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트(Happynist)’. 영문법적으로는 맞지 않는 단어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 보자면 ‘행복주의자’라고나 할까? 이런 생소한 이름의 사물놀이 패가 우리나라에 있다. 경상남도 거제도의 장애인 공동체 애광원에 가면 다섯 명의 행복주의자 청년을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 어느 날,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장애인 문화축제에 공연자로 참여해달라는 초청장이 날아온다. 그래서 시작된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3개국에 걸친 콘서트 투어. 6월에 있었던 이들의 16일간의 좌충우돌 여정이 CBS TV <블로그다큐 예수와사람들> ’해피니스트‘편에서 소개된다.


장애의 슬픔을 사물놀이로 이겨내다.

‘해피니스트’는 2002년 지적장애인들의 치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뇌병변으로 몸까지 불편한 정영봉(북), 이름 한 번 부르면 대답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던 정요한(북), 인형의 옷을 벗기고 목을 잘라냈던 지영모(장구), 자기 옷의 단추 끼우는 일이 아직도 어려운 박종연(장구), 거친 성격의 막내 김효환(꽹과리).

이 다섯 명의 10대 후반, 20대의 청년들은 음악 속에서, 우리의 전통 가락 속에서 점차 변화해갔다. 연주가 끝나고 받는 박수 갈채를 들으며, 스스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장애로 인한 슬픔과 상처를 극복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피니스트’는 지금 전문 연주단을 목표로 진화해가고 있다.

팀의 최고참이자 장애 정도가 제일 높은 정영봉(28)씨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나를 왜 애광원에 버리셨을까요? 왜? 이렇게 음악을 하라는 뜻이었을까요? 나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고 싶고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세상으로 나아간 여정, 유럽투어

‘해피니스트’의 다큐멘터리는 스위스의 소도시 프리버그에서 열리는 장애인 문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이들의 여정을 담았다. 첫 번째 도착지 독일 숀도르프에서는 자매결연한 프뢰벨 특수학교 친구들과의 진한 우정을 만난다. 3살 때 애광원에서 입양돼 어엿한 네덜란드 국민으로 자라나 이제는 거꾸로 애광원을 후원하는 이옥란 씨는 ‘해피니스트’의 선배로서 인생 사연을 풀어놓는다.

MP3에 너무 집착해 압수당하기와 되찾기를 반복했던 종연이, 자신을 닮은 독일의 장애인 친구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던 영모, 불편한 몸으로도 휠체어를 거부하고 모든 여정을 직접 두발로 함께한 영봉이, 빵에 지친 속을 학교 주방에 모여 라면 국물과 김치로 풀고 다른 나라 장애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던 시간 등 좌충우돌 갖은 에피소드가 이번 ‘해피니스트’ 편 다큐멘터리에 담겨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소에는 어눌하고 엉뚱하기만 한 장애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가 악기만 잡으면 놀랍도록 진지해지는 경이로운 모습, 푸른 눈의 유럽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며 해피니스트의 이름을 연호하던 감동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이들은 공통되게 이야기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는 동정의 박수가 아니라, 연주의 결과를 통해 받는 진정한 감동의 박수를 원한다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 이들은 그 길로 나아가고 있다. 자신들 장애의 슬픔을 이겨내게 한 음악과 장단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물놀이를 통해 행복을 전한다는 ‘해피니스트’의 실험은 성공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모든 것은 CBS <블로그다큐 예수와사람들> ‘해피니스트’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시간 : 1부-7월 11일(월) 낮 12시 / 2부-7월 12일(화) 낮 12시
3부-7월 18일(월) 낮 12시 / 2부-7월 19일(화) 낮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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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트 #cbs