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한 듯 진행됐지만 용서와 회개로 인해 오히려 따뜻함이 감돌았다.

앞서 김씨는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구촌사랑나눔 1층 이주민을 위해 만든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르고 이 건물 4층으로 도망하다 화마를 피해 투신, 머리를 크게 다쳐 이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지난 13일 자정에 사망했다.

하지만 이주민 무료급식소에 불을 지른 김씨를 용서한 김 목사는 1천만원가량의 병원비를 정산하지 못해 장례를 치르지 못하자 유족을 대신해 병원비와 장례비를 대신 지불하고, 장례 절차와 화장비용까지 도와줬다.

김 목사는 장례식에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입어서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빈다"면서 "고인의 남겨진 아들딸에게 하늘의 위로가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에 김씨의 큰 형(54)은 인사말을 통해 "김해성 목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을 입었다"면서 "이제는 '공산당'을 그만두고 '예수'를 진짜로 믿겠다"고 화답했다. 김씨는 장례식 직후 성남영생관리사업소로 옮겨져 화장됐다.

김씨는 지난 5월 단기종합(C-3) 비자로 한국에 왔다가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면서 3개월 간의 기술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방문취업(H2) 비자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가 됐다. 결국 떠돌이 생활을 하던 김씨는 주변의 도움으로 김해성 목사가 운영하는 (사)지구촌사랑나눔 쉼터에서 지내다가 불을 지르면서 급식소를 전소되고, 1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길림성 출신인 김씨는 2년 전에 이혼했고, 김씨의 아들(12세)과 딸(4세)은 중국에 있는 늙은 아버지가 키우고 있다고 유족들이 밝혔다. 김씨 자녀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김해성 목사는 유족들에게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오면 공부시키면서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큰형은 "피해 입힌 것을 한 푼도 갚지 못했는데도 병원비와 장례비를 대신 내주시면서 장례까지 치러주시는 것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급식소를 불태운 동생을 용서해주시고, 조카들까지도 돌봐주시겠다는 김 목사님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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